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교육원 기초반 - 일곱 번째 수업.

0715

by 최소망


몇 억씩 버는 작가이지만 촬영장에 막내 스탭을 포함한 모든 스텝을 배려하지 못할 바에는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삶이다.
선생님의 스치듯 지나가는 말씀 한마디가 목에 무언가 턱 걸린 것처럼 묵직하게 다가온다.
선생님의 저 말씀을 절대 잊지 말자.


이번 주에 수업이 끝나고 든 생각이다.

지난주에 다른 사람들의 합평을 듣고는 “뭐 이 정도면 크게 상처 받지는 않겠다”라고 무지한 생각을 했으나 이번 주에 실제로 내가 탈탈 털려보니 알겠더라. 역시 인간은 본인이 직적 경험해 보기 전엔 답도 없는 무지 상태라는 것을.


* 내 글에 대한 전체적인 동기들의 평

1. 가독성이 좋아 읽기 쉽고 흥미롭다.

2. 소도구가 제목, 등장인물, 주제, 작의로 다 이어지는 것이 매우 좋고 신선하다.

3. 장르가 휴먼 로맨스인데 남녀 주인공에 로맨스가 너무 약하다.

4.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부족하다.


* 내 글에 대한 선생님의 평

1. 매우 기대했다.

2. 구성적으로 제일 잘 쓴 시놉이다.

3. 거의 수정할 것 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가도 된다.

4.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 조금 더 수정해서 진행해 보기로.


* 합평 후에 나의 기분

내 글에 대한 합평은 25분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수업시간이 총 4시간 반이었다. 너무 지쳤다.


생각보다 칭찬이 많았음에도 무언가 더욱더 기대한 게 많았는지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글을 읽고 온건가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피드백을 내놓는 사람들 덕분에 기분이 썩 훌륭하진 않았다.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헬스장에 가서 분노의 한 시간 반을 보내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의도치 않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좋은 쪽으로 언급을 많이 한 학생이라 이번 시놉이 썩 부담이 컸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꽤나 나는 공공의 적 느낌이었고 얼마나 잘 쓰기에 선생님이 칭찬을 하나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동기들은 알까?

내가 훌륭하게 써서가 아니가 그냥 운 좋게 언급이 되었단 것을.


이번 기초반은 나에게 꽤 커다란 도전이 될 것 같다.

존재감 없다가 수업 말미에 칭찬을 받으면 대단한 사람으로 기억되지만

주목받다가 수업 말미에 나락으로 떨어지면 “거봐, 건방 떨다 그럴 줄 알았다”라는 소리밖에 듣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1. 비유법, 상징법, 직유법 새삼 공부해보기.

어렴풋이 중,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던 말들이다. 비유법, 상징법, 직유법 등등

곧 대본을 써야 하는 우리에게 선생님은 지문에 중요성을 말하셨고 배우에게 어느 정도의 느낌이라는 것을 줄 수 있는 지문을 잘 쓰기에 비유, 상징, 직유 같은 것들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2. 대사는 대화가 아니다.


대화의 예시.


송: 밥 먹었어?

김: 아니

송: 뭐 먹을래?

김: 짜장면


대화 끝.



대사의 예시.


송: 밥 먹었어?

김: 아니

송: 뭐 먹을래?

김: 짜장면 (갑자기 장면 전환. 짜장면과 관련된 히스토리 가득 혹은 소도구 등등 사연 있어야 함)


언뜻 보면 그게 그거 같아 보여도 대화가 아닌 대사에서는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여선 안된다. 등장하는 모든 사물과 인물의 의미가 존재해야 한다. 그걸 하는 것이 바로 작가다. 그만큼 나의 손가락에서 떠나는 대사는 무게감과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3. 희랍어 “드란” - 행동하다.

드라마란 행동이다. 주인공이 오도 가도 못하는 어떠한 상황에서 행동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란 걸 잊지 말자.


4. 극작가 프라이타크 극작 법 공부해보기

수업시간 아주 간단하게 PPT로 지나가던 부분이었지만 비유, 상징하고 묶어서 공부를 해봐야겠다.


5. 대사는 많아서도 적어서도 안된다.


대사가 많다는 건 작가가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사가 적다는 건 작가가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6. 대사는 간결하게 써야 한다.


7. 대사는 구어체로 써야 한다.


8. 조언을 수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남이 하지 말라고 해서 무조건 안 하는 것은 ART의 자세가 아니다.

수용은 하되 작가 자신의 도전과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며칠 전에 이메일 한통 받았다.
00 작가님이라는 말에 얼마나 설레던지.
아직은 작가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지만 지금의 이 설렘을 즐기고 싶다.
아마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아질 때쯤에는 누가 작가님이라고 불러도 설레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