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트러스트 시대의 보안

우리 사회 보안의 주체는 누구인가?

by Via Nova


1. 디지털 경제의 취약한 토대

최근 예스24가 두 번이나 마비된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안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새벽 시간, 서버에 침투한 랜섬웨어는 주요 시스템을 잠그고 며칠 동안 웹과 앱을 마비시켰다. 이용자들은 단순한 서비스 점검이라 믿었지만, 결국 "랜섬웨어 공격"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다시 발생한 공격에 해당 사이트는 여전히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온라인 서점 하나가 멈추었을 뿐인데도 사회적 파장은 컸다. 독서 문화의 플랫폼이 흔들리자 출판 생태계 전반이 동요했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더해지며 디지털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 우리의 일상과 문화 소비, 나아가 디지털 경제 활동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2. 조직화로 진화하는 랜섬웨어, AI로 무장한 지능형 사이버 범죄

랜섬웨어는 더 이상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다. 몸값을 뜻하는 '랜썸'과 '소프트웨어'를 합친 이 공격은 한마디로 디지털 인질극이다. 공격자는 파일을 암호화하고 몸값을 요구하며, 돈을 주지 않으면 데이터를 유출하거나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다. 최근 발생하는 보안사고의 70% 이상이 랜썸웨어 공격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단순한 암호화에 그쳤지만, 지금은 "다중 갈취(Multi-extortion)"가 유행이다. 데이터 탈취, 공개 협박, DDoS 공격까지 병행하며 피해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격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AI 기술의 확산은 사이버 범죄에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공격자들은 이제 AI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피싱 메일을 대량 생성하고, 음성 합성 기술로 CEO의 목소리를 완벽히 흉내 내어 직원을 속인다. 심지어 AI가 보안 시스템의 패턴을 학습해 탐지를 우회하는 악성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개인 해커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지만, 이제는 범죄조직이 분업화된 '카르텔' 형태로 움직인다. 누군가는 AI를 활용한 악성코드를 개발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빌려 쓰며, 또 다른 집단은 암호화폐를 세탁한다. 심지어 협상까지 대행하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AI 챗봇이 피해자와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범죄의 자동화가 극에 달했다.

범죄조직조차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Ransomware-as-a-Service)"라는 플랫폼 모델을 도입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구독료를 내고 랜섬웨어 도구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기술적 전문성이 없어도 누구나 사이버 범죄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AI가 더해지면서 공격의 성공률은 높아지고, 탐지는 더 어려워졌다. 공격은 산업화를 넘어 지능화되고 있으며, 피해는 더욱 치명적이다.


3. 공공 부문의 숨겨진 위험과 제로트러스트의 필요성

이 같은 위협은 공공 부문에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더 많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주민등록, 세금, 복지, 교육, 의료 기록 등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정보가 집중되어 있어 공격자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표적이 된다.

전통적으로 공공기관은 망분리와 보안 규정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사례들은 이조차 완전한 안전망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개념이 중요해진다. 제로트러스트는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검증하라(Never Trust, Always Verify)"는 보안 철학이다.

기존의 성곽형 보안 모델은 네트워크 경계를 기준으로 내부는 안전하고 외부는 위험하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제로트러스트 모델에서는 네트워크 내부라고 해서 자동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모든 사용자, 기기,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권한을 검증한다.

특히 공급망 공격은 제로트러스트가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공격자들은 기관 자체가 아니라 외부 협력사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버를 먼저 공격해 내부로 파고든다. 아무리 기관 내부의 방어를 강화해도, 협력사 관리가 허술하면 결국 문은 열리게 된다. 제로트러스트 환경에서는 협력사에서 들어오는 접근도 매번 검증하고, 최소 권한만 부여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4.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그 이유는?

