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Nova 새로운 길 위에 선 이름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필명

by Via Nova

브런치 가입할 때 당연히 그러겠지 하고 실명으로 가입했다. 사실 브런치 글을 별로 보지도 않고 가입한 게 맞다. 실명을 써야 내 글이 더 진실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쓰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이름이 글을 붙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롭게 쓰려는데 자꾸 공식적인 문서처럼 되어버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가장 솔직해지려고 실명을 썼는데 오히려 가장 어색해졌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망설여졌다.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관리자에게 메일을 써서 바꿔달라고 하면 될까 생각하며 메모지에 필명 후보들을 쏟아냈다. '사색', '마중물', '샘물', '산책'... 다 좋은 말이지만 뭔가 부족했다. 이름이라는 것이 정말 그런 힘을 가질까? 나는 혹시 이름에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외계인도 두려워한다는 중2 아들은 여자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예전에 한창 에스파의 '슈퍼노바'를 들었다. 주로 음악을 틀고 게임을 했으니 나 또한 "슈슈슈 슈퍼노바"를 많이도 들었다. 문득 떠오른다. 슈퍼노바. 초신성. 별의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동시에 의미하는 단어. 내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노바라는 단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우리 때 오락실에서 하던 펌프 댄스게임에 나온 노래로 익숙한 밴드다. 맞다. '노바소닉'이라는 밴드가 있었지. 그들의 음악도 뭔가 새로운 걸 추구했던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이 미치니 노바라는 이름이 멋있어 보였다.


결국 결정장애 속에서 ChatGPT에게 물어봤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필명 좀 추천해 줘." AI와 이런 걸 상의한다는 게 좀 웃겼지만, 의외로 진지한 탐색이 되었다. 여러 언어의 단어들 중에서 라틴어 'Via Nova'가 눈에 들어왔다. Via는 길, Nova는 새로운. 단순했지만 울림이 있었다. 요즘 '별다줄' 문화로 보면 줄이면 '비바'가 되겠네. 아들의 에스파에서 시작해 우리 때 노바소닉을 거쳐 라틴어까지. 묘한 연결고리로 내 필명은 나를 찾아왔다.


Via는 길, 도로, 방법을 뜻하고(영어의 way, path, road), Nova는 새로운(영어의 new, fresh)을 의미한다. 그래서 직역하면 '새로운 길' 또는 '새로운 방법'이다.


길이라는 말이 와닿았던 이유는 나는 늘 길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데이터플랫폼 이름도 '데이터 로'였다. 데이터에 대한 수단의 의미와 데이터로 가는 길이란 뜻을 담은 이름이었다. 행정의 길, 데이터의 길, 아버지로서의 길. 그리고 이제 글 쓰는 길. 모든 길은 매번 새로웠고, 때로는 막다른 길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정말 새로운 길이 있는 걸까, 아니면 같은 길을 다른 마음으로 걷는 것일까?


최종 결정 전 친한 지인들에게 Via Nova라는 이름 어떠냐고 물으니 금세 '비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애칭처럼 자연스럽게. 그때 깨달았다. 좋은 이름은 의미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거창한 라틴어지만 결국 친근한 애칭이 되는 것.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나는 Via Nova로 글을 쓴다. 어떤 독자는 라틴어 뜻을 궁금해하고, 어떤 독자는 그냥 읽기 좋은 이름 정도로 여길 것이다. 둘 다 괜찮다. 내 글은 거창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 일상의 작은 경험들로 "아, 이런 길도 있구나" 하는 공감 한 스푼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과연 그걸로 충분할까?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글들이 넘쳐나는데. '새로운 길'이란 나의 첫 번째 필명은 나에게 도전을 던져준다.


Via Nova. 새로운 길. 오늘도 새로운 길 위에서 글을 짓는다. 우연 같지만 우연이 아닌 것들. 그렇게 해서 나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아니, 새로운 이름이 나를 찾아왔다고 하는 게 맞을까?


반갑다. Via N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