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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도니 Aug 23. 2022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자

1. 글 쓰기


일주일 전의 일이다. 같은 직군의 사람들 모임이었는데, 거기서 한 선배와 친해졌다.


나: 선배, 나 일에 흥미가 없어. 인생의 1/3을 일하며 지내는데 그 시간이 재미가 없다면 어떡해야 해? 내 친구는 자기 일이 너무 좋대. 재밌대. 근데 난 아냐. 잘 모르겠어.

선배: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


대화는 대략 이랬다. 선배는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군대 다녀와 사회생활한지는 6년 차, 자기 사업 두 개 그리고 무엇보다 멋있는 점은 자기 일을 즐겼다.


그날로부터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거라…??  커피 마시는 ? 커피 마시는  좋아하면 주말에 바리스타를 배워볼까? 근데 금요일에 과음하면 주말엔 늦잠도 자고 해장 러닝도 해야 하는데. 아님 향수?? 그럼 조향을 배워 봐야 하나??  맞아  포드 자스민루즈  좋던데, 복직 기념으로 자신을 위한 셀프 선물해볼까…?  비싸지 않나?  맞아, 저번에 받은 상품권이 있었지. 어디 보자 그게 무슨 백화점 상품권이었지? … (중략) 사고의 흐름은 이런 식으로 이어졌고, 당최 집중할  없었다. 좋아하는  찾기는 잠정 중단. 삼십  초반,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모르다니. 아니 애초에 그런  없는  아닐까. 나라는 인간은 정말!!


어제도 목 끝까지 이불을 덮고 내가 좋아하는 거 찾기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면 이미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할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 그게…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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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폭소가 터졌다. 아니 맨날 하면서 이걸 이제 생각해냈다고? 그리고 곧이어 엄청난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물론 이게 ,  돈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애초부터 돈벌이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벌이가  만큼의 능력이라는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리고 앞서서  좋아하는  찾는 고민도 결국엔 러닝으로 끝났지 않던가.

2020년 9월. 2년간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제대로  글은 작년 12월을 끝으로  반년   썼다.  썼다기보단  썼다. 변명이지만 시험 준비하고, 취직하고, 이사하고, 이직하고  이직하고그러느라. 8개월 동안 제법 험난했다. 그래도  와중에 글을 쓰려고   메모장에 남아 있기는 하다. 이걸 손볼까 하다 이전 직장에서 마음고생한 것도 같이 떠올라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전에 쓰던 글. 지금은 세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다.


신문사의 문학상을 받은 친구에게 그런 적이 있다. 글 쓰는 거 힘들지 않냐고. 그 친구는 우울증을 앓았었는데, 글을 안 쓰면 죽을 거 같다더라. 그래도 살려고, 다만 살려고 쓴다 그랬다. 내 경우는 음… 일종의 살풀이다. 나를 위한 굿판. 내 영혼이 춤추고 뛰놀게 하고파 글을 쓴다. 내 한을 풀어주고, 대화로 충족되지 못 한 아쉬움도 상처도 글로 써 내려간다. 친구와 나 모두 살(生, 煞) 때문에 글 쓴다.


실은 올해 2분기까지 무지 힘들었다. 이주 전엔가? 사주를 보러 갔더니 점쟁이 말이 올 해는 이별 사주란다. 직장에서 불화가 생기고, 친구, 가족이랑 멀어지고,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내년이 되면 남자 친구도 생기고, 사업도(?) 할 거니까 4개월을 마저 더 버텨보라고. 그리고 러닝이나 하라길래, 이미 하고 있다고 하니 잘 했단다. 잘 했다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칭찬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그것도 점쟁이한테.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남은 4개월을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하며 보낼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려한다. 그 첫번째가 글 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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