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주차]#앱마켓 #구글애플 #집단소송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앱마켓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세계 곳곳에서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는데요. 정작 가장 먼저 입법규제를 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인앱결제 강제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발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을 모아 미국에서 앱마켓 독과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앱마켓 계약관계와 국내외 규제 격차를 반영한 행보인데요. 앱마켓 독과점 문제에 대한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대응을 알아보고, 국내 현황 비교했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과다한 수수료 부과에 시달리는 국내 개발사들이 답답함을 토로할 만한 상황이네요.
한국 게임사들, 구글·애플 상대 집단조정 추진
앱마켓 규제법 있는데도 인앱결제 강제 방치
구글·애플 거세게 압박하는 주요국… 입법규제 속속 도입
집단조정 얼마나 참여할까?… 추가 대응책 마련해야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국내 게임사들의 손해를 배상받겠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로펌 하우스펠트(Hausfeld LLP)와 위더피플 법률사무소가 미국에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 형식의 손해배상 합의를 진행한다고 나섰는데요. "독과점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압박을 대리하겠다는 겁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공유한 집단조정 공지에 따르면 하우스펠트는 2023년 미국 앱 4만8000곳을 대리해 구글과 손해배상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총 합의 규모와 앱별 배상금이 얼마였는지 밝히지 않았죠. 하우스펠트와 위더피플은 미국 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멸 시효가 4년이기 때문에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피해가 컸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넣으려면 조속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 게임사가 개별적 합의를 할 경우 집단조정 합의금보다 적은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큰데, 이럴 경우 회사와 주주에 대한 배임 등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고도 했죠.
국내 게임사들의 집단조정은 집단소송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된 배경에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달리 앱마켓 독과점 행태에 강력한 조처를 취하지 못한 국내 현실이 반영됐는데요.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등 앱마켓 갑질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전기사업법 개정)을 제정하고도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율 30%의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와 앱 심사 지연 등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구글과 애플에 각각 과징금 475억원, 205억원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방통위 제재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데요. 구글과 애플 제재 안건은 1년이 지났는데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방통위가 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정쟁 탓에 식물 부처로 전락했기 때문이죠.
제재 지연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로부터 1조1000억원의 배상금을 받아낸 미국 집단소송 사례를 거론하면서 방통위에 조속한 과징금 부과를 촉구했습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구글과 애플에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방통위 정상화가 이뤄지면 신속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과징금 상한(현행 매출의 3%)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죠.
해외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독과점을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은 구글에 앱마켓 플레이스토어를 개방적으로 운영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외부결제를 허용하고, 플레이스토어에서 갤럭시스토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는 내용이죠. 또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플레이스토어를 기본 앱으로 설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금지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명령은 지난해 12월 에픽게임즈와 구글의 반독점법 소송(1심)에서 구글이 패소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구글은 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법원에 플레이스토어 개방 명령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올해 3월 EU는 애플에 18억유로(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EU가 테크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 규모죠.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인앱결제 강제, 자사 우대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스포티파이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인 겁니다. 애플은 DMA 대응을 위해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최대 17% 수준으로 내렸는데요. 개발자가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 웹페이지에서 iOS 앱을 배포할 수 있는 기능(사이드 로딩)도 허용했습니다. 그럼에도 EU는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관행이 DMA 위반에 해당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죠.
DMA와 유사한 입법 규제를 도입하는 국가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은 올해 6월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을 제정했습니다. 앱스토어 규제에는 경쟁 앱스토어 제공 방해 금지, 인앱결제 강제 금지, 외부결제 방해 금지 등 내용이 포함됐죠. 일본에 앞서 영국은 EU의 DMA·DSA(디지털서비스법)처럼 빅테크 규제를 위한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DMCC)'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앱마켓 갑질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자'는 야심찬 계획은 실행될 수 있을까요? 하우스필드와 위더피플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게임사 29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 중 대기업·중견기업에 해당하는 게임사는 4곳에 불과하죠. 이달 말까지 집단조정 위임 신청을 받을 예정인데, 참여 게임사가 크게 늘지 않을 경우 조정 절차가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위더피플은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한 미국 집단소송 참여 신청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개발자들의 소송 참여가 저조하자 집단조정부터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구글과 애플이 사실상 출시 권한을 가진 모바일게임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게임사의 집단조정 참여에는 상당한 부담감이 뒤따릅니다. 구글·애플에 찍히면 교묘한 방식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게임업계에 만연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게임사들의 원스토어 출시를 막기 위해 플레이스토어 독점 출시를 조건으로 한 지원 전략을 실행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우스필드와 위더피플은 구글과 애플이 영업상 보복을 단행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사들이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죠.
정부와 국회 모두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행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거의 모든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조차 이견이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처벌은커녕 구글과 애플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는 실정이죠. 결국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 관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넘어가 피해 보상을 받자는 제안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그동안 구글과 애플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을 강구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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