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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Dec 03. 2017

2.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디자인과 예술

8house, 스트뢰에 거리, Ordrupgaard 미술관, 핀율 하우스

코펜하겐에서 만난 디자인과 건축은 생각했던 것보다 다채로웠지만, 하나하나가 아주 화려하진 않았다. 코펜하겐은 검소하지만 투박하지는 않고, 세련됐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멋이 도시 전체에 살아 있다.




8 House

8 Tellet

신도시 지역에 있는 복합 주거 공간

주소 : Kalvebod Sti, 2300 København, 덴마크

위에서 보면 8자로 생긴 건물 모양의 이름을 따 8house, 혹은 big house라고 불리는 복합 주거 단지. 외레브로라는 신도시 지역에 생긴 건물답게 우뚝 선 건물 옆으로는 호수와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워낙 인터넷에 정보가 없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부로 들어가서 처음 찍은 사진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위로 올라가면 어떤 뷰가 펼쳐질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1층에는 카페가 있고, 옥상(?)까지 연결된 길이 있는데 쭉 올라가 보기 시작했다.

오르막을 쭉 올라가다 보면 각 집마다 베란다로 내부가 살짝살짝 보이는데, 아담한 크기의 복층 구조로 된 집의 거실은 각 나름의 인테리어를 뽐내고 있었다. 테라스에는 자전거, 유모차, 아이 장난감이 한가득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이렇게 집집을 구경하며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하늘에 닿아 있다.


건물 자체에서 느껴지는 세련미와 아름다움도 있지만, 건물을 따라 쭉 올라갈수록 펼쳐지는 새로운 광경(건축에서는 이것을 '시퀀스'라고 부른다고 한다고 책에서 알려줬다ㅋㅋ)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이 오르막은 자전거와 유모차 이용률이 아주 높은 코펜하게너들을 배려해 계단 없이 모두 오르막으로 만든 것 같다. 코펜하겐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든 도시이고, 통근/통학 자전거 이용률이 63%, 자가용 이용률이 10% 일만큼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

나 역시도 시티 바이크 이용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아서, 코펜하겐 여행을 간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사실 디자인이나 건축에 큰 관심이 없다면 굳이 찾아가기엔 어려운 장소일 수도 있다. 외레브로라는 외곽 지역에 있기 때문에 센트럴에서 전철 타고 편도 30분이 넘는다.

그래도 나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의 건물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좋았던 곳.




스트뢰에 거리

Strøget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같은 쇼핑 거리인 스트뢰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보행자 거리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개인 샵보다는 대형 브랜드가 많아서 기념품을 막 사기엔 어려운 곳이지만(ㅋㅋ) 눈은 즐겁다.

주소 : Vimmelskaftet 37, 1161 København K 덴마크
보통 영업시간이 오후 5시까지이기 때문에, 쇼핑할 계획이라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북유럽 대표 브랜드 H&M 부터, 명품을 비롯한 북유럽 유명 샵이 모두 모여 있는 거리이다. 가장 메인 광장 쪽은 이런 느낌. 노래도 하고, 사람도 많고, 우리랑 비슷하다.

레고 스토어, 일룸스 볼리후스(Illums bolighus), 로열 코펜하겐, 루이스 폴센 쇼룸, 헤이 하우스 등 1~3분 거리에 모두 모여 있고, 대충 둘러만 보고 올 생각이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쇼핑할 생각이라면 훨씬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야 한다.

현지인, 여행객 모두에게 유명 맛집이자 합리적인 가격으로 뷔페를 즐길 수 있는 '달레발레'가 가는 길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짜지만 꽤 맛있었고, 메뉴도 다양하고, 서비스도 친절하고,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 가격은 79dkk, 물값은 50dkk 였나 유럽은 물이 엄청 비싸다.

달레발레 Dalle Valle
주소 : Fiolstræde 3, 1171 København K, 덴마크
영업시간: 10:00 ~ 24:00 (일요일은 ~23:00)



일룸스 볼리후스

Illums bolighus

북유럽의 디자인, 리빙, 가구 브랜드를 총집합한 백화점.

주소 : Amagertorv 10, 1160 København K, 덴마크
영업시간 : 10:00 ~ 19:00 (금요일은 ~22:00, 일요일은 11:00 ~ 16:00
많이 걸어서 기운이 좀 없었는데도 1층부터 꼭대기까지 전부 다 꼼꼼히 돌아다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울렛, 백화점, 샵, 어떤 걸 떠올려봐도 이런 느낌의 건물은 없는 것 같다. 가구부터 작은 소품까지 안 예쁜 게 없는 곳. Hay 부터 이름 모를 브랜드까지 정말 다양하게 모여 있다.

여권을 회사에 놓고 왔었는데, 회사 친구가 가져다 줬었다. 고마워서 특별히 그녀에게 아르네 야콥센 디자인 보틀을 사줬는데 개발자 그녀는 별 감흥이 없었다..쥬륵

나도 회사 직원들 선물은 여기서 구입했다. 덴마크는 300dkk부터 택스 리펀이 가능하고, 한 매장에서 전부 구매했을 때 가능하다. 계산할 때 택스 리펀 해달라고 하면 아주 친절하게 해주신다.

길 가다 찍은 곳. 그냥 이리저리 걷다가 뉘하운 보트 투어 항구를 만나서 낼름 탔었던 기억이..



