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주차]#구글 #MS #AI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미국 정부가 구글의 검색엔진 선탑재 행위에 대한 제재로 주요 사업을 강제 분할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규제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데요. 실제로 강제 분할이 실행될 경우 구글은 엄청난 타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구글의 반독점 패소로 인한 후폭풍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은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강제 분할 조치가 구글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예측해 봤습니다. 이번 사안이 기술 주도권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인공지능(AI)과 연결되는 점이 흥미롭네요.
이번 주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옵니다. 한 주 쉬고 가치 있는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미 법무부, 구글 해체 검토한다
빅테크 규제의 중대 분기점… 구글 지배력 약화 불가피
구글 생태계에 '공백' 생기나… AI 사업 타격 우려도
분할 대신 데이터 개방?… MS처럼 합의로 끝낼까
지난 8월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소식을 전했는데요. 법무부가 구글의 반경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핵심 사업을 강제로 분할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법무부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구글이 경쟁사보다 검색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검색 기능을 포함한 분야에서 유리하도록 크롬, 플레이스토어, 안드로이드 등을 우선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적, 구조적 구제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구조적 구제책을 강제적인 기업 분할을 암시한 단어로 해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는지는 기재되지 않았는데요. 검색과 웹브라우저, 앱마켓, 모바일 운영체제(OS) 등 구글의 주요 사업들이 강제 매각 대상으로 꼽힙니다. 법무부는 11월20일까지 최종적인 구제책을 제출할 예정이고, 구글은 12월20일까지 자체적인 조치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내년에 내려질 것 같네요. 구글이 항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구제책의 실행 여부가 결정되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앞서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에 대가를 지불한 구글의 행위를 셔먼법 위반으로 판결했습니다. 구글이 검색엔진 선탑재를 위해 쓴 비용은 2021년 26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는데요. 2022년에는 애플에만 200억달러(27조원)를 줬습니다.
법원이 구글 해체를 명령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확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례 없는 제재 조치이기 때문이죠. 주요 사업을 떼어내라는 명령은 기업의 시장지배력 저하는 물론 존폐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반독점 분쟁에 휩싸인 기업들이 이번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죠. 실제로 구글 해체가 이뤄진다면 빅테크 규제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구글이 더는 검색 선탑재를 할 수 없더라도 압도적인 구글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사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직접 선택하더라도 구글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크롬, 플레이스토어, 안드로이드 등이 구글에서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해당 서비스 모두 각각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크롬의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65.74%에 달합니다. 모바일 OS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가 각각 71.84%, 27.61%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애플 제품이 아닌 모바일 기기는 거의 모두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작동하고, 안드로이드 앱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야 하죠. 구글의 검색 지배력은 더욱 압도적인데요.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합니다. 2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은 3.96%에 불과하죠.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격차입니다.
강제 분사가 이뤄진다면 구글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속한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사 이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한 기업일 때엔 발생하지 않았던 비용과 절차가 추가되기 때문이죠. 구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저해할 수 있는 변수를 떠안게 됩니다. 반대로 경쟁사들엔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강제 분사는 검색을 중심으로 웹브라우저, 앱마켓, 모바일 OS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글 생태계의 한축이 무너지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지는 추정하기 어려운데요. 만약 사용자가 불편을 체감할 수 있는 상황까지 전개된다면 경쟁 서비스로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구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고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분사된 서비스에서 더는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인데요. 데이터 종류와 규모의 축소는 인공지능(AI) 기술 개선을 더디게 만들 수 있어서죠. 실용적인 생산성 도구로 호평받고 있는 '노트북LM'과 같은 서비스 개발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법무부는 구제책이 구글의 기존 지배력이 AI 사업으로 확대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구글이 AI 시장에서 독점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겁니다. AI 사업의 필수 기반인 데이터에 대한 강력한 통제 조치가 유력한 수단으로 꼽힙니다.
구글은 오픈AI(+MS), 메타 등과 치열한 AI 플랫폼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AI는 '서치GPT'로 AI 검색 시대를 열겠다며 구글에 선전포고한 상황이죠. 최근에는 MS와 엔비디아,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66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40억달러 규모의 신용대출까지 확보했습니다. 100억달러(13조5000억원)가 넘는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됐죠. 샘 알트만 CEO는 영리법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픈AI 역시 주요 인사들의 줄퇴사 등 여러 문제에 봉착했지만, 구글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AI 사업을 펼치고 있죠.
최종적인 제재 수위가 강제 분할을 명령할 정도로 강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20년 전 MS 사례와 같은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인데요. 법무부는 MS와 컴퓨터 OS(윈도우)와 관련한 반독점 소송을 벌였을 때에도 2개 회사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법원의 분할 명령이 철회됐고, 법무부와 MS는 합의로 분쟁을 끝냈습니다. △MS 소프트웨어의 독점적 지원 요구 계약 금지 △윈도우에서 경쟁 소프트웨어 사용 허용, 경쟁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보복 금지 △윈도우 소스 일부 공개 등이 합의에 포함됐죠.
이번 사례도 법무부와 구글이 타협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강제 분할 대신 구글이 검색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경쟁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제재 조치로 꼽힙니다. MS가 윈도우 소스 일부를 공개한 것처럼 말이죠. 구글이 거의 모든 사업에 활용되는 검색 데이터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겠지만, 강제 분할보다는 훨씬 약한 제재이기 때문에 거부하기도 어렵습니다.
MS 합의 도출 당시 강제 분할을 피한 MS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MS가 사법 리스크 대응과 합의에 따라 경쟁사 진입을 허용하면서 모바일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드로이드와 경쟁에서 윈도우 모바일이 완패한 배경에 반독점 분쟁에 있다는 시각이죠. 구글은 MS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전사적으로 대응할 텐데요. 이번 분쟁이 AI 시장 주도권 경쟁에 미칠 영향을 유심히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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