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S2025가 보여준 지방정부의 '패스트씽킹'

돈키호테의 도전과 콜롬부스의 발상전환을 꿈꾸며

by Via Nova

기계가 잘하는 것과 인간이 해야 할 것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두 종류로 나눴다. 직관적이고 빠른 '패스트씽킹'과 신중하고 논리적인 '슬로우씽킹'. AI는 이 중에서 슬로우씽킹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최적해를 찾아내는 일 말이다. 그래서 많은 지식 업무가 AI로 대체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 답은 패스트씽킹에 있다. 순간의 직감, 빠른 판단, 창의적 발상. 이런 영역에서 인간이 우위를 가져갈 때 비로소 'AI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아닌 'AI를 활용하는 인간'이 될 수 있다.

화성시의 무모한(?) 도전

바로 이런 맥락에서 화성시의 MARS2025는 의미가 크다. 기초지자체 최초로 단독 개최한 AI박람회라니.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이게 될까?' 싶었다. 중앙정부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AI 정책을 지방정부가 먼저 나서서 박람회까지 연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게 바로 패스트씽킹 아닌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는 것. 세계 3대 AI 강국이 되려면 중앙정부의 정책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의 실험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현장은 바로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우여곡절과 인고의 시간

모두가 부정적일 때 서울 코엑스에서 3일간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선언했을 때의 그 순간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슬로우씽킹'들이 반대했을까. "예산은? 준비 기간은? 참가 업체는? 관람객은?"

하지만 화성시는 그냥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밤낮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그래도 해냈다. 이게 바로 패스트씽킹의 승리다.

돈키호테인가, 콜럼버스인가

사실 이런 시도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돈키호테의 돌진' 같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을 좇다가 망가졌지만, 그의 순수한 열정만큼은 아름다웠다. 콜럼버스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신대륙을 발견했다. 화성시의 도전이 어느 쪽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패가 용인되는 도시

MARS2025가 다룬 주제들을 보면 단순히 기술 전시회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업 간 네트워킹, AI 시대 지방행정의 역할, 로봇 사회에서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까지. 삶의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한 고민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인구소멸 시대를 맞은 지방도시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관용의 미덕이 아닐까.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고,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 말이다.

이제부터가 시작

박람회는 끝났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이 고민들이 다른 곳으로 뻗어나가 널리 꽃 피우려면 아카이빙을 통한 공유와 협력이 중요하다. 화성시의 경험이 다른 지방정부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어야 한다.

행사를 위해 애써준 수많은 공직자들과 산업계, 학계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특히 공직자로서 이런 '무모한' 시도에 함께해 준 동료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MARS2025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오늘의 고민이 그치지 않고 이어지도록, 나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AI 시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달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