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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Sep 03. 2021

[소공녀 리뷰] 그래서 넌 어떤 인생이 살고 싶은데?

남기고 싶은 것에 관하여

영화 '소공녀'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한 까치 그리고 남자친구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이 세 가지가 그녀의 인생에 유일한 안식처다.



난방이 되지않아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눌수도 없는 만 원짜리 월세방을 쿨하게 포기하는 대신, 그녀는 만 삼천 원짜리 싱글몰트 위스키 한 잔과 사천 원짜리 담배 한 갑을 매일 즐기는 홈리스의 삶을 선택한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온 그녀는 집을 구하는 동안 대학시절 같이 밴드를 하던 친구 다섯 명의 집을 전전하게 된다.



대기업에 취직한 한 친구는 과중한 업무에 점심시간마다 링거를 맞으며 매일을 버틴다. 결혼 후 가정을 이룬 그녀의 베프는 누군가의 부인, 며느리, 엄마가 되어 본인의 삶을 잃은 채 가족들의 뒷바라지만을 하며 살아간다. 한편, 한 친구는 평생을 함께할 여자를 만나 20년 대출로 집을 구입했지만 그 여자는 떠나고 이자만 매월 100만 원을 부담하며 폐인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늙어서까지 결혼을 하지 못하고 노총각으로 남아 캥거루족이 되어 온 가족의 목표가 결혼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친구인 정미는 취집에 성공하여 으리으리한 집과 가정부를 둔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지만 자기 자신은 잃은 채 껍데기만 가지고 남편의 눈치를 밥 대신 먹으며 살아간다.



대조적으로, 미소는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지만 가사도우미 일을 해서 버는 사만 오천 원으로 매일 만 천 원짜리 위스키와 사천 원짜리 담배와 함께 매일 하루를 즐기며 살아간다.




몇 년 전의 나는 미소와 많은 점이 닮아있었다.


오히려 가진 게 없었던 그 시절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더 명확했고 나 자신에게 솔직했었던 것 같다.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조금은 지저분한 집에 살더라도, 길가의 카페에서 마시는 와인 한 잔과 귀갓길에 들른 미술관과 박물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가는 게 나에게 소중했고 그런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날씨 좋은 날 벤치에 앉아 차를 마시고 햇빛을 즐기는 것만해도 너무나 행복하고 인생의 전부인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 보다 돈을 세네 배는 더 벌지만 벌수록 더 가난해지는 느낌을 받고, 그때 보다 더 올바르게 소비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소비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언젠가 들었었던 저 문장를 주문처럼 외우며 다소 느리더라고 나만의 방향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는 삶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보통의 그런 어른, 그저 그런 보통의 회사원이 되어있었고, 아무런 꿈도 없이 매일 하루를 사는 대출과 급여에 매여 어떤 행복도 꿈도 상상하지 못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있었다.



어디서부터 내려놓고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얼마만큼 비워야 다시 예전처럼 살랑이는 바람과 한 잔의 와인, 우연한 버스킹에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우주최강 맥시멀리스트가 되어버린 내가 언젠가는 그토록 원하던 미니멀한 삶을 살게될 수 있을까?





"그래서 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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