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FC 원정 개막전 현장을 가다
한겨울의 끝자락, 영하의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2월의 마지막 일요일. 교회를 마치고 권선매탄역에서 야탑역까지 설렘을 안고 달리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성남 탄천운동장에서 열리는 화성 FC의 2025 시즌 원정 개막전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역에서 내려 탄천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길, KFC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에 많이 먹던 징거버거가 생각나서 들어갔는데 최현석 셰프가 웃으며 추천하는 신메뉴 치킨마요덮밥이 눈에 들어온다. '케치밥'이라니, 이름부터 재미있네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이게 웬걸? 갈릭꼬들밥과 바삭한 치킨의 조화가 입맛을 사로잡았다.
경기장 입구에 다다르니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성남소방서에서 마련한 안전체험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소방관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비상시 대피방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우리 시도 뱃놀이 축제 때 이런 부스를 본 기억이 났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었다.
약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서 사간 무알콜 맥주를 들고 입장하려는 순간, 보안요원의 제지. "캔은 반입이 안 됩니다." 분명 안내센터에 전화해서 맥주 반입되는지 물었더니 된다고 했는데... 순간 당황했지만 보안요원 안내에 따라 준비된 컵에 옮겨 담았다. 차가운 '음료'가 주는 시원함이 손 끝으로 전해졌다. 이른 시간이라 좌석이 많이 비어있었고 예매한 원정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골대 뒤 원정석 앞자리. 기대와 달리 선수들의 뒷모습만 보이는 자리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아쉬움도 잠시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동탄에서 오신 주민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의 분들의 열정적 응원이 펼쳐졌다. "화성! 짝짝짝!"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하나 되어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90분 내내 응원의 열기를 느끼며 우리의 승리를 바랐지만 결과는 아쉬운 2 대 0 패배. 아 경기 초반 골이 오프사이드 선언만 아니었어도 어찌 될지 모를 텐데...
경기가 끝나니 선수들이 원정석 앞으로 인사를 왔고 첫 경기에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올 때, 벽면 가득 걸린 선수들의 대형 초상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전에 대구 라이언스파크를 갔을 때가 떠올랐다. 마치 영화관 로비에 걸린 포스터처럼 웅장하고 멋있었다. 역시 전통의 명문 성남 FC 다웠다. 기대했던 차두리 감독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즐긴 현장경기는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비록 경기는 패배로 끝났지만 추위를 녹인 뜨거운 응원의 열기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다음 주 3월 2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릴 충남아산과의 홈 개막전. 그날은 분명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질 것이다. 벌써부터 "화성 짝짝짝!"을 외칠 준비로 가슴이 설렌다.
화성 FC여 화성이란 이름처럼 높이 비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