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그렇게 중헙니까?
비건으로 사는 삶의 피곤함
의도한 것이 분명하게 비건, 할랄, 유기농 식단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며 살고 있다. 솔직히 식품업계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소위 작금의 행태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 여러 주제를 오랫동안 꾸준히 다루며 허와 실에 대해, 적어도 내 글을 읽음으로 인해 한번쯤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내가 유기농 식단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5년 전이다. 사실 한국에서 유기농 식단을 유지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5년 전에는 유기농과 관련한 제품군을 구할 수 있는 상점이 극히 드물었고, 또 대부분 유기농 이전의, 말하자면 친환경 제품군, 유기농이나 친환경이 전혀 아님에도 곁다리로 어설프게 ‘끼워 파는’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으로 음식 장사를 꽤 오래 했기 때문에, 또 요식업과 관련한 산업에서 오래 종사를 해봤기 때문에, 심지어는 x뚜기와 라면을 위탁생산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나중에 썰을 풀겠지만, 식물인간이 되었던 적도 있고, 과다한 항생제 처방으로 장내 유익균총이 모조리 사멸해서 먹고, 즉시 설사를 하는 처참한 생활을 연명한 적도 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은 지금 이 생태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사실 먹는 일이 되기 이전에,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항생제를 맞고, 온갖 스트레스 환경과 오염에 노출된 50일 만에 잡아 먹히기 위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로 사는 닭, 비슷한 환경에 놓여, 먹는 곳과 싸는 곳의 구분이 되지 않는 짐승들을 ‘맛‘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추구하며 학살하는 생명체, 그게 우리다.
논의를 확장시켜 보자. 그래, 저 빠른 순환 사이클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양의 사료가 필요한지를 아는가? 그래서 GMO의 니즈가 생겨나게 된다. 유전자를 건드리는 것이다. DNA염기 서열에서 ’통상‘ 범위를 벗어난 생장과 품종의 균일함, 다시 ’맛‘의 영역을 충족시키는 작물을 만든다. 그 작물은 대부분의 경우 번식이 안 되는 불임의 유기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여러 연구 결과를 읽은 바로는, 이런 식품군은 인간을 비롯한 어떤 생명체에도 궁극적으로 이로운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리고, 워낙에 대량생산이다 보니, 마찬가지로 화학비료, 농약을 엄청나게 뿌린다. FDA에서는 ADI(일일섭취제한량)을 설정해서 ’이 정도는 섭취해도 괜찮을 걸(?)‘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적은 양이라고 해도 농약을 먹는 것은 상식 밖의 영역인데, 이 모든 불합리와 부조리가 ’ 산업‘의 형태에서, 이윤추구를 정당화하는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용인된다.
유기농, 동물복지, 자연방목, 이런 제품군들을 섭취하고 이런 라이프 사이클을 유지한 지도 오래다. 행복을 위해 다른 존재의 고통을 당연시하지 않는 삶이 적어도 내겐 당연한데, 어디에서 무슨 말을 하던지 간에 먹는 얘기가 나오고, 사람들과 함께 먹지 않는다면 ’별난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불편한 시기는 지났으니 이 안에서 또 얼마만큼의 고뇌와 좌절이 있었나는 추후 다른 지면을 빌어 설명하기로 한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맛의 균질성, 그리고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그런 GMO 작물들을 쥐어짜서 만든 기름으로 지옥을 견디다 죽은 시체들을 요리한다. 비약이 지나친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그런 음식들을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상술했듯, 산업의 미명을 쓰고 너무도 깊숙하게 침투한 탓으로 여기서 자유롭기란 어렵다. 뜬금없지만 그래서 옥주현(?)분의 한 문장이 너무도 깊게 와닿는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였던가?
약식동원이라 했다. 먹는 건강에 대해서, 인공감미료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과다하게 섭취되는 설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심혈관계 질환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굳이 심혈관계 질환까지 가지 않더라도 치과치료를 통해 발생하는 해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거짓말처럼 이런 순서들을 다 옮겨가며 이직을 했으니 이것 또한 운명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까지 건강을 챙기고 또 철저히 관리하는 삶을 살지만 여전히 완벽한 것은 없다. 완벽은 애초에 실존 밖의, 어쩌면 형이상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어제는 ’ 작가‘ 타이틀을 단 덕에 새벽 3시에 깨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글들 중에 나름 괜찮은 글들을 올렸는데, 하루 한 편의 글을 올리기 위해 다급하게 적었다.
이상적인 일과는 06시 기상, 22시 취침이라는 말을 남기고 잠을 자러 간다. 물론 나도 젊었을 적에는 새벽 5시까지 일하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보니 먹는 것과 더불어, 수면, 기본적인 최소한의 부재로 서서히, 그리고 오래도록 처절하게 죽어갔다. 어찌 보면 억울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공부해서 지금은 조금 나은 삶을 살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진 않다. 그런 면에서 내 글은 나를 똑 닮은 것 같다.
대부분 맛이 그렇게 중헙니까?라고 물으면 어차피 한번 사는 삶인데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적당히 살다가 죽으렵니다. 하는 주변인물들에 넌더리를 낸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지 않으면 여생을 비참하게 침대에서, 혹은 밖을 돌아다니며 겔겔거리다 죽을 것이라는 독설을 퍼붓는다. 뜬금없지만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매일을 보내시길 기원하며 짧은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