우리 사회는 이미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다.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의 3,500만 건 해킹을 시작으로, 같은 해 현대캐피탈의 175만 건 사건, 2012년 넥슨의 1,320만 건 해킹, 2014년 KB·NH·롯데카드 3사의 1억 4천만 건 유출, 2016년 인터파크의 1,030만 건 유출까지. 최근에는 2025년 SK텔레콤에서 2,69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며 또다시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왜 이렇게 반복되는가? 결국 문제는 보안에 대한 경각심 부족과 체계적 관리 미흡이다. 시스템 패치는 뒤로 미뤄지고, 비밀번호는 여러 곳에서 재사용된다. 개인정보는 목적 달성 후에도 파기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쌓인다. "나 정도는 괜찮겠지", "한 번뿐인데 뭘 이렇게까지"라는 안일함이 한 번의 허술함을 만들고, 그것이 대규모 사고로 이어진다.


5. 개인정보보호법과 무거워진 책임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2011년 시행된 법률로, 모든 법인과 개인에게 적용되는 '일반법'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동의를 받아야 하고, 수집 목적과 보유 기간을 고지해야 한다. 가명정보·익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법은 제도일 뿐,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개인정보 유출 시 기업과 기관이 져야 할 책임은 무겁다.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과 행정적 과징금이 뒤따른다. 특히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기업이 "우리 잘못이 아니다"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보안 관리 부실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심각한 법적 리스크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으려면 평소부터 철저한 예방관리가 필요하며, 이때 제로트러스트 원칙이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6. 개인정보의 라이프사이클과 파기의 중요성

개인정보의 라이프사이클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정보는 수집 → 이용 → 제3자 제공 → 처리위탁 → 보관 → 파기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파기' 단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목적 달성 후에도 데이터를 계속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공격자가 바로 이런 잠자는 데이터를 노린다는 점이다.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는 유출될 수도 없다. "더 이상 필요 없는 개인정보는 즉시 파기한다"는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보안이자, 가장 확실한 피해 예방책이다. 제로트러스트 환경에서도 데이터 최소화는 핵심 원칙 중 하나로, 꼭 필요한 데이터만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보관하는 것을 강조한다.


7. 사이버 복원력과 지능형 보안 대응 체계

공공부문은 특히 사이버 복원력(Cyber Resilience)을 키워야 한다. 100% 완벽한 보안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공격 침투를 전제로 한 복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AI로 무장한 지능형 공격에 맞서려면 방어 체계도 똑똑해져야 한다.

제로트러스트 환경에서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을 통해 네트워크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 구간마다 접근 통제를 적용한다. 한 곳이 뚫려도 전체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행위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대응한다.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SIEM(Security Information and Event Management)과 SOAR(Security Orchestration, Automation and Response) 시스템이다. SIEM은 '보안 정보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조직 전체의 보안 로그와 이벤트를 한 곳에 모아 분석하는 중앙통제실 역할을 한다. 마치 CCTV 관제센터가 여러 카메라 영상을 한 화면에서 모니터링하듯, SIEM은 서버,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모든 보안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SOAR는 '보안 오케스트레이션 자동 대응 시스템'으로, SIEM이 발견한 위협에 대해 자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의심스러운 로그인 시도가 탐지되면 SOAR가 자동으로 해당 계정을 차단하고, 관련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내며, 추가 조사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람이 일일이 판단하고 조치하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정의된 룰에 따라 즉시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지능형 보안 시스템은 AI 기반 공격에 맞서는 핵심 무기다. AI가 생성한 변종 악성코드라도 행동 패턴을 분석해 탐지할 수 있고, 대량의 로그 데이터에서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묘한 공격 신호를 찾아낼 수 있다.

구체적인 복원력 강화 방안에는 정기적 보안 인식 교육, AI 기반 피싱 시뮬레이션 훈련, 최신 보안 패치 적용, 망분리 강화, SIEM/SOAR 기반 위협 탐지·차단, 3-2-1 백업 원칙(3개의 사본, 2개 매체, 1개는 오프라인 보관), 정기적 복원 훈련 등이 포함된다.

