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도니 Aug 31. 2022

세상의 안쪽; 나의 가장 바깥쪽

2. 옷 입기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시원하다. 가을이 오려나? 하늘엔 예쁜 구름들이 기분 좋게 걸려있고, 한 손에 라테를 들고 출근을…. 내 정신 좀 봐, 출근 전에 일어나는 일 대해 이야기한다 던 게 옆길로 새버렸다.


출근 전 시간 그러니까 아침을 여유롭게 보내는 편이다. 이게 출근이 10시까지 것도 있지만, 지금 사는 집이 채광이 지나치게 좋은 바람에 일곱 시 전에 눈이 떠지는 것 때문이기도. (이게 단점이기도 한데, 주말에도 심지어는 과음한 다음 날에도 늦잠을 못 잔다.) 일어나서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3km 정도 러닝을 하기도 하고, 청소나 뭐 그런 걸 하고 씻으면 8시. 그럼 본격적으로 나의 데일리 루틴, 오늘 뭘 입을까 시간이다. 실은 이 내일은 뭐 입을까는 전날부터 시작된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내일 뭘 입고 출근할지 상상해본다. 요컨대 이런 식. 요새 비가 와서 화이트 진 못 입었는데, 내일은 비가 안 온다는데 그걸로 입고, 음 저녁에 러닝이 있는데 러닝화 따로 챙기기 싫으니까 러닝화 신고 가는 걸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그 화이트 진에 어울리는 상의를 찾아 입고, 거기에 맞는 머리를 한다. 오늘은 짐이 많으니까 에코백을 들자. 아니면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폼러너 안 신은지 제법 됐다는 게 생각났다. 오호 그럼 내일은 오랜만에 폼러너를 신는 거야. 거기에 이번에 새로 맞춘 뿔테 안경을 써야지. 폼러너에는 바지통이 큰 게 예쁘니까 핏이 방방한 리넨 바지를 매치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니까 마로된 셔츠를 입어 볼까. 머리는 집게 핀으로 고정해야지. 오늘은 짐이 적으니까 프라이탁 하이파이브오를 들자.

그렇게 해서 입은 착장

물과 기름을 흔든 뒤 방치하면 층이 분리된 뒤에도 계면은 약간 에멀젼처럼 남는데, 내겐 옷이란 게 이 에멀젼 같다. 세상과 내가 유화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아주 얇은 막. 그 얇은 막으로 나와 세상이 상호작용한다. 옷은 나(물)와 세상(기름)이 접하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외부적 상황(날씨, 직업, 운동, 장소 등등)이 나라는 개인의 신체 가장 바깥면에서 만나는 거다. 예를 들면, 러닝 할 때 복장은 클라이밍 할 때와는 다르다; 이건 외부적 상황. 나는 아웃도어용 브랜드로 나이키, 챔피온, 그라미치를 좋아한다. ; 이건 내 개인적 상황. 러닝할 때는 나이키를 입고, 클라이밍할 때는 그라미치를 입자. ; 에멀젼 탄생! 약간 화학반응 같기도 하다. 여기에 변수가 더해지면, 생리를 하는데 러닝 할 때 흰색 바지는 좀 부담스러우니 까만색을 입고, 머리를 안 감았는데 오늘은 묶고 뛸까… 요런 거? 나는 옷으로 에멀젼을 만들어 세상과 섞이고 싶으면서도, 이 불안정한 에멀젼이 내 개성을 보호하기 위한 방파제가 됐으면 한다. 때로는 얇게 어떨 땐 두껍게. 그래서 향수랑 메이크업도 좋아한다. 내 표면에서 일어나니까. 물론 향수는 좀 더 멀리 퍼지긴 하지만.


물론 옷을 좋아하는 취미에도 단점은 있다. 돈도 많이 들고, 비싸게 주고 샀는데 웬일인지 잘 안 입어지고, 옷장은 점점 비좁아지는? 뭐 모든 취미에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매일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어서 좋다. 행복하다.


좀 더 쌀쌀해지면 트렌치코트를 꺼내야 할 거 같다. 폼러너를 신고 놈코어 룩을 연출해도 재미있을 거 같다. 요새 흰색 옷만 너무 입었다. 까만색 옷을 입으면 외소해 보여서 피했는데, 양감이 있는 까만색 진을 사서 도전해볼까. 아 그전에 가을에 러닝 하려면 긴바지 운동복부터 필요하겠다.


아래엔 좋아하는 각종 브랜드.


흰색 진, 린넨 바지, 파란색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 모두 아르켓

옷 : 최근에 빠진 브랜드는 아르켓. 코스를 입어보고 싶어서 늘 기웃거렸지만, 코스의 색감과 분위기가 너무 안 어울려서 포기하던 차에 발견한 브랜드. 사이즈가 잘 맞고 핏이 딱 떨어진다. 트렌드도 잘 따르고, 소재도 좋다.


뒤: 라씨, 앞: 하이파이브오 모두 프라이탁

가방 : 요즘 매일 들고 다니는 건 프라이탁 라씨와 하이파이브오. 비올 때도 아주 굿. 모던, 애슬레저, 캐주얼 어떤 룩에도 잘 어울린다. 타프가 예쁘게 프린팅 된 가방을 구하는 게 조금 어려움 점? 압구정점이 물건이 다양한 편이다.


좌 : 프레드릭 말 로디베, 우 : 톰포드 카페로즈

향수 : leau dhiver- frederic malle, cafe rose - tomford. 나는 시간이 지나 체취와 섞였을 때 조화롭고 복합적인 향을 좋아한다. 두 향다 약간 무거운데, 로디베는 베이비파우더향, 폼포드는 빈티지한 장미향이 난다.


좌: 폼러너, 우 : 타비 하이탑

신발 : 폼러너-이지, 타비슈즈-마르지엘라. 패션 아이템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신발. 옷이 무난할 때 신발에 힘을 주자! 와이드 팬츠가 유행이라 폼러너가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다. 타비는 너무 귀여운데, 신고 벗기 불편하다. 오래 걸으면 엄지랑 검지 발가락 사이가 아프다. 근데 오래 안 걸으면 그만이다.


최애 유튜버 런업

유튜버 : 런업​. 패션 전문 유튜버는 아니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이것저것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패션. 테크도 하고 주로는 브이로그. 전에는 브이로그에서 러닝하는 것도 짬짬이 올렸는데 요새는 잘 안 하시네. 영상미가 좋아서 자주 본다.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