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4월10일 치러진 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법안 처리가 가능한 과반 의석을 확보했는데요. 민주당과 조국신당(12석)이 협력하면 법안 처리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킬 수도 있죠.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의 막강한 의회 권력이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민주당의 플랫폼 공약을 분석합니다. 민주당은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위한 입법 규제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규제를 위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무기한 연기했는데요. 민주당이 입법 규제 절차에 돌입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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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플랫폼 '입법규제' 총선 공약 제시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도 약속
공정위 '플랫폼경쟁법' 제정 갈등 재현되나
난감한 정부여당, 저지도 반대도 어려운 처지
민주당, 플랫폼 '입법규제' 총선 공약 제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통해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 공약을 내놨습니다. 플랫폼 시장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이 과도하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는데요. 플랫폼 시장 규율을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게 됐으니 플랫폼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죠.
민주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겨냥한 공약에 '플랫폼 시장 규율 법제 구축'을 포함시켰습니다. 세부적으로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및 상생 협력 강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국내외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폐해 방지를 약속했는데요. 그동안 입법 규제 사안으로 거론됐던 점들을 법에 명시하겠단 뜻이죠. 다만 새로운 플랫폼규제법 제정을 추진할지 여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도 약속했습니다. 유료 전환 시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고, 특정 옵션 사전 선택과 팝업창을 통한 반복 간섭을 금지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다크패턴 관련 공약은 올해 1월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에 이미 반영됐습니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죠.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민주당의 입법 성과로 내세우려는 의도로 총선 공약에 넣은 것 같네요.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도 약속
민주당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로 추정해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일단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간주하고, 사용자가 입증한 비근로자만 예외로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비근로자인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최저 보수제' 도입도 추진합니다. 최저임금과 유사한 보호 장치를 만들려는 취지죠.
공약 이행을 위해선 노동관계법,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이 법 개정에 나설 경우 플랫폼 노동에 기반한 음식배달, 택배, 대리운전, 가사·돌봄 서비스 등 기업들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입법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규제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죠.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노동자를 법적 근로자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정위 '플랫폼경쟁법' 제정 갈등 재현되나
소상공인, 플랫폼 노동자 단체들은 지속해서 국회에 플랫폼 입법 규제를 촉구해왔습니다. 민주당이 이런 요구에 부응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플랫폼 입법 규제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데요. 법안 심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찬반 논쟁이 불붙을 전망입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법 추진 사례에서 극심한 갈등을 목격했죠.
지난해 말 공정위는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독과점 방지를 위한 입법 규제 방침을 공식화한 건데요. 공정위가 운영한 독과점 규율 개선 TF 논의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법문화하겠다고 밝혔죠. <관련 레터: [139호] 'K-플랫폼규제법' 만든다>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 반칙행위 금지
지배적 사업자 지정 과정에서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 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다양한 항변 기회 보장
사업자가 반칙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
정당한 이유: 경쟁제한성이 없거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는 경우, 다른 법률 준수를 위해 필요하며 다른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등
하지만 공정위의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 작업은 올해 2월 초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의 반발이 컸고, 미국 재계의 반발로 한미 통상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 포착됐습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공정위 주도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결국 공정위는 법안 초안을 공개하는 계획을 철회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며 물러섰습니다. 공정위는 입법 규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현재로선 대통령실의 재추진 결단이 있어서 법 제정에 나설 수 있습니다. 입법 규제에 다시 나설 명분이 필요한 거죠.
난감한 정부여당, 저지도 반대도 어려운 처지
민주당이 공약 이행에 나선다면 정부여당도 플랫폼 입법규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당정안이 없으면 민주당 주장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정부 역시 불과 두 달 전까지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입법 시도를 반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플랫폼 기업 반발, 한미 통상 갈등 등 기존 변수에 민주당의 입법 강행 변수가 추가된 난감한 상황이죠.
물론 정부는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대통령 거부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심판론이 지배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게 됐습니다. 이미 야권은 거부권을 포기하라며 당정을 압박하고 나섰죠.
22대 국회 개원까지 한 달 넘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민주당이 플랫폼 입법 규제에 어느 정도 힘을 쏟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핵심 입법 과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입법 우선순위가 한참 밀릴 여지도 있죠. 21대 국회는 임기 초반 플랫폼 입법 규제를 논의했다가 결국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위·정무위와 과기부·과방위 간 입법 주도권 갈등을 벌인 탓이죠. 이번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율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입법 규제라는 정답을 정해놓지 말고 플랫폼 시장 발전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