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웨이 May 20. 2024

장기전 돌입한 라인야후 사태

[5월 4주차]#라인야후 #네이버 #소프트뱅크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이 한국과 일본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정치 공방으로 비화하며 반일 감정을 둘러싼 논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일단 7월 초까지 지분 변동을 막아뒀기 때문에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라인야후 사태의 진행 상황과 쟁점들을 정리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통해 다양한 분석과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복잡미묘하게 전개되는 이번 사태가 결말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네이버 7월까진 A홀딩스 지분 안 판다

한국에선 정쟁으로 번졌다… 이토 히로부미까지 소환

늦었던 정부 대응, 반일감정 고려했어야

신중호 이사회 퇴출… "네이버 지분 매각 강하게 요청"

장기전으로 접어든 협상… 지분 가치 얼마

동남아 사업권도 쟁점… 라인플러스 변수 될까?                                        


네이버 7월까진 A홀딩스 지분 안 판다


"7월1일까지 일본 정부에 라인야후가 제출할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대통령실 고위관계자, 5월14일)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대통령실의 입장입니다. 익명과 가정법 뒤에 숨은 메시지는 "적어도 7월까지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팔지 않기로 했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던 우리 정부가 라인야후 사태에 공개적으로 개입한 건데요. 해당 내용을 네이버가 아닌 대통령실을 통해 내놓은 배경에는 일본 정부를 향한 경고 의도도 깔렸습니다.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절차가 즉각적인 지분 매각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일본 정부는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 다음 날(15일) 한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지분 매각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대해 "안전관리 조치 등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 등을 강구하도록 요구한 것"이라며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에는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위탁처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형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야시 장관은 "한국 정부에 일본 정부의 생각을 이미 전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에 정중하게 설명해나갈 생각"이라고도 했는데요. 한국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분 매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보안 거버넌스, 즉 경영방식과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강조한 겁니다. 당사자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번 사태는 양국 정부가 깊게 관여한 사안이 됐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외교적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겠죠.




한국에선 정쟁으로 번졌다… 이토 히로부미까지 소환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던 정부가 개입한 이유는 이번 사태가 정치 공방으로 번졌기 때문입니다. 야권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규탄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요.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이번 사태로 불거진 반일 감정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였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 후손이라는 보도를 공유하고, 이토 히로부미와 연관성을 부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3일 독도를 방문하고 "윤석열 정부는 입만 열면 외교를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해왔다고 자화자찬했는데, 라인 사태를 보면 오히려 정보 영토를 빼앗긴 것 아니냐"고 비판했죠.


이번 사태는 국회에서도 다뤄질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라인야후 사태를 다루는 긴급 현안질의를 열겠다는 방침인데요. ICT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방위는 이번 주 중 현안질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라인야후 사태가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 국회의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늦었던 정부 대응, 반일감정 고려했어야


정부의 뒤늦은 대응은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총무성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한 상황을 인지했다면 원론적인 경고 메시지라도 빠르게 내놨어야 했습니다.


물밑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달 10일에서야 일본 정부를 향한 과기정통부의 유감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관련 보도가 3월 초부터 나온 점을 생각하면 두 달이 더 지나서 실질적으로 대응한 거죠. 대통령실은 14일 입장을 내놓기 전까지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과기부, 외교부 등 부처 차원의 대응에도 여론이 동요했다면 좀 더 진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죠.


정부여당은 야권의 공세에 반일 감정을 조장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야권 정치인들의 날선 표현은 지나친 측면이 있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반일 감정을 야권의 악의적 프레임으로만 치부해선 안 됩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 분노하는 여론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라인야후의 국적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인 건 분명한 사실이죠.

신중호 이사회 퇴출… "네이버 지분 매각 강하게 요청"


일본에서는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더욱 압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라인야후가 완전하게 소뱅과 일본 정부 편에 섰기 때문이죠.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겸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라인야후 이사회가 전부 일본인으로 채워졌습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CPO는 유일한 한국인이자 네이버 측 사내이사였습니다.


한일 양국에서 라인야후 지배구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는 상황에서 신 CPO의 이사회 퇴출을 단행했는데요. 라인야후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은 소뱅이 쥐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신 CPO는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지만 CPO 직책은 유지하는데요. 네이버와 소뱅의 지분 매각 협상과 맞물려 신 CPO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애매모호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이데자와 CEO의 발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데자와 CEO는 8일 결산발표회에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위탁처(네이버)와 자본적인 지배 관계에 있는 데 대한 재검토"라며 "대주주인 네이버에 (데이터 관리를) 위탁하는데, 위탁처인 대주주에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과제를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런 의미에서 위탁처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소뱅이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했죠.



장기전으로 접어든 협상… 지분 가치 얼마?


라인야후 지배권에 대한 네이버와 소뱅의 협상은 7월 이후에도 이어질 텐데요. 두 회사의 야심찬 합작은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 많은 걸 얻어내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일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공언한 상황이죠. 양국의 국민 감정은 서로에게 협상 카드이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팔기로 결정한다면 최대한 큰 가치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현재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입니다. 네이버의 실질적인 라인야후 지분율은 32%인데요. 해당 지분율을 적용하면 네이버의 지분 가치는 8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라인야후의 수많은 계열사 지분 가치도 반영해야 합니다. 증권가는 네이버 지분 가치의 하한선을 10조원으로 추정합니다.


소뱅은 최소한의 금액으로 A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려 할 겁니다. 라인야후 이사진이 전부 일본인으로 채워지고,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소뱅을 지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네이버 지분을 전부 사들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소뱅 입장에서는 1주만 더 확보해도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권을 확실하게 갖게 되기 때문이죠.


동남아 사업권도 쟁점… 라인플러스 변수 될까?


그동안 네이버가 공을 들인 동남아시아 사업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협상의 쟁점입니다. 태국, 대만 등 라인의 동남아시아 사업은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요.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의 100% 자회사인 Z인터미디어트의 100% 자회사입니다. 현재 지배구조상으로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넘기면 라인플러스에 대한 지배권도 상실합니다. 당연히 더 이상 동남아 사업에 관여할 수 없게 되죠.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는 네이버가 아닌 라인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직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 매각과 연계해 동남아 사업권을 요구한다면 협상은 난항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소뱅 역시 안정적인 라인 서비스를 위해선 라인플러스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죠.


라인야후 사태는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는데요. 의미 있는 소식이 들려오면 빠르게 업데이트하겠습니다.


[158호]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게임

[157호] 네이버·카카오 이슈 업데이트

[156호] 틱톡과 네이버의 동병상련?

[155호] 중국 직구발 개인정보 주의보

[154호] 거대야당, 플랫폼규제법 만드나


매거진의 이전글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