결국 보안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활 습관에 가깝다. 제로트러스트도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보안 원칙을 체화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보안은 기술과 사람, 프로세스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통합 시스템이어야 한다.


8. 개인의 역할: AI 시대의 보안 상식

우리 개개인의 역할도 AI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단순히 의심스러운 메일을 열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음성 통화나 완벽하게 모방한 개인별 맞춤형 피싱 메일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다단계 인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비밀번호가 뚫려도 두 번째 방어선이 있기 때문이다. 각 서비스마다 다른 강력한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비밀번호 관리자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내 계정도 언제든 뚫릴 수 있다"는 제로트러스트 마인드셋에서 출발한 방어 전략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소셜 엔지니어링 공격이다. AI 기술로 더욱 정교해진 이 공격은 기술적 보안을 우회해 인간의 심리를 노린다. "긴급상황"이나 "권위있는 사람의 요청"을 내세워 보안 규칙을 어기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친숙한 목소리나 메시지라도 민감한 정보를 요청받으면 다른 채널로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정기적인 백업도 여전히 중요하다. 랜섬웨어가 AI로 더 똑똑해져도, 안전한 곳에 백업된 데이터가 있다면 협박에 굴복할 필요가 없다.

보안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상식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개인이 AI 시대의 보안 의식을 갖고 행동할 때, 조직의 제로트러스트 전략도 더욱 견고해진다.


9. 공동책임의 보안 생태계

랜섬웨어 카르텔은 점점 교묘해지고, 개인정보 유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교훈도 명확하다. 보안은 더 이상 IT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기관, 개인 모두가 생활 속에서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제로트러스트는 단순한 기술적 솔루션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보안 철학이다. "신뢰하되 검증하라"던 과거의 접근법에서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검증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기술의 문제인 동시에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작은 상식이 모여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개인의 보안 습관이 모여 조직을 지키고, 조직의 보안 문화가 모여 사회 전체의 디지털 신뢰를 구축한다.


10. 내 데이터를 지킬 준비

오늘도 컴퓨터를 켤 때, 우리는 잠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내 데이터는 안전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밀번호 관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의심스러운 링크 클릭 자제, 메일 출처 확인 후 열람 같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동시에 우리가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제로트러스트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로트러스트 시대의 보안은 완벽한 방패가 아니라 지속적인 각성이다. 위험은 항상 존재하지만, 준비된 사회는 그 위험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혁신만이 아니라 보안에 대한 근본적 사고의 전환이다.



ㅁ 비전공자를 위항 보안용어 정리
랜섬웨어: 랜섬(몸값) + 소프트웨어 합성어, 컴퓨터 안의 파일을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게 만들고 돈을 내야 풀어주겠다고 협박하는 해킹공격, 디지털 인질극
멀티 익스톨션: 한번에 여러 갈래로 협박하는 공격, 데이터탈취, 공개협박, DDos공격 등
DDos공격: 여러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동원해 특정 서버나 웹사이트를 마비시키는 공격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범죄자들이 구독료를 내고 랜섬웨어 공격도구를 빌려쓰는 모델
제로트러스트: 망이 공격당했을 때도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아무도 믿지 말고 모든 걸 확인하라, 내부직원이나 내부서버도 자동으로 신뢰하지 않고 접속할 때마다 신원과 권한을 검증
공급망공격: 목표기관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협력사, 외주업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경로로 해킹해서 들어오는 방식
사이버복원력: 100% 막을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공격을 당해도 빨리 복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력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 네트워크를 잘게 쪼개 구역마다 접근 통제하는 방식
SIEM: 보안 로그와 이벤트를 한곳에 모아 분석하는 시스템, 보안 통합 관제
SOAR: SIEM이 발견한 위협에 자동 대응하는 시스템, 자동 소방장치 같은 것
소셜 엔지니어링: 기술적 해킹 대신 사람 심리를 속여 보안 규칙을 무너뜨리는 공격, 사람마음 해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