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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Dec 03. 2017

1. 북유럽 디자인 기행을 시작하며

여행 준비 과정, 전체 목차

지난 6월 여행을 다녀오고 이 기록을 어떻게 남길까 고민을 꽤 했었다. 거창하게 쓰려니 엄두가 안 나고, 간단하게 쓰자니 심심하고. 나중에 떠올렸을 때 기억날 정도로만 기록하자는 의미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온전히 추억의 기록과 내가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는 용도로 쓰되, 혹시나 여행하실 분들을 위해 정보를 양념처럼 뿌렸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두둥!


왜 북유럽이었나?


남들이 가는 곳을 가고 싶지 않았다.

빠리, 로마, 동유럽, 미 서부, 뉴질랜드 등 많은 후보군이 있었지만 큰 감흥이 생기는 곳이 없었다. 요즘은 SNS에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남들이 많이 가는 곳은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예쁘고 힙한 것을 보면 행복한, 나름 산업디자인 전공생. 언제나 로망을 품고 산다. @페이퍼샵, 헬싱키

나한테 조금 더 의미 있는 곳이 없을까? 라는 고민.

아마 4월쯤이었던 것 같다. 창업하고 4년 만에 처음 가지는 긴 휴가였다. 이 2주를 어떻게 활용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그즈음 1년 간 Data driven 형태의 마케팅을 직접 리딩해서 목표를 달성한 직후였다. 숫자로 대변되는 짜릿한 성취를 맛보았고, 꽤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브랜딩/디자인적 방향성이 흐려진 것에 대한 걱정과, 좀 더 말랑한 감성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북유럽식 디자인이야 워낙 주류가 된 지 오래라 항상 조금씩 관심은 있었다. 거기다 북유럽식 정책, 복지, 교육 제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던 터라, 퍼뜩 '북유럽을 갈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 사실 더 생각할 필요 없이 '이거다' 싶었다.


코펜하겐IN, 프랑크푸르트OUT

그래도 우리 언니와 형부가 있는 독일은 마지막에 찍고 오기로 마음을 먹고, 덴마크~스웨덴~핀란드로 이어지는 도시 위주의 디자인 기행을 컨셉으로 잡고 항공권을 결제했다.




사전 준비

SNS 후기가 아닌 독서를 통해서 '북유럽의 삶'을 공부하기

당연히 필요한 항공권, 숙박 예약 같은 것들 말고, 내가 했던 진짜 중요한 사전 준비는 '공부'였다.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디자이너, 건축, 여행지 등 다양한 키워드로 약 1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겹치는 내용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의미가 있었던 독서.

노르딕 소울 Nordic Soul

실제로 가장 처음 읽었던 '노르딕 소울'이라는 책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다. 북유럽 삶의 가치를 5가지의 중요한 키워드로 묶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예술가,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노르딕 소울'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이는 말은 아니고 아마 저자가 집필하면서 지은 제목인 것 같은데, '휘게 라이프'와 같은 단어보다 더 심층적으로 그들의 삶을 담은 표현인 것 같다.

5가지 키워드와 목차는 아래와 같다.

인간(Humanity) : 뭉크, 구스타브 비겔란, 칼 밀레스, 일렉트로룩스, 스카니아, 볼보

평등(Equality) : 스벤스크텐, 이탈라(협업의 가치), H&M, 로비오(앵그리버드), 무민

신뢰(Trust) : 로얄 코펜하겐, 이케아, 레고, 아크네

자연(Nature) : 말괄량이 삐삐, 알바알토(스툴60), 도무스 체어, 마리메코, 한스 베그너, 핀 율

미니멀리즘(Minimulism) : 피스카스, 오레포쉬, 압솔루트, 폴 헤닝센, 뱅앤올룹슨, 아르네 야콥센, 베르너 팬톤


우선 북유럽 하면 오로라로 대변되는 극지방의 대자연을 상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인테리어나 디자인 분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미니멀리즘'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었는데,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인간-평등-신뢰'로 이어지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의 가치관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다섯 가지가 서로서로 맞물려서 왜 지금의 사회 분위기, 교육 제도, 예술/디자인적 산물이 탄생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작 10일이지만 그들의 삶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책을 읽는 내내 떨리고 흥분됐다.

