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주차]#구글 #반독점 #선탑재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검색엔진 선탑재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선탑재 대가를 지불한 구글의 행위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했는데요. 구글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겁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줄소송에 휘말린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플랫폼 입법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구글의 완패를 선언한 이번 판결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구글 반독점 소송 졌다… 검색 선탑재 '불법' 판단
최악의 경우 매각 명령까지… 구글 지위는 굳건?
줄소송 휩싸인 빅테크… 사법 철퇴 시작점 되나
한국으로 번질 수 있는 후폭풍… 공정위는 난감하다?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졌습니다. 이번 소송에서는 구글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엔진 선탑재 전략이 위법한지를 다뤘는데요.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에 비용을 지불한 구글의 행위를 셔먼법 제2조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셔먼법 2조는 독점화와 독점 시도, 독점을 위한 담합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법무부가 2020년 10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4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애플, 삼성전자 등에 막대한 비용을 내고 검색엔진을 선탑재함으로써 타사와의 경쟁 기회를 차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글이 검색 독점 계약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고, 이는 검색광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죠. 구글이 선탑재를 위해 지불한 비용은 2021년 260억달러(35조5316억원), 2022년에는 애플에 지급한 금액만 200억달러(27조3320억원)에 달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재판 과정에서 "크롬 브라우저 혁신과 초기 투자 덕분에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는데요. 연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부분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메흐타 판사는 구글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과 시정 조치는 향후 재판에서 결정할 예정인데요. 구글은 판결이 나오자마자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은 최악의 경우 크롬 브라우저나 안드로이드 등 검색과 연관된 사업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강제 매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작고, 분사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대처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항소심을 거쳐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이죠.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만 4년이 걸렸습니다. 법원이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려도 20여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처럼 정부와 합의로 마무리될 수도 있죠.
구글이 더는 선탑재를 하지 못하더라도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기 때문이죠. 사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 되더라도 구글을 쓰던 사용자가 이탈할 여지는 매우 작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빙 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두 회사 간 격차가 너무 커서 구글에 위협을 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구글이 막대한 선탑재 비용을 절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구글보다 선탑재 대가를 받지 못하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부정적인 판결이라는 해석인데요.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구글이 애플에 지불한 200억달러는 앱스토어, 애플페이 등을 포함한 애플의 연간 서비스 매출(850억달러)의 20%, 전체 매출의 5%에 해당합니다. 안 받아도 그만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죠.
당장 구글에 불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데도 이번 판결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구글이 완전하게 패소한 사실 때문입니다. 구글처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소송에 휩싸인 빅테크 기업들에 사법적 철퇴가 내려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서죠. 밴더빌트대 로스쿨의 레베카 앨런스워스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세기의 가장 중요한 반독점 소송이다. 엄청난 전환점"이라며 "다른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예측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검색 선탑재와 별건으로 지난해 1월 구글을 상대로 온라인 광고와 관련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구글이 해당 시장에서 반경쟁적 합병을 단행하고, 광고주에게 자사 기술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는 혐의입니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판매자에게 자사 서비스 사용 압박 △애플: 앱스토어, 메시지, 스마트워치 등에서 배타적이고 반경쟁적 행위 △메타: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로 독점 지위 획득 등 빅테크를 겨냥한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구글이 완패한 이번 판결은 이들 소송에서 중대한 참고자료가 될 겁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MS와 오픈AI가 이번 판결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데요. MS는 (격차가 크지만) 구글의 직접적인 검색 경쟁사이고, 오픈AI는 AI 검색엔진 '서치GPT'로 검색 시장의 판도 변화를 노리고 있어서죠.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재판에서 "구글의 지배력이 구글 웹을 만들어냈고, 애플과의 관계가 과점적이라 우려스럽다"며 "구글이 (선탑재를) 계속한다면 AI 개발 경쟁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MS와 오픈AI 역시 이번 판결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MS의 행위가 실질적 합병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서죠. MS는 오픈AI에 총 130억달러(17조8000억원)를 투자해 지분율 49%를 확보했습니다. 최근 MS는 연방거래위 조사를 의식해 오픈AI의 이사회 참관인 자격을 포기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한국 대표 기업인 만큼 이번 판결의 여파가 국내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제공하면서 자사 앱을 선탑재한 행위를 무혐의 처분했는데요. 2016년 정재찬 위원장 시절 재조사 방침을 밝혔으나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2021년 구글의 안드로이드 탑재 강요를 불법으로 판단해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습니다. 당시 플레이스토어, 구글 검색 등 자사 앱을 제공하는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안드로이드 사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제하는 행위를 시정하라는 명령도 내렸는데요. 이번 판결을 반영해 구글과 삼성전자가 맺은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이 적법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위 조사가 이뤄진다면 구글이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에 선탑재 대가를 치렀는지 여부가 파악되겠죠. 다만 재조사는 공정위 스스로 과거의 판단을 거스르는 행보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보적인 입장에 머무를 것 같네요.
이번 판결을 두고 19세기(1980년)에 제정된 셔먼법이 빅테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구글이 최종 패소한다면 빅테크의 독점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EU는 이미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DSA(디지털서비스법), DMA(디지털시장법), 인공지능법 등을 제정해 새로운 규제 기반을 마련했는데요. 미국 역시 플랫폼 규제를 위한 패키지 법안 제정을 시도했지만, 틱톡 금지법을 제외한 법안들은 지난해 말 폐기됐습니다.
공정위는 올해 2월 무기한 중단한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며 벼르고 있는데요. 기존 반독점법으로 빅테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다루는 미국의 행보는 공정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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