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주차]#애플 #반독점 #MS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또 애플 소식입니다. 올해 애플 관련 레터는 벌써 세 번째인데요. 이번에도 좋지 않은 내용입니다. 미국 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에 돌입하는 대형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번 소송은 애플은 물론 전 세계 ICT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습니다. 최종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미국 정부가 왜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는지 알아보고, 이번 사태로 재소환된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의 시사점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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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독점기업" 소송 제기한 미국 정부
메시지 차별, 워치 제한 등 반경쟁행위 지목
26년 전 MS 반독점 소송 재소환
회사 분할 피한 MS 승리?… 빌게이츠 "모바일 경쟁 악영향"
연이은 반독점 분쟁… '빅테크 때리기' 계속된다
결말까진 긴 시간 걸린다… 미 정부에 불리한 상황 전개?
지난달 21일 미국 법무부는 16개 주('미 정부'로 표현)와 함께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뉴저지주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미 정부는 애플을 '독점 기업'으로 규정하며, 우수한 제품이 아니라 배타적이고 반경쟁적 관행으로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애플이 자사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타사 제품을 나쁘게 만드는 방식으로 독점력을 키웠다는 겁니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의 브리핑 발언에서 애플을 '거대 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납니다.
미 정부는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폐쇄 생태계 전략을 독점력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불법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먼저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앱 개발 및 배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문제삼았는데요. 앱스토어를 통해 앱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청구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죠.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이용자와 앱 개발자에 불리한 구조로 관련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입니다.
미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애플의 반경쟁적 관행은 크게 5가지입니다. ①슈퍼 앱 차단 ②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앱 차단 ③타사 메신저 기능 제한 및 폐쇄적 아이메시지 운영 ④스마트워치 기능 제한 및 연동 차단 ⑤타사 디지털지갑 사용 제한으로 애플의 대표적인 폐쇄 전략으로 꼽혔던 문제들입니다.
반경쟁적 관행에 포함된 아이폰의 메신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는 사회적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아이메시지 이용자의 말풍선은 '푸른색',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초록색'으로 표시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드러나도록 했죠. 미 정부는 아이메시지 말풍선 정책에 대해 "사회적 낙인과 배제, 비난을 조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폰에서 타사 스마트워치 기능 제한, 안드로이드폰에서 애플워치 연동 불가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해 온 문제들도 거론했습니다. 갈런드 장관은 "애플은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이며 배타적인 행동으로 그 권력을 유지했다"고 비판했죠.
애플은 강하게 반발하며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미 정부가 승소할 경우 기업 분할까지 이뤄질 수 있으니 전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죠. 애플 대변인은 "이번 제소는 애플의 정체성과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애플을 제외하고 이번 소송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미 정부와 역사적인 반독점 소송을 벌였던 당사자이기 때문인데요. 법무부 역시 애플이 과거 MS와 비슷한 독점 전략을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당시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겨냥한 MS의 운영체제 독점과 '더러운 전술'을 비판한 점도 언급했죠.
1998년 미 정부는 MS가 PC 운영체제 윈도우에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 행위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0년 1심 판결에서 정부가 승소하면서 MS는 2개 회사로 분할하라는 명령까지 받았죠.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구분해 분할하라는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2001년 항소심에서 반독점법 위반 판단을 유지하되 회사 분할 명령은 기각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MS는 1심 이후 출범한 조지 W 부시 정부와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분쟁을 마무리지었는데요. 합의안에는 △MS 소프트웨어의 독점적 지원 요구 계약 금지 △윈도우에서 경쟁 소프트웨어 사용 허용, 경쟁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보복 금지 △윈도우 소스 일부 공개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회사 분할을 피하고 끼워 팔기 권한까지 인정받은 MS의 승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MS 창업주 빌 게이츠는 반독점 소송이 모바일 운영체제 경쟁에서 뒤처지는 계기가 됐다며 한탄했죠.
소송 과정에서 게이츠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게이츠의 친구이자 비서 출신인 스티브 발머가 회사를 이끌게 됐는데요. 발머는 CEO 초반 MP3 플레이어 준, 윈도우 비스타 실패와 모바일 운영체제 출시 지연 등으로 '최악의 CEO'로 꼽히는 치욕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후 MS의 주축 사업으로 거듭난 클라우드 기반을 닦고, 사티아 나델라 CEO를 발굴하는 등 업적을 쌓은 인물이기도 하죠.
MS의 모바일 시대 부적응은 능력 부족에서 초래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PC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 전환을 예측하지 못해 모바일 기술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입니다. 반독점 소송과 같은 외부 이슈보다는 MS의 내부 문제가 모바일 경쟁에서 뒤처진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거죠.
미 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면서 빅테크 5곳(MS·애플·구글·아마존·메타) 모두 반독점 분쟁에 휘말렸습니다. 2020년 제소가 이뤄진 구글의 자사 앱 선탑재 의혹 소송은 지난해 9월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미 정부는 구글이 관련 기업들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 적용하는 대가로 매년 80억~120억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는데요. 안드로이드폰에서 구글 앱 삭제가 불가능한 점도 독점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애플은 구글 소송에 깊이 연루됐는데요. 미 정부는 구글이 지급한 선탑재 대가의 상당 부분이 애플에 돌아갔다고 봅니다. 구글이 2020년까지 애플에 지급한 선탑재 대가는 40억~70억달러로 추산되죠. 아이폰 선탑재로 구글이 모바일 검색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두 회사가 아이폰에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아마존은 지난해 미 정부로부터 4차례나 제소당했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9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자사 상품을 먼저 배치하고, 판매자가 자사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는 막는 등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펼쳤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아마존은 개인정보, 프라임멤버십 관련 소송 3건에 휘말린 상황이었죠.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지목된 건 9월 제소가 처음입니다. 이를 두고 '빅테크 저장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FTC 위원장이 빅테크를 겨냥한 공세에 다시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죠. 메타 역시 칸 위원장의 타깃이 됐는데요. FTC는 2020년 12월 메타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경쟁사를 인수해 소셜미디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빅테크 반독점 분쟁의 결말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글 선탑재 소송의 공판이 제소 3년 만에 개시된 것처럼 대부분 재판이 지연되고 있어서죠. 애플의 경우 사업 전반의 적법성을 따지는 소송이기 때문에 법원의 고심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마다 쟁점 사안과 경쟁 시장이 다르지만, 서로의 소송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플랫폼 독점력에 대한 미 정부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죠.
조금 이르지만 미 정부가 빅테크 반독점 분쟁을 지루한 법정 공방보다는 MS 사례처럼 타협안 도출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물론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면 미 정부가 유의미한 승소부터 거둬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법원의 판결을 보면 미 정부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법원이 빅테크 손을 들어준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메타의 위딘 인수 관련 소송에서 FTC가 패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칸 위원장이 무리한 소송전을 펼친다는 비판 여론이 불거지기도 했죠. 그럼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칸 위원장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빅테크에 부정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죠. 자국 빅테크를 처벌하려는 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라 올해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유럽연합(EU)이 DSA(디지털서비스법)에 이어 DMA(디지털시장법)를 시행하며 미국 빅테크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점은 또 다른 변수죠. 만약 2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면 빅테크 규제 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펼쳐지는 빅테크 반독점 분쟁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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