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틀어놓고 점심을 먹는데 자동 재생된 영상 속에서 방송인 강남, 전 스피드 스케이트선수 이상화 부부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날의 화두는 이상화 씨가 영화를 보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강남 씨는 좀처럼 새로운 영화를 시도하지않고 본 영화를 계속 보고 또 보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이 보라고~ 보라고 재밌다고~ 재밌다고 한 시간을 설득한 후에야 겨우 도전한다고 했다.
철옹성처럼 견고했던 스케이팅 커리어만큼 단단한 경계심으로 새로운 것을 멀리하는 아내를 안타까워하며
"날 좀 믿어봐~"
라고 말하는 강남 씨.
그런 그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오빠를 믿고 안 믿고에 대한 문제가 아니야."라고 설명하는 상화 씨.
시합을 준비하고 출전하며 항상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일상에서만큼은 긴장감의 고조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했다. 이런 이유로 결말을 미리 찾아 검열한 후에야 영화를 볼 수 있다 했다.
남편의 영화취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척하는 보수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선수로서 25년을 성실하게 살아온 후유증에서 회복 중이기 때문이었단 걸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낯선 영화를 거부했던 그녀의 행동이 백번 이해가 가는 스토리에 가슴 한쪽이 찡하게 아려왔다.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결과적인 현상을 보고 나름대로의 평가와 진단을 내린다.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모험을 좋아하는 나와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구만 패스~' 하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만의 분석으로 마침표에 도달하는 대신 왜? 일까라는 물음표를 달아보며 상대를 더 깊게 알고자 하면 현재 보여지는 행동의 뿌리가 되는 진짜 사연이 펼쳐진다.
또한 사람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보니 겪게 되는 경험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내 옆에 줄곧 있고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도 애정을 가지고 알고자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상대를 오해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해 놓고도 까맣게 모를 수도 있다.
삶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대화와 대화 사이 사건과 사건 사이의 간극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대의 사연을 알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다 같은 인내심을 요하고 나의 사연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정성과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인생에 들어온 인연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멈추지 않기를... 질문에 대한 답을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경청할 수 있기를...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어 소중히 품어내는 삶을
내가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to answer before listening- that is folly and shame Proverbs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