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멈춤부터...
마음이 기억하는 곳에 잠깐 머물다 가세요
글을 쓰고 싶다.
아무, 격식 없이, 부담 없이, 꾸밈없이 마음이 보여주는 그대로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데....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뭘까?
비워야 한다는 건 이미 무언가로 채워져 있다 는 뜻 일 텐데
내 안엔 무엇이 이리도 꽉 차 있길래
쓰라는 글은 안 나오고 서러운 눈물만 나오는지...
알고 싶지도 알 수도 없던 삶의 시간들이 많이도 흘러갔다.
인생 속에 놓인 나의 최선은 종종 차오르는 먹먹함을
가슴에 손 얹고 쓱쓱 쓸어내리거나
깊은 호흡 한 번이면 그뿐이었다.
어느 날,
건네받은 책 한 권,
책은 참 위대한 힘이 있다.
울고 , 웃고, 위로를 받고 격려가 되고, 소리는 말이 되고
말은 형태를 만든다.
몽글몽글 힘이 돋는다. 먹은 게 없어도 배가 부르다
그리고 그 책은 내게 거울이 되었다.
.
생각 없이 바삐 바삐 가자했던 길
그 길 한쪽 모퉁이에 짜부러뜨려놓은 작으나
미처 알지 못했던 인격의 숭숭 난 구멍들이
책을 읽는 동안 가만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지럽게 널려있던 여린 마음이 참으로 오랫동안
바라봐 주기를 기다렸다
내 안의 내가 간절히 외치는 말, 나를 한 번만 돌아봐줘!
이제 , 마음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살피려 한다.
숭숭 난 구멍들을 보듬어 채워보려 한다.
어쩌면 그리도 쓰라리던 먹먹함은 이제
기한 없는 눈물이 될 것 같다.
마음은 비우는 게 하니라
오히려 채워야 되는 게 아닐까?
풍성히, 세세히, 꼼꼼히...
오호~ 숭숭 난 구멍들...
지금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내 마음이 어디로 나를 이끌어가든 나는 가능한 자주
마음이 기억하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 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잠시 머물러만 있어도 감격스럽다.
이리 하여
드디어 소리 없이 스며드는 풍성한 감사에 밀려
내게도 이제 어린아이 때처럼 순수한 글들이
드디어 튀어나오려나?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나를 향해 불러주는
삶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가슴 벅찬 사랑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