모든 비 기술 직무가 그렇지만, PM 역시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할 수 있는 직무인 것은 맞다.
도메인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또는 그저 오래 다녀서 회사 내에 아는 인맥이 많아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직무이기 때문에 짬으로 비비는 게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다 갖춰진 환경이 아니더라도 PM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경력직이라면 특히 PM 직무로 와서 맨 땅에 헤딩하듯 첫 날 부터 이 역할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PM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할까?
1. 학습 능력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 능력이다.
개발 베이스의 PM이라면 조금 수월하겠지만, 개발 베이스가 아니라면 가장 먼저 맞딱드리는 가장 큰 난관은 바로 기술적인 용어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SDK, API 같은 널리 쓰이는 개념부터 해당 회사/도메인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는 복잡한 용어까지 알아야 하고, 또 꾸준히 새로운 기술 업데이트에도 귀 기울이고 공부해야 한다.
또한 PM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개발자들의 사고 방식과 업무 방식을 이해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초적인 코딩 지식부터 컴퓨터 과학에 대한 지식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특히 백엔드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눈에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프론트엔드보다 백엔드를 이해하는 것이 더 난해한데, 기본적 개념은 다 똑같다고 해도 회사 내부의 플랫폼, 서버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외부 강의나 책으로 알 수 없으니 회사 동료에 끊임없이 물어보거나 내부 위키 자료 같은 걸 탐독하면서 미리미리 공부해두어야 두어야 백엔드 개발자와의 대화에서 얼굴 붉히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직무와 얽혀있는 PM의 특성상, 기술적인 부분 뿐 만 아니라 그 밖의 영역에도 관심을 가지고 항상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도 찾고, 이를 채워나가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 제품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케터와도 협업해야 하고 이들의 업무에 제품 책임자로서 의견도 내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본적인 마케팅 용어와 이를 집행하는 프로세스도 파악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땐 간단한 지표도 스스로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적인 SQL 문법도 알아두어야 하고, 복잡한 건 남들이 작성해놓은 쿼리를 가져다가 변형해서 쓸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2. 커뮤니케이션 스킬
기본적인 학습 능력과 배우려는 욕구가 있다는 전제 하에,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일지도 모른다.
제품에 대한 이해관계자는 양손 양발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데,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때로는 일도 하게끔 만드게 PM의 역할이기도 하다. 물론 사교적이고 달변이면 이 일은 아주 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외향적인 '인싸' 성향이더라도, 이 수많은 사람들과 내가 반드시 궁합이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은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서 소통하기 까다로운 사람들이 가끔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아기 다루듯이 다뤄야 한다. 상대의 비위를 잘 맞추면서 동시에 내가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하는 고난도의 스킬이 필요하다. (이들은 주로 자기 작업물에 대한 인정에 목말라있다)
3. 전략적 사고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PM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PM은 담당한 제품/서비스에 대한 책임자이다.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표 기반으로 우리 제품/서비스가 어디에 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갈 곳은 어디인지를 제시하는 것도 PM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우리 서비스에만 몰두해있을 것이 아니라,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시야도 필요하다. 가령 회사의 사업 방향/또는 더 큰 산업의 방향과 맞춰 우리 제품의 비전을 구상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논리적인 보고 문서 작성을 통해 경영진에게 보고할줄도 알아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걸 다 완벽하게 해내긴 힘들고, 적당히 어느 정도 수준만 해도 굴러가긴 한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이 감독에게 달려있는 것 처럼, 결국 제품/서비스의 성공 (또는 성공처럼 보여지는 것)의 많은 부분은 PM의 손에 달려있다. 따라서 내가 어느 역량이 부족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하려는 자세만 있다면 그때부턴 제품의 성공에 한 발짝 다가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