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찰나에 다녀가다

<7>우연히 담긴 피사체, 평범한 사진을 특별하게 만들다

by 샤인웨이
20161209_154412.jpg 갈대밭을 나는 이름 모를 새.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찰나의 예술'. 사진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찰나라는 시간, 얼마나 짧을까요. 국어사전을 뒤져보니 1을 100경으로 나눈 숫자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경이란 단위가 참 낯서네요. 눈 깜박할 새보다 엄청나게 짧은 시간, 숫자보다 이런 표현이 와닿습니다. 추상적 표현으로 실감 난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네요.


사진은 왜 찰나의 예술로 불릴까요. 사진이 탄생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됩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이미지로 기록됩니다. '찰칵' 소리와 동시에 3차원 공간이 2차원 이미지로 바뀌죠. 다신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간직할 수 있습니다.


20180519_121324.jpg 제주 바다를 찍다 보니 남은 이름 모를 이들의 커플샷. 제주도 함덕해수욕장에서.


가끔 찰나라는 짧은 시간에 우연한 행운이 찾아옵니다. 갑작스레 등장한 불청객은 평범한 사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그런 사진들을 모아봤습니다. 그동안 주제와 관련 있는 사진들을 추린 뒤 올릴 것들을 꼽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에 그럴 필요가 없었죠.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지만 우연한 행운이 찾아온 사례는 손에 꼽힐 만큼 적었습니다.


IMG_20170526_221121_575.jpg 한참 동안 불청객의 존재를 몰랐던 사진. 촬영장소 미상.


갈대밭에서 새가 날아오르는 사진. 제가 찍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찍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할 수 없을 뿐이죠. 새를 구해 날릴 수도 있습니다. 노력 끝에 제가 원하는 사진을 얻었다 해도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 순간의 발견이 아니라 제 의도가 깊숙이 반영된 이미지일 뿐이기 때문이죠. 스스로 그런 사진에서 감동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20170423_181502.jpg 어린 라이더가 선물한 길 사진.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사진을 찍기 전 두 가지를 다짐합니다.

최대한 많이 찍을 것, 있는 그대로 담을 것. 앞으로도 제 다짐을 지키고 싶습니다. 나그네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셔터를 누르다 보면 우연한 행운이 다시 한 번 찾아오지 않을까요?


20170923_182503.jpg 잘못 누른 셔터가 남긴 몽환적 이미지. 경주 첨성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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