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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Dec 03. 2017

3.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디자인과 예술 - 알바알토

핀란드에는 국가가 지정한 '디자인 디스트릭트'라는 지구가 있을 정도로 전국가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또 현대 건축의 거장 중 한명이라고 불리는 '알바 알토'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여행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이다.



알바 알토

그는 어떤 사람인가, 두둥!

알바 알토는 사실 원래 잘 알고 있던 디자이너는 아니었다. 스툴60이 워낙 유명하고(위 사진에서 맨 왼쪽의 사진. 스툴은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의미함), 제작 공법을 새롭게 개발했다는 점 정도만 알고 있었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책 서문에도 그의 대표 의자(스툴60) 사진이 쓰이고, 알토의 의자가 50개 중 3개나 등장했다는 것으로 디자인 역사에 중요한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헬싱키 중심가에 있는 아카데미아 서점. 이곳을 포함해 알바 알토가 건축한 건물이 정말 많다. 핀란드인들의 알토 사랑이 대단..!!

거기다 핀란드 여행 관련 정보를 찾으면서 '이 사람을 빼놓고는 핀란드를 말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핀란드에서 입지전적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핀란드 지폐에 그의 얼굴이 들어가있다. 그리고 모든 여행 책에서 그를 언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방문했을 때 더욱 느꼈다. 핀란드 국립 미술관에서 러시아로부터 독립 100주년 기념 전시를 알바 알토 전을 기획했더라. 우리 나라로 치면 독립 100주년 기념 안중근 전시 정도가 되려나.

돌아와서 문득 든 생각이 '우리나라는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를 지폐에 넣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나?'였다. 

5만원권 지폐 인물을 선정할 때 장영실(이공계열), 신사임당(여성) 두 후보가 강력했는데, 결국 신사임당으로 선정되면서 우리나라 지폐는 모두 문인이 되었다다. 물론 신사임당은 예술에도 천재성이 있었다지만 그 이유로 선정된 건 아니었으니. 


무튼 이공계열이나 여자를 넣는 것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던 마당에, 디자이너가 지폐에 들어가려면 100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눈물)

이야기가 약간 샜는데, 본격적으로 스튜디오 투어로 들어가보자!!



알바 알토 스튜디오

핀란드 디자인&건축 거장 '알바 알토'의 스튜디오 가이드 투어

주소 : Tiilimäki 20, 00330 Helsinki, 핀란드
가격 : 스튜디오 & 하우스 가이드 투어 30유로 (학생 및 시니어는 15유로)
시간 : 11:30 ~ 약 1시간 소요
홈페이지 : https://www.alvaraalto.fi/en/location/studio-aalto/
Tip :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으로는 하루 1번만 하고 지각(?)하면 절대 안 들여 보내준다. 사람이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약 15분 정도 미리 도착하는 것을 추천.

내가 간 날은 비도 오고, 사람도 유독 많아서 투어가 좀 늦게 시작했다.

약 20명 정도 근무하는 스튜디오. 직원들은 투어가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천장을 높게 띄우고 창을 넓게 쓰면서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해서 따뜻한 분위기였고, 원목 가구와 화이트톤 인테리어가 그걸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스튜디오에서는 실제 그가 작업한 건축도면이나 스케일 모형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었고, 가구는 만지고 앉아볼 수도 있었다. 어느 건축 사무소나 디자인 스튜디오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랄까.

저기 앉아 있는 니혼진은 엄마, 아빠랑 셋이서 놀러 온 거였는데 꽤나 깊이 있게 대화하는 것 같았다. (근거 없는 추측)

여기는 스튜디오의 전체 회의 공간이라고 하는데, 뻥 뚫린 천장과 큰 창 덕분에 분위기가 정말 따뜻하다. 가장 대표 작품인 스툴60을 포함한 의자들이 잔뜩 쌓여 있어서 마음껏 앉아볼 수 있다.


왼쪽 하단에 보이는 의자가 파이미오 라운지 체어. 결핵 치료 시설인 '파이미오 요양원'을 위해 디자인된 의자이다. 그당시(1920년대) 강철 튜브로 의자를 제작하던 게 대세였지만 요양원에서는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핀란드를 대표하는 자작나무를 활용했고, 제작하는데 3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때부터 우리가 알바 알토에 대해 알고 있는 유명한 가구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한 듯.

여기 이렇게 쌓여 있는 스툴60의 정식 이름은 'Stacking Stool Model No.60'이다.

스툴60이 유명해진 건, 이 나무를 ㄱ자로 휜 제작 공법을 개발한 것이 당시로서는 아주 혁신적이었다고 한다. 스태킹에 좋은 형태로 디자인된 것은 물론이고, 접착제를 가지고 다리를 휜 다음 나사로 상판과 붙이면서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다.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게 뭐가 대단하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한 디테일 없이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것은 좋다못해 위대하다. 실제로 해보면 정말 어렵다ㅠ 그리고 실제로 제품을 눈앞에 마주했을 때 오는 감동이 훨씬 더 크다.