해이 하우스

Hay House

디자인 브랜드 'Hay'의 콜렉트 샵으로, 해이 브랜드 제품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 제품으로 꾸며진 쇼룸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소 : Østergade 61, 1100 København K, 덴마크
영업시간 : 10:00 ~ 18:00 (토요일은 ~17:00, 일요일 휴무)

아마 한국에서는 경리단길에 샵이 있다고 아는데 가본 적은 없다. 이때는 약간 지쳐서 사진을 제대로 못 남긴 게 아쉽다 ㅠㅠ 구경하다가 소파에 앉아서 한참을 멍 때리고 있었던 기억이..

Samsung Serif TV (출처 : pinterest)

딱 소파에 앉았는데 눈 앞에 삼성 세리프 TV 가 있었다. 왠지 반가웠던ㅋㅋ 실물로 본건 처음이었는데 아주 예쁘더라.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공간 자체가 예쁘고 좋아서, 디자인 브랜드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가보길 추천하는 곳.



Ordrupgaard 미술관

덴마크, 프랑스의 19~20세기 상설 콜렉션과 전시를 볼 수 있는 미술관.

전시도 좋고, 건물 자체도, 내부도 정말 예쁘다.

주소 : Vilvordevej 110, 2920 Charlottenlund, 덴마크
시간 : 화~금요일 13~17시, 공휴일 11~17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 110dkk (19,000 ~ 20,000원 정도. 핀 율 하우스와 함께 입장 가능)
영문 사이트 : http://ordrupgaard.dk/en/

아마 아는 사람은 딱 보고 눈치를 챘을 수도 있는데, 자하 하디드가 건축한 미술관이다. 지붕 위에 잔디가 있는 독특한 구조인데 자세히 알아보고 가지는 않아서, 그냥 특이하구나.. 하고 왔음.

전시관끼리 이어주는 복도인데, 아마 저 자리에 항상 전시 타이틀을 타이포 스티커로 붙여서 그림자가 들어오게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쁘다.

인상주의 화가 Pissarro의 전시를 볼 수 있었는데, 북유럽 여행 중 만난 미술관에서 의외로 인상주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이 안되어 이 사진으로 대체합니당

북유럽 예술은 파리, 로마와 같이 중세 시대부터 유럽 예술의 중심지였던 곳들에 비해 덜 발달했다. 그렇다 보니 유명한 화가나 작품이 많진 않은데, 그래도 메인 스트림을 따라가려고 꽤나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다만 과거에는 척박한 환경과 부족한 자원 때문에 발달할 수 없었던 그 예술적 감성, 실용주의가 현대에 와서 미니멀리즘으로 승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역시 타이밍은 만고의 진리..!

실외 공간이나 정원 조성도 잘 되어 있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서 전시 구경하고 한숨 돌리시는 걸 보니 삶의 여유도 느껴지고, 이 나라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는 이런 거구나- 알 수 있었다.

나는 시티 바이크 반납 시간 때문에 부랴부랴 나왔지만 여기서 좀 더 쉬다 왔어도 좋았을 듯.



핀 율 하우스

Finn Juhl House

디자이너 핀 율의 생가. Ordrupgaard 미술관과 함께 운영

주의할 점은 핀 율 하우스는 16시 45분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면 먼저 이곳을 보고 오드럽가드 미술관을 보아야 한다.

사실 핀 율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게 뭐라고 생가로 만들어 놓냐..'라고 생각할 법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나도 잘 모른다. (응?ㅋㅋㅋ) 내가 아는 것도 곡선미를 살려서 장인 정신을 가구에 담은 디자이너라는 것.. 정도..였다. 좀 더 풍성한 내용을 위해 추가해본다 ^^7

디자이너들은 제품에서 '곡선'을 쓴다는 것, 디테일을 유려하게 뽑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나는 하라고 해도 못하쥬.. 목업바보는 그저 물개박수 칩니다.
'왕의 의자'. 덴마크 국왕이 전시회에서 앉아보면서 별명을 얻었고, 핀율이 유명해졌다. 현재는 전세계에 78개 밖에 없고 해외 덴마크 대사관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지체어 No.45는 핀 율을 대표하는 의자로, 나무를 깎은 것이 아니라 빚은 듯한 곡선의 팔걸이를 가진 의자로 유명하다.


핀 율은 '가구도 예술이다'라는 말을 직접 했을 만큼,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심미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완벽에 가까운 조형물을 만드는 것 같다. 다만 양산 체제에 익숙한 나에게는 다소 공예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왕의 의자, 109체어 등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모든 가구를 직접 만들고 사용했기 때문에 손때의 흔적이 남아있었달까.

핀율은 건축가로도 유명한데, 집도 당연히 그가 직접 설계했다. 북유럽은 해 드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창을 크게 내는 편이다. 자연광+디자인 가구 = 예뻐서 죽음

따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거나, 가이드가 있는 게 아니라서 사실 좀 더 자세히 알 수 없었던 게 아쉽다. 헬싱키에서 알바 알토 스튜디오와 하우스는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이 꽤 유익했기 때문에.




왠지 다 쓰고 보니 알맹이는 없고 겉핡기만 한 느낌이랄까..

근데 내가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게 이 정도고 행복하다면 이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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