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주차]#엔비디아 #인공지능 #젠슨황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지난주 엔비디아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엔비디아는 AI 전환기에 가장 급성장한 기업으로 기록될 것 같네요.
엔비디아 폭등세가 2년 가까이 이어진 만큼 과열의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한 기업이기 때문에 주요국에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하죠. 주가가 더 오를지, 이제는 꺾일지 알 순 없지만, 당분간 엔비디아 주가 추이가 매우 중요한 투자 지표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엔비디아 2번째 '시총 1위' 등극하다
AI 거품론 딛고 상승세 지속… 빅테크 투자 더 늘린다
괴물 AI칩 블랙웰 기대 반영… 1년치 물량 완판
버블 신호는 여전하다… 사법 리스크 직면할 수도
젠슨 황 CEO가 이끄는 엔비디아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인텔을 밀어내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 사상 처음으로 편입되기도 했죠. 지난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조4320억달러(4782조원)로 애플(3조3780억달러, 4707조원)보다 540억달러(75조원) 높았는데요. 6~7일에도 시총 1위를 유지하며 애플과 격차를 1907억달러(267조원)로 벌렸습니다. 황 CEO의 지분(3.5%) 가치는 1267억달러(177조원)까지 불어났죠. 엔비디아는 앞으로 10% 더 상승하면 그 어느 기업도 이루지 못한 시총 4조달러 고지에 오릅니다.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올해 6월18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시총 1위에 등극했는데요. 하지만 다음 날부터 3거래일 동안 13% 폭락하면서 3위로 내려앉았죠.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당시 시총 1위가 될 때까지 상승률이 828%에 달했는데요. 시총 1위를 기점으로 엔비디아가 흔들리자 닷컴버블에 따른 2000년 시스코 폭락 사태가 소환됐습니다. 엔비디아 주가 역시 시스코처럼 붕괴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죠. 때마침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우려와 달리 엔비디아는 잠시 꺾였다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알아본 것처럼 MS와 아마존, 알파벳은 AI가 접목된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고,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씨티그룹은 MS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의 올해 자본지출 규모가 2090억달러(2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금액입니다. 씨티그룹은 AI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체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죠.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비용이 커지면 당연히 엔비디아 수익도 늘어납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구매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죠.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이 80%에서 최대 98%까지 추정됩니다. AMD와 인텔이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지만 아직까지 기술력 격차가 상당한데요. 엔비디아는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 '쿠다(CUDA)'라는 강력한 플랫폼 해자까지 구축했습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죠. 현재 쿠다를 사용하는 개발자는 4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오픈AI에 5억달러(6937억원) 투자를 단행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AI 거품론을 반박하며 "엔비디아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900조달러(125경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에 기반한 주장이죠. 손정의 회장은 "엔비디아는 한 가지 예일 뿐 AI 산업은 훨씬 거대해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에는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는데요. 블랙웰은 기존 H100 제품보다 AI 추론 성능이 30배 이상 향상된 엔비디아의 야심작입니다. 올해 8월 설계 결함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황 CEO는 당초 계획대로 연내에 블랙웰을 정식 출시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데이터센터용 제품인 GB200 NVL2와 GB200 NVL72는 지난달 MS와 오픈AI를 시작으로 출하가 이뤄졌습니다.
블랙웰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입니다. 황 CEO는 지난달 초 CNBC와 인터뷰에서 "(블랙웰) 수요가 미쳤다. 계획대로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젠슨 황 등 엔비디아 경영진을 만난 뒤 블랙웰의 1년치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혔죠. 4분기 실적부터 블랙웰 성과가 반영될 예정인데요. 아직 대량 공급이 이뤄지기 전인데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장밋빛 미래 전망이 주가의 지속적인 우상향을 보장하진 못합니다. 이미 엔비디아 주가는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239%, 올해 198% 폭등했는데요. 2023년 이후 상승률이 910%에 달합니다. 주요 재무 지표를 보면 PER(주가수익비율) 69배, PBR(주가순자산비율) 62배, PSR(주가매출액비율) 38배로 투자 과열이라는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합니다. 애플 37배, MS 35배, 아마존 45배, 알파벳 24배, 메타 28배 등 빅테크 기업들의 PER과 비교해도 엔비디아가 월등하게 높죠.
월가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지금보다 35% 높은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는데요. 상당수 금융회사가 엔비디아 거품론을 외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자신들의 전망이 빗나가자 슬그머니 목표주가를 높인 거여서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됩니다. 금융회사의 주가 전망은 미래보다는 과거 성과에 좌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도 하죠. 엔비디아를 향한 눈높이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실적이 공급 부족 등으로 예상치를 밑돌 경우 기대는 한순간에 실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기업이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이로 인해 주가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락했죠. 엔비디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자사 제품 판매에 유리하게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만약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조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2024년은 엔비디아에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겁니다. 엔비디아의 시총 1위 등극은 AI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는 상징적인 신호이기도 하죠. AI 시대의 가장 확실한 수혜주로 거듭난 엔비디아의 질주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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