사실 스튜디오는 전반적으로 건축 모형이나, 건축에 대한 설명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내가 그쪽은 배경지식도 없고 관심이 깊지 않아서 가이드 투어로 충분했다. 아마 건축을 공부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방문하면 더 좋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결정적으로 이 투어의 핵심은 앙증맞게 생기신 가이드였다. 또박또박 외운 멘트를 칠 때마다 엄청 귀여웠다. "알바르 알토~"라고 말하던 억양이 아직도 기억난다 (ㅋㅋ)



알바 알토 하우스

알바 알토의 생가 가이드 투어.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축가인 알바 알토의 철학이 집에도 담겨 있다. 어두운듯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사진 보정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자세한 정보는 스튜디오와 같음.

크게 하우스는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 앞쪽에 보이는 갈색문이 경계이다. 저 뒤쪽으로는 업무 공간, 저기부터 이 거실부터는 주거 공간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집은 역시나 큰 창을 통해서 볕이 잘 들게 설계가 되어 있다.

업무 공간은 스튜디오와 느낌이 비슷하다.

이쪽은 침실과 주방. 핀 율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건축부터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 소품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요즘 서울에서도 석촌호수 근처 카페 거리나, 성수 카페 거리 같은 곳을 가면 이런 손때묻은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생각이 났다.

앞에 어딘가에도 적었던 것 같은데, 북유럽은 겨울이 길고, 겨울이 되면 해 드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건축 설계할 때 자연광을 많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휴머니즘과 자연주의 건축가라고 표현하는데 누구보다 빛을 잘 이용해서가 아닐까.



국민연금협회

National Pensions Institute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국민연금협회' 건물 투어. 운이 좋아서 1:1로 가이드를 받았다!

주소 : Nordenskiöldinkatu 12, 00250 Helsinki, 핀란드
일정 : 투어 비용 무료. 매주 월요일, 금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하고, 이메일 신청 필수.
신청 : viestinta@kela.fi
Tip : 내가 간 날은 Mid-summer Eve라고 해서 북유럽에서 엄청나게 큰 공휴일이었고, 이메일로 목요일에도 혹시 가능한지 문의했다. 그랬더니 1:1 가이드를 받을 수 있었다. 두드려 보는 건 언제나 도움이 된다..!
입구인데 왠 감옥 같이 생겨서 놀랐는데 들어가면 실제로 경찰관이 기다리고 있다 ;; 알고보니 저게 동(Brass)이 모두 녹슨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금처럼 빛났었다고.

앞에도 적었지만, 원래는 Mid-summer Eve라서 투어하는 날이 아니었다. Mid-summer는, 우리말로 하면 하지절이라고 해서, 겨울이 긴 북유럽에서 낮이 가잔 긴 날을 기념하는 날로, 크리스마스 급의 국가적인 공휴일이더라. 그래서 Eve인 금요일부터 휴일이 시작되고, 금~일 동안 근교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다.


하필 이날이 겹쳐서 못듣겠다 싶었는데, 혹시나 하고 문의를 해봤다. 그런데 아주 흔쾌히 okay 메일을 받고 뛸듯이 기뻤다. 알바 알토 하우스 투어를 듣고 2시까지 가는게 약간 빠듯해서 부랴부랴 도착했던 기억이 있다.

앞에서 알바 알토에 대해 익히 보고 온 사람이라면 이제는 익숙할법도 한 그의 느낌..!

국민연급협회는 그의 건축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인데, 실제로 건축 설계 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부터 소품까지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옷걸이, 행거, 벽면의 타일까지도!!

가이드는 직원 한명이 서브 업무로 하는 일이었는데, 우선 국민연금협회(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연금공단일까..?)에서 투어를 한다는 것이 감동적이고, 꽤나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 편이라 두번 감동 받았다.

이쪽은 도서관인데 대여는 불가능하지만 실제로 직원들이 와서 열람하거나 업무를 하는 공간이라고. 상단에 있는 원형 창문 역시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한 설계이다.

건축과는 별개이지만 인상적이어서 찍었다.

현재 이 기관에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인데, 핀란드 역시 저출산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 중에서 이렇게 키트 형태로 지급을 하고 있는 것을 전시해두었는데 인상적인 건 이 정책을 통해 어떻게 출산율이 변했는지를 같이 보여준다.

건물을 쭉 지나쳐 식당 쪽으로 갔다. 으아닛..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건가요 흑흑.

특히 이 독특한 천장 타일은 국민연금협회 건물만을 위해서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저기서 밥 먹으면 나도 행복할듯.

마지막으로 전체 회의 공간. 투어하면서 이렇게 높은 천장에 창문을 만든 것을 뭐라고 표현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지금 찾아보니 Skylight 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누가 알려주세요.

건축 스케치 뿐만 아니라 스케일 모형 등 건축이나 디자인 관련한 작업물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전시관들 가보면 화려하게 만든 3D 조감도나 인위적으로 제작한 스케일 모형이 많은데, 그보다 건축가가 처음에 기획한 이 손때묻은 훨씬 감동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알바알토 스튜디오에서 이 그림이 그려진 파일 홀더랑 엽서를 샀다.


이 사소한 것들을 자산화할 수 있는 능력, 그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방식에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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