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짝사랑

자기 서사를 주제로 대학 과제로 제출한 글

by 찬란

나는 창작을 짝사랑하는 사람이다.


초등학생 때까지 나의 꿈은 작가였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까끌까끌한 재생 용지를 나눠주며 감상문 따위를 쓰라 할 때, 다른 친구들은 툴툴댔지만 내 마음은 종이를 나만의 언어로 채워나간다는 설렘으로 반짝였다. 활자에 늘 나의 숨을 불어넣고 마음을 담았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글쓰기 대회나 백일장에 나가면 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부끄럽게 돌아왔다.


처음 교복을 입어본 시절로부터 한 해, 어쩌면 두 해가 지날 즈음 나는 디자인을 사랑하게 됐다. 세상의 새로운 것들을 탐구하고 배워나가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다양한 것들을 시각적으로 새롭게 표현해 내는 일은 황홀하게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글을 사랑했지만, 이것이 나의 업무가 되어버린다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제일 좋아하는 츄파춥스 딸기우유맛 사탕을 조금씩 아껴먹던 것처럼, 빨리 먹어버려 다 녹아 없어지기를 원치 않았다. 글과 디자인 둘 사이의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암튼 나는 창작을 사랑했고, 그중 디자인과 삶을 같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글과 디자인은 별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듯하다. 짝사랑은 정말이지 괴롭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다. 내 머릿속은 늘 많은 생각들로 복작거렸다. 이를 글로 풀어내봐도 탐탁지 않았고, 말로 하는 것은 수정하고 싶은 후회들을 남겼다. 이제는 전공란에 디자인 세 글자를 적은 지 3년째 되어가는 사람이지만, 아직 이에 떳떳할만한 실력을 갖지는 못했다. 어도비 프로그램의 흰색 배경의 창 앞에서 나는 늘 사랑을 얻고 싶어 절망한다. 펜 툴을 클릭하고 갈 곳 없는 마우스를 쥐고 수만 번의 고민을 한다. 멋있는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기도를 늘 한다. 내 기도는 아직 이뤄진 적이 없다.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내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글자들로 잘 녹여서 풀어내고 싶다. 유명한 작가들의 삶과 글을 읽어가며, 글을 써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세상에서의 첫울음을 우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말하건대, 나도 글을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 느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잘 쓰고 싶다. 잘 쓰고자 하는 욕심은 문장을 열고 닫기를 참 어렵게 한다. 나는 따뜻하고 잔잔하며 아름다운 색들을 좋아하나 무채색에는 마음이 가지 않는데, 나의 글에는 왠지 모를 차가운 회색빛이 감돈다. 내 특유의 문체인 짧은 문장들의 정제된 나열 방식을 벗어나, 글 위에서 찬란하고 자유로운 춤을 추고 싶다.



창작도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사랑을 이루고 싶은 부끄러운 나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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