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우연히 담긴 피사체, 평범한 사진을 특별하게 만들다
'찰나의 예술'. 사진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찰나라는 시간, 얼마나 짧을까요. 국어사전을 뒤져보니 1을 100경으로 나눈 숫자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경이란 단위가 참 낯서네요. 눈 깜박할 새보다 엄청나게 짧은 시간, 숫자보다 이런 표현이 와닿습니다. 추상적 표현으로 실감 난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네요.
사진은 왜 찰나의 예술로 불릴까요. 사진이 탄생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됩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이미지로 기록됩니다. '찰칵' 소리와 동시에 3차원 공간이 2차원 이미지로 바뀌죠. 다신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간직할 수 있습니다.
가끔 찰나라는 짧은 시간에 우연한 행운이 찾아옵니다. 갑작스레 등장한 불청객은 평범한 사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그런 사진들을 모아봤습니다. 그동안 주제와 관련 있는 사진들을 추린 뒤 올릴 것들을 꼽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에 그럴 필요가 없었죠.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지만 우연한 행운이 찾아온 사례는 손에 꼽힐 만큼 적었습니다.
갈대밭에서 새가 날아오르는 사진. 제가 찍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찍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할 수 없을 뿐이죠. 새를 구해 날릴 수도 있습니다. 노력 끝에 제가 원하는 사진을 얻었다 해도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 순간의 발견이 아니라 제 의도가 깊숙이 반영된 이미지일 뿐이기 때문이죠. 스스로 그런 사진에서 감동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두 가지를 다짐합니다.
최대한 많이 찍을 것, 있는 그대로 담을 것. 앞으로도 제 다짐을 지키고 싶습니다. 나그네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셔터를 누르다 보면 우연한 행운이 다시 한 번 찾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