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AI 기업들과 언론계의 뉴스 저작권 분쟁을 다뤘습니다. 언론사들은 AI 학습에 뉴스 데이터가 무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AI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AI 기업들은 AI 학습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공정 이용'이라고 반박하죠.
전 세계가 주목하는 AI 뉴스 저작권 분쟁인 뉴욕타임즈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간 소송을 업데이트하고, 국내에서 전개되는 일들을 정리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AI 학습을 둘러싼 갈등이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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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AI, 뉴스 학습하려면 정당한 대가 내라"
NYT vs 오픈AI·MS, 세기의 '저작권 소송'
MS가 꺼내든 'VCR 소송'
AI 학습은 '공정 이용'일까?
'사회적 합의' 이뤄질까?… 문체부, 워킹그룹 발족
언론계 "AI, 뉴스 학습하려면 정당한 대가 내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내 주요 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뉴스1의 뉴스 하단에 표시되는 저작권 표시입니다. 언제부턴가 AI 학습과 활용까지 금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는데요. 언론사와 AI 기업 간 뉴스 저작권 분쟁이 격화할 것이란 암시를 담은 의미심장한 문구죠. 물론 이미 전초전은 시작됐습니다.
최근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온라인신문협회 등 6개 언론단체가 'AI 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을 발족했습니다. 뉴스 저작권 포럼은 △법·제도 개선과 지원 정책 △대가 산정과 상생 협력 △AI 준칙 제정 분과를 운영하는데요. 올해 9월까지 AI로부터 뉴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과 뉴스 데이터 대가 산정 기준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AI 기업들을 겨냥한 공동대응에 나선 언론단체의 주장은 분명합니다. AI 성능 향상을 위한 학습에 뉴스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원저작자인 언론사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거죠. 김효재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언론이 AI가 제공하는 효율성을 충분히 누리면서 기자의 창작물에 대한 대가도 정당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신문협회는 네이버가 AI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뉴스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언론사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인데요. 네이버의 뉴스 콘텐츠 활용 근거를 명시한 뉴스 제휴 약관에 대해선 뉴스 서비스와 별개인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죠. 아직 네이버는 뉴스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NYT vs 오픈AI·MS, 세기의 '저작권 소송'
AI 뉴스 저작권 분쟁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뉴욕타임즈(NYT)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간 소송입니다. 지난해 12월 NYT는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오픈AI와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생성형 AI 챗GPT가 수백만건에 달하는 NYT 뉴스를 무단으로 가져가 학습에 활용했으니 처벌해달라는 건데요. NYT는 오픈AI·MS와 수개월 동안 벌였던 저작권 협상이 결렬되자 제소를 단행했습니다.
MS는 본격적인 법정 공방의 진행을 막기 위해 색다른 주장을 펼쳤는데요. MS는 지난달 초 소송 기각 요청서를 내면서 40년 전 VCR(비디오카세트 녹화기) 소송을 가져왔습니다. AI 시대에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VCR이라니, 좀 황당한데요. MS가 VCR 사례를 소환한 데에는 소송의 쟁점을 저작권에서 기술로 옮기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MS가 꺼내든 'VCR 소송'
1976년 시작된 VCR 소송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등 미국 영화사들이 VCR를 생산한 소니를 상대로 제기했는데요. 영화사들은 소니가 VCR 사용자들의 영화 무단 복제를 조장한다며 저작권법을 어겼다고 주장했습니다. 8년에 걸친 공방 끝에 소니의 승리로 끝났고, 영화사들은 비디오 테이프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죠.
MS는 VCR 등장으로 영화 산업이 크게 성장한 점을 강조하면서 "LLM은 AI의 획기적 발전이며, 사람들이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의 VCR처럼 LLM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신기술인데, NYT가 소송을 걸어 신기술의 발전을 막는다고 공격했는데요. AI 등장으로 언론사로서 입지가 위태로워진다는 NYT 주장은 "종말론을 조장하고 있다"고 폄훼했죠.
NYT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MS가 이번 소송과 비교할 수 없는 사례를 가져와 억측을 펼친다고 비판했는데요. NYT는 VCR 제조사들은 기기를 만들기 위해 영화사들의 저작권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죠. 이번 소송은 MS와 오픈AI의 저작권 침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한 겁니다.
AI 학습은 '공정 이용'일까?
AI 뉴스 저작권 분쟁의 초점은 뉴스 데이터를 활용한 AI 학습이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맞춰집니다.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는 비평, 보도, 교육, 연구 등 목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공정 이용 원칙을 규정하는데요. 국내 저작권법(35조의 5)에도 저작물의 공정 이용을 허용하는 조항이 존재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AI 학습과 관련한 공정 이용 판례는 없죠.
AI 기업들은 AI의 뉴스 데이터 학습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AI 발전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할 뿐 아니라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목적에 해당한다는 논리죠. 언론계는 개별 기업의 상업 서비스인 AI에 공정 이용 조항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AI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거국적인 명분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AI 기업들의 술수라는 입장이죠.
최근 세계 최초 AI 법을 제정한 유럽연합(EU)은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규율을 마련했습니다. AI 법에 따르면 범용 AI의 경우 기술문서와 사용지침, 시스템 학습에 활용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합니다. 범용 AI 개발자는 저작권법을 포함한 EU 법을 준수해야 하는데요.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근거 조항으로 기능할 전망입니다.
'사회적 합의' 이뤄질까?… 문체부, 워킹그룹 발족
미국에서 벌어진 AI 뉴스 저작권 소송은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습니다. AI 기업들에 대항해 언론계가 단일대오를 형성했고, 이제 NYT처럼 총대를 멜 주체만 등장하면 되죠. 실제로 소송이 진행된다면 최종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요. 법원이 참고할 판례가 존재하지 않아서죠. 소송이 길어진다면 AI 기업들과 언론계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언론사가 네이버의 포털 뉴스 서비스에 종속된 현실을 부정하기도 어렵죠. 소송보다는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게 최선입니다.
정부가 중재 노력에 나선 점은 긍정적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2월 저작권위원회와 'AI 저작권 제도 개선 워킹그룹'을 발족했습니다. 워킹그룹은 △AI 학습에 저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학습 데이터 공개 여부 △AI 산출물의 법적 성격과 저작권 침해 여부 등 현안들에 대한 정책 방안을 모색할 방침입니다. 문체부는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해 연내에 AI와 저작권 쟁점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AI는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훨씬 빨리 우리 삶으로 들어왔습니다. AI를 향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우려도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죠. AI 뉴스 저작권 분쟁은 AI 시대의 룰이 만들어지는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인데요. 과연 어떤 가치에 무게를 둔 결론이 내려질지 함께 지켜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