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퇴사, 폐업... 우린 트랙에서 내려오기로

우리는 '낙오'한 게 아니라 '선택'한 겁니다

by 오늘도 가장
어두운도시.jpg

다들 어디로 그렇게 바쁘게 가는 걸까요.

저도 그 속에 있었습니다. 거대한 도시의 톱니바퀴가 멈추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기만 했죠.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조금 더 넓은 아파트, 조금 더 좋은 차. 그게 행복의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덜컥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나의 퇴사, 그리고 아내의 폐업.

열심히 달린다고 달렸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캄캄한 방 안에 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들은 제 숨통을 조여왔습니다.

'가장'이라는 무게가 이렇게 무거웠나.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던 밤들도 있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자책만 깊어지던 시간들이었죠. 우리는 실패한 걸까, 트랙에서 밀려난 걸까,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습니다.

그러다 당신을 만났습니다.

아이의손.jpg

어둠 속에 웅크려 있던 제 손을 잡아준, 작고 따뜻한 온기.

아이러니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불행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아이의 숨소리를 듣고, 아침 햇살을 함께 맞는 이 순간.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지만, 제 마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꽉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트랙에서 낙오된 게 아니다. 내 발로 트랙을 나온 것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결심했습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속도전에서 내려와, 우리만의 속도로 걷기로요. 비록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가끔은 불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진짜 행복은 결승선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위에 있다는 걸요.

우리는 돈보다 시간을 벌기로 한 가족, '가장빛나'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꿈을 튜닝하는 40대 가장입니다.

이곳에는 그 서툰 다짐과 치열한 생존의 기록, 그리고 다시 꾸기 시작한 꿈 이야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트랙 밖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으니까요.

가족뒷모습.jpg


매거진의 이전글가장의 무게를 내려놓고, 반장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