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을 변론하다
현대미술이란 넓은 의미에서는 20세기의 미술을, 조금 좁은 의미에서는 20세기 후반의 미술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대미술’ 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0세기 후반의 미술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20세기 후반의 미술, 특히 평면적인 그림인 회화에 초점을 맞춰 글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현대미술은 입체파,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등의 유파를 포함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은 분야이다. 이러한 현대미술에는 많은 비판들이 따라온다. 대표적으로는 그려놓은 것이 별로 없는데 비싸게 팔린다는 비판, 너무 난해하다는 비판, 전문성이 없어보인다는 비판 등이 있다. 저게 어떻게 미술이냐, 유치원생의 그림과 구별을 못하겠다 등의 조롱도 받곤 한다. 대중적으로 잘 그린 그림이라 평가받는 과거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에 비해, 현대미술은 어쩌면 지나치게 많은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미술은 예술 사조의 한 흐름이며, 우리가 정말 ‘예술’이라 생각하는 르네상스, 인상주의 미술처럼 정당한 미술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이 생겨나게 된 배경은 이렇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미술을 선도했던 미술가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고, 미국 정부에서도 미술부흥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특히 뉴욕이 미술의 중심지가 된다. 여기서 추상표현주의라는 미술 사조가 생겨나는데, 미국의 미술가들은 기존 회화의 관습을 벗어나려고 하면서 작품에 새로움과 창의성을 강조하고, 철학적 사유나 신념을 숨겨놓는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표현을 하되, 작가의 감정을 담아서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 사조가 탄생하게 된다. 이 사조를 출발점으로 하여서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의 형태를 거쳐 오늘날의 현대미술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사진기의 등장도 현대미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사진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림이 사진의 역할을 했었는데, 사진기가 등장하면서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점점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이에 위기를 느낀 화가들은 작품을 풍부하게 채우는 것이 아닌, 색을 빼거나 형태를 빼는 등 요소를 하나씩 빼 나가며 자신의 작품에서 새로움을 찾아나간다. 이러한 것들이 현재 현대미술에도 영향을 주어 하얀 캔버스만 있는 작품, 점만 찍혀있는 작품 등이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미술은 시대를 거쳐 우리의 관점이 달라짐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등장한 미술이다. 미술의 흐름과 디자인의 흐름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로코코 양식이 유행했던 시절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데스틸 시대를 거친 현재의 디자인 트렌드는 미니멀리즘, 깔끔, 심플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현대 사람들이 화려한 장식의 가구가 가득한 집보다는 세련되고 간결한 인테리어의 집에서 살고 싶어할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미술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간다. 로코코 양식이 인기를 끌던 시절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라는 작품처럼 풍부한 색채와 생동감과 입체감 있는 그림이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타일 중 대표적인 스타일로 심플함을 넘어 단순하게까지 느껴지는 스타일도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대미술을 단순히 모더니즘, 미니멀리즘의 흐름을 따라가는 미술이라 칭할 수는 없다. 현대미술 내에서도 다양한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의 주요한 흐름은 디자인의 흐름과 비슷하다. 이렇게 디자인과 미술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미적 기준을 유사하게 맞춰가며, 현대 미술도 이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현대미술이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가 있다. 우리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가구와 달리 평면적인 회화는 한계가 존재한다. 가구, 인테리어는 손으로 만지고 직접 생활속에서 체험할 수 있지만 그림은 눈으로 감상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집에 미술 작품을 걸어두는 미술 애호가를 제외하고 미술은 가구보다 더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대미술이 디자인의 흐름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평면으로 구현해내려다 보니 조금은 난해해지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대미술의 대중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미술과 대중이 함께 개선해 나가야할 점이다. 소수의 미술 애호가들이나 투자자들이 현대미술 그림을 주로 구매하는데, 미술 작가들은 그림을 팔아서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대중들보다는 미술 애호가들이나 투자자들의 취향에 어느정도 맞출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대중들도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뭔가 접근하려면 어느정도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대미술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그냥 미술관 같은 곳에 가서 자신이 작품을 보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술은 자유의 분야이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인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과거에 비해 전시가 발전해서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현대미술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대중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고, 화가들도 조금 더 대중에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현대미술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고평가를 받는 유명한 화가인 고흐, 렘브란트, 모네의 작품도 그 당시에는 팔리지 않거나 사람들의 비판, 조롱을 받았었다. 하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어떤가. 대부분 세 작가의 작품을 매우 칭찬하고, 훌륭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의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에게까지 유명한 것을 보면, 정말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다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지금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미래에서는 현대미술을 자연스러운 미술 사조의 흐름 중 한 단계로 배우며, 우리가 과거의 작품을 보며 그랬듯이 미래의 사람들도 현대미술 작품들에 감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과거를 답습하기만 하면 발전과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미술은 의의가 있고, 우리는 이를 정당한 예술의 한 분야로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 대학교 1학년 1학기 시절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