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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도니 Dec 12. 2021

내 영혼의 고향 스타벅스

일상 감상문


나는 스타벅스에 충실한 편이다. 더러는 나 같은 사람을 스벅충(忠)이라고도 하더라. 뭐 십 년 넘게 다녔으니 이만한 충정도 없다. 스타벅스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대부분은 지나치게 점포가 많다, 커피가 맛이 없다, 종이 빨대 극혐이다 등의 이유인 것 같다. 아 물론 마지막 의견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 그중 하나가 점포가 많아서다. 엄밀히 말하면 어디에나 있어서.

2018년도에 갔던 상해 스타벅스 리저브 로터리

어디에나 스타벅스는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 매장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 강남 한복판에 있는 매장이나 해운대에 있는 매장이나 별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내게 친숙한 공간이 도처에 있다는 게 나를 안심시킨다. 낯선 도시의 말투, 분위기가 이방인인 걸 상기시켜도 적어도 스타벅스는 내 나와바리인셈. 그래, 스타벅스가 내 영혼의 고향이라면 내게 엄마 집밥 같은 곳도 있다. 바로 버거킹이다.


공부하학과 건물엔 버거킹이 었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나  오는 , 아니면 교내 식당 메뉴가 별로인 날이면 주로 거기서 우곤했다. 어떤 날은 와퍼만 일주일에   먹었다.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일전에 학과 선배   분이 유럽 여행 중에 버거킹에서 와퍼를 먹다가 고향의 (?) 느꼈다고. 그분이  느끼셨던 것도 그런  아닐까. 언어도 시간도 다른 나라에서 내가 아는 곳을 만났다는 안도감. 더불어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주문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와퍼, 그냥 와퍼라고만 말하면 된다. 그럼 .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는 보편성이 좋다. 기프티콘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보내고, 약속 장소를 가까운 스벅으로 한다. 이런 선택에 “무슨 메뉴를 주문해야 하지?” “카페가 별로이면 어쩌지?” 같은 고민은 없다. 나는  브랜드를 알고 있고 기프티콘을 받은 사람 혹은 나와 스벅에서 만날 사람도 스벅을 알고 있다. 스타벅스의 분위기 메뉴 그리고 서비스를. 그래, 스타벅스는 단순한 카페 혹은 하나의 단어를 넘어 하나의 상징 같은 걸지도. 비단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사용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남긴다. 그게 아마 브랜딩이라는 거겠지?


, 브랜딩을 말하려던 건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상징들을 자연스럽게 독해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의 삶은 상징으로 가득하다. 현대인은 문학시간에 메타포를 이해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상징을 이해한다. 우리는 마켓 컬리와 쿠팡 로켓 배송 사이의 뉘앙스를 알고 있다. 그런 뉘앙스는 아이폰과 갤럭시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설령 트렌드가 바뀌어, 기존의 것들이 새로운 상징들로 대체될지라도 우리는  변화 조차도 익숙하다.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 인스타로 갈아타듯이 말이다. 우리의 생태계는 이렇다.

아름다운 스위스

소설 <달과 6펜스>에서 스트릭랜드는 런던을 떠나 타히티에서 고향을 느낀다. 나는 일전에 스위스에 갔을  너무 당황했다. 스위스가 휴대폰에서  그런 모습일  알았는데 실제 하는 자연을 보는 순간 너무 어색했다. 맑고 청량한 공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색깔을 하고 있는 호수, 그림으로 그려야  진짜 같을  같은 설산들 그리고  호수 색깔의 눈을 가진 친절한 스위스인들.


인스타  유럽은 다들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다. 그렇게 사진을 내리다 보면 스위스가 나온다. 여전히 인스타  스위스는 너무 예쁘지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와이파이  터지는 스타벅스에 앉아 시즌 음료나 먹으며 인스타로 구경하는 쪽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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