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사명
제주에서 인사 소식을 들었다. 지난 2월, 오랜 세월 몸담던 자리를 떠나며 “이제 다른 길이 시작되겠지” 했는데,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다섯 해를 보냈던 부서였고, 나의 땀과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지만, 돌아가는 길은 낯설고 묘한 감정을 남겼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나, 나는 이 모든 것을 하늘의 뜻이라 받아들였다.
AI가 행정의 구조를 바꾸고, 데이터가 도시의 생명줄이 되어가는 시대다. 공직자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복귀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은 뿌리를 다져야 한다. 데이터 거버넌스. 흩어진 행정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고, 지키는 일. 표준을 세우고, 보안과 윤리를 엮어내는 일. 이 기반이 없으면 AI는 그저 유행어에 불과하다. 동시에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성공을 보여주어야 한다. 민원 분류 자동화 같은 소소한 변화라도, “AI가 행정을 바꾼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내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한 줄 더 얹어야 한다.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AI 기술을 적용해 본다면...” 그 작은 언어의 차이가, 내가 돌아왔지만 어제와는 다른 사람임을 보여줄 것이다. 일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꿀 것이다. 자동화 도구, 협업 플랫폼, 데이터 시각화. 익숙한 자리에서도 다른 빛깔을 내는 법은 결국 작은 습관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나의 자리는 데이터와 보안, 그리고 AI의 교차점에 있다. 따로 움직이면 충돌하지만, 함께 움직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나는 그 길목의 중재자이자 연결자가 되고자 한다. 결과물만이 아니라 협업 구조 자체가 성과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부서로 다시 돌아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돌아옴은 후퇴가 아니라 전환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나만의 해법을 찾으리라. 다시 그 자리에서 나는 새로운 길을 그린다. 이해되지 않는 인사도, 돌고 돌아온 길도, 언젠가는 이해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그러나 다르게 걸어가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