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100원으로 하는 스타트업 마케팅
'데이트팝'이라는 데이트코스 추천 앱, 즉 B2C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한 지 1년이 지났다. 베타 서비스 기간까지 합치면 2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큰 비용 없이(유일한 비용이라면 나와 마케팅 인턴의 인건비만을 활용해서) 우리 서비스가 출시된지 2년 동안 서울, 부산, 대구를 포함하여 약 1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 출신으로 전문 지식이 하나도 없던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바를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뭔가 대단한 비법이 있을 것 같은 제목이지만, 세상에 비법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 마케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참고만 하시면 되겠다.
(뭐지 이 무책임한 시작은..?)
앱 다운 받게 하는 거? 그거 뭐 어렵다고~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발 그 쉬운 방법 좀 알려달라고 하고 싶다. 전체 사업에서 모바일 앱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 앱 다운로드를 받게 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심심하면 앱스토어에서 그냥 이 앱 저 앱을 깔아 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유저들도 쓰는 앱만 쓴다. 또 과거에는 구글 플레이 규정 상 중복 다운로드를 모두 체크했다면 지금은 한 디바이스당 다운로드를 한 번만 체크하기 때문에 앱 서비스 마케터들이 일하기 참 팍팍한 환경이 되었다.
아래 흔한 사례를 보며 생각해보자.
길을 지나가는데 대기업에서 프로모션 앱을 다운로드하면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준다고 한다. 반대로 내가 그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한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데 스타벅스 한 잔, 즉 CPI(Cost per install)로 5,000원을 사용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데이트팝 마케팅팀에서는 원칙이 있다. CPI 150원 이상의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왜냐고? 돈이 없으니까. 흑흑.
그래서 위 사례처럼 우리는 할 수 없다. 스타트업에게 어울리지 않는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생각해봄직한 것은, 길을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 중 하나였던 그 사람이 진정한 고객, 즉 진성 유저가 될 수 있을까? 꾸준히 그 앱을 사용할까? 이미 다음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그 앱을 지우지 않을까? 보상형 마케팅의 한계다.
그래서 우리 데이트팝팀은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한다.
모바일 환경에서 20대 이전과 이후를 가장 확연하게 가르는 것이 바로 ‘광고’라고 본다. 1020세대는 광고를 하나의 '컨텐츠'로서 소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유용한 정보, 혹은 나에게 재미를 주는 컨텐츠라면 설령 이것이 광고라 할지라도 아주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다. 그러니 모바일 서비스를 하려는 스타트업이 이들을 잡으려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다른 세대, 특히 세대 간 격차가 크면 클수록 광고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미 당신들께서 보고 있는 PC 화면, 길거리의 텍스트의 90%가 광고인데도, 디지털 컨텐츠 안에 광고가 들어가면 굉장한 배신감을 느낀다. 무형의 것들은 늘 순수한 보너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사실 설득이 안 된다.) 그들에게 맞는 마케팅을 하면 된다.
현재 주로 운영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가 5개 정도, 합산 좋아요 수는 30만 정도이다. 여행, 놀거리, 데이트 정보를 제공하고 서울데이트팝을 홍보하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아주 적은 규모의 돈으로도 광고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기업이라면 큰 도움이 된다.
SNS는 모두가 알다시피 특성 자체가 공유, 태그 등 소셜 기능을 통한 도달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다음, 네이버, 기존 언론사 등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매체와 비교해봤을 때 User Engagement 가 월등하기 때문에 왜 SNS가 시대의 흐름을 바꾸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도달이 곧 좋은 마케팅일까? 우리의 경우 사실 그렇지는 않다. SNS는 많은 도달과 노출에 비해해 전환율이 가장 낮다. 스낵성 컨텐츠가 판치는 채널이라 집중도가 낮고, 유저들 역시 광고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탓도 있다. 도달 당 비용은 가장 낮아서 언뜻 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미친 듯이 많이 뿌려야 수확이 가능한 채널이라는 점을 알아두자.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금도 끽해야 엑셀 시트에서 함수 넣어 가면서 계산하는 게 분석의 전부인데, 생각보다 이것조차 안 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나도 초등학교 때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따려고 배웠던 수준으로 하고 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씹고 뜯고 쪼개서 보아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앱 다운로드 마케팅을 했던 적이 있다. 서울데이트팝, 부산데이트팝 두 개의 앱이 실제 설치율 차이가 현격해서 처음에는 앱 자체의 기획 탓이라고 생각했으나, 유입 경로를 뜯어보니 각 채널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에 따라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채널A는 설치율이 80% 이상인 꿀채널이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 서울데이트팝은 채널A를 통한 유입을 더 늘려야 한다.
- 부산데이트팝은 채널A의 의존도가 높으므로 마케팅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KPI를 세우고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 '서울데이트팝은 2주 이내로 채널A를 통한 유입을 2배로 만든다. 어떻게 2배로 만들 것인가? 거기에 들어가는 리소스는 얼만큼인가? 일정은?' 이런 식이 되겠다. 이 경우는 아주 단순한 사례이지만 이런 식으로 데이터는 쪼개고 또 쪼개서 봐야 답이 나오며,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마케터의 역량이다.
마케팅 담당자는 컨텐츠 기획과 제작도 해야 하고, 고객이나 제휴사 대응도 해야 하고, 채널 운영도 해야 하고, 데이터 분석도 해야 하고.. 참 어렵다^^;
막상 적고 보니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였나 싶어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사실 나는 숫자와 정말 먼 인생을 살았다. 태생적으로 감성적인 접근에 익숙한 사람이었고, 고등 교육까지 그렇게 받았으니 효율에 대해 따져본 적이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효율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이유는 위에서 적은 바와 같다. 우리는 리소스가 부족하니까..(라고 쓰고 돈이 없다고 읽는다ㅎㅎ)
누군가에게는 이 얕은 경험담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언젠가 나도 덜 쪼들리면서(?) 마케팅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