거창한 여행지보다 더 좋았던 평범한 지하철. 그들 틈바구니에 녹아 있는 시간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달성했다. @8house 가던 길, 외레브로 지역 어딘가

그 외에도 북유럽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삶을 담은 '친절한 북유럽', 두 20대의 북유럽 여행기를 그린 '북유럽처럼'과 같은 책부터,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현대 건축의 이해' 같은 관련 분야 책까지 읽으면서 여행 일정을 짜기도 했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에 대해 오랜만에 상기할 수 있었고, 심지어 오랜만에 제품 아이디에이션까지 하면서 꽤 능동적이고 즐거운 독서를 했다.

작은 소품부터 건물 창틀까지. 그들의 감각은 어찌 이리 세련미가 넘칠까? 감탄에 감탄을 마지 않는다. @일룸스 볼리후스, 굳라이프 카페, 로젠달 가든, 핀 율 하우스

아무래도 단편적인 여행 소감만을 적은 블로그 글보다는 훨씬 깊이감 있게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고, 내가 여행 가서 뭘 보고 느껴야 할지에 대한 기준도 스스로 세울 수 있었다. (물론 일정과 예산 계획 짤 때는 각종 블로그, 카페 후기를 많이 참고했다.)


필름 카메라

왠지 찍어 오면 예쁜 사진이 나올 것 같아서 무작정 질렀다. 중고나라에서 26만 원에 '라이카 미니줌'이라는 모델을 구매했다. 얼마나 무작정 질렀냐면, 자동카메라인 것을 구매하고 나서 알았다. 즉 수동으로 아무것도 조절할 수 없는 똑딱이 카메라다.

덕분에 나 같은 초보가 찍기에 쉬운 것이 최대의 장점이고, 어쨌든 사진이 예쁘게 나오니까 괜찮다! (필카 is 뭔들)

본 회차에 있는 사진은 전부 필카로 찍은 사진인데, 나같이 필카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혹시나 싶어서 유럽 가기 전에 한 달 동안 필름 1 롤은 연습용으로 찍으면서 감을 익혔다.

(실제로는 라이카 미니줌 말고 미러리스 카메라인 Sony NEX-3n랑 아이폰5S로도 열심히 찍었고, 삼각대까지 챙겨서 갔다.)

 

무튼 나는 이렇게 노르웨이를 제외하고 덴마크(코펜하겐) - 스웨덴(스톡홀름) - 핀란드(헬싱키)에서 10박, 그리고 독일에서 3박을 거쳐 약 2주 동안 잔잔하고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왔다.



목차

일자별로 내가 다녀온 루트를 쭉 나열하는 단순 여행기보다는, 내가 의도했던 주제 안에서 얼마나 이루었는지, 그 외에는 다른 무엇을 느끼고 보았는지 위주로 쓰고 싶었다. 그에 맞게 목차를 설정하고 내용을 구성했다.


1. 시작하며 - 여행 전

왜 북유럽인가?

책 읽기와 필름 카메라

목차

2. 코펜하겐에서 만난 디자인과 예술

8house

스트뢰에 거리

Ordrupgaard 미술관

핀 율 하우스

3. 헬싱키에서 만난 디자인과 예술 - 알바 알토

알바 알토에 대해

알바 알토 스튜디오 & 하우스

국민연금협회 투어

4. 헬싱키, 스톡홀름에서 만난 디자인과 예술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 키아즈마 현대미술관

스톡홀름 쇠데르말름

스톡홀름 포토그라피스카 사진미술관

5. 구로 주민의 힙스터 코스프레 - 힙스터 동네 뽀개기

코펜하겐 뇌레브로

코펜하겐 베스터브로

헬싱키 칼리오

6. 저 여기서 살면 안돼요? 로컬 틈바구니에서 놀기

코펜하겐 길거리

스톡홀름 로젠달 가든

스톡홀름 미스터 프렌치

7. 코펜하겐 주요 관광지

뉘하운 (+보트 투어)

프레데릭스버그 궁전 & 박물관

프레데릭스버그 공원, 티볼리 가든, 크리스티아니아, 아시스텐스 묘지

8. 스톡홀름, 헬싱키의 주요 관광지

스톡홀름 : 시청사 탑투어, 감라스탄

헬싱키 : 수오멘린나 요새, 마켓광장, 헬싱키 대성당-우스펜스키 대성당, 유명 맛집

9. 여행 팁

여행 루트 및 최종 지출 내역

북유럽 여행 팁

10.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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