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주차]#호주 #SNS #미성년자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앞으로 호주에선 15세까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엑스 등 소셜미디어(SNS)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입법 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죠. 호주의 강력한 규제 조치를 두고 전 세계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에도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됐는데요. 부모 동의 기반의 미국 식을 택할지, 강력한 제한 조치인 호주 식을 택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SNS와 일체된 삶을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겠죠.
※와이파이레터는 쏟아지는 ICT 이슈 중 핵심만 꼽아드립니다. '테크 빅뱅'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주소록에 shineway2011-gmail.com@send.stibee.com을 추가해 주세요. 뉴스레터가 스팸함으로 가지 않아요. 기고 문의와 협업 제안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호주 "16세 미만 SNS 사용 금지"
'강력 규제' 분기점 될까… 미국은 '부모 동의' 기반 규제
국내에서도 미성년자 SNS 제한 법안 여러 건 발의
'일상의 필수재' SNS와 일체된 Z세대
아예 막는 게 답일까… 실현가능성, 부작용 우려
호주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입법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호주 상원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16세 미만 국민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온라인안전법 개정안을 가결했는데요. 찬성 34표 대 반대 19표로 입법 공감대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처리됐습니다. 개정안은 부모 동의가 있으면 이용을 허용하는 식의 예외 조항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규제 시행은 내년 말부터 이뤄지죠. 그때까지 연령 확인을 위한 시스템 마련 작업을 진행합니다.
호주 정부는 개정안을 근거로 틱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레딧, 엑스 등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예정인데요. 유튜브와 왓츠앱, 디스코드 등은 제외됐습니다. 무엇보다 유튜브가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점을 두고선 논쟁이 상당할 것 같네요. 16세 미만이 SNS 계정을 만들 경우 해당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재가 이뤄지는데요. 규제 대상 SNS는 16세 미만의 계정 생성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조치가 미비할 경우 정부가 부과할 수 있는 벌금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에 달합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개정안 통과 직후 "이제 플랫폼들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모가 어린 자녀와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될 것이다. 호주의 젊은 세대가 더 나은 결과를 얻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호주의 행보를 두고 주요국 중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SNS 규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톡 등) 이용을 원천 차단하고 있죠. SNS 기업들은 호주의 강경한 태도가 다른 국가들로 번질까봐 우려합니다. 거대한 SNS 이용자 규모 만큼이나 SNS가 양산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형성됐습니다.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아예 막아버린 호주의 결정은 파급력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죠.
SNS 본고장인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 일부 주에선 부모 동의 및 모니터링, 중독성 피드 규제, 유해 콘텐츠 노출 방지 등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루이지애나주는 가입자가 500만명 이상인 SNS의 경우 부모 동의를 받지 않은 16세 미만의 계정 보유를 금지합니다. 부모가 자녀 계정의 개인정보 설정을 볼 수 있고, 일별 서비스 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 제공도 강제하죠. 플로리다주의 경우 내년부터 중독성을 가진 SNS에 14세 미만 계정 금지 조치를 시행합니다.
뉴욕주에선 SNS의 핵심 기능인 피드에 대한 규제를 마련했습니다. 18세 미만에게 부모 동의 없이 '중독성 피드'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는데요. 개인정보와 사용 데이터에 기반해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방식을 중독성 피드로 규정합니다. SNS의 기본적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겁니다. 텍사스주는 SNS 기업이 △자살, 자해, 섭식장애 △약물 남용 △스토킹, 괴롭힘, 학대 △그루밍, 인신매매, 아동포르노, 성적 착취 및 학대 등 유해 콘텐츠 노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전략을 시행하도록 의무화했죠.
※국회도서관, 미국의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 예방 입법례(김지현) 참고.
우리나라도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입법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미 법안은 여러 건 발의됐는데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SNS 기업이 14세 미만의 회원가입 신청을 거부하도록 강제합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한 청소년 회원에겐 중독성 콘텐츠 노출을 막고, 시간순으로 콘텐츠를 노출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신설합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세 미만의 경우 △일별 이용 한도 설정 △자동화 추천 알고리즘 허용 여부를 친권자의 사전 확인을 받으라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세 법안 모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과방위 소관인데요. 아직 입법 심사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조정훈 의원은 "호주 의회가 마침내 경종을 울렸다"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때이다. 결단과 실천만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소통도구를 넘어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난 SNS의 명과 암은 분명합니다. 광고와 콘텐츠, 쇼핑 등 다방면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일으킨 디지털경제의 핵심 기반이자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화 혁명을 가져온 동력이기도 했죠. 동시에 각종 범죄를 유발하거나 활용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양산하는 확증편향 현상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일으켰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빅테크로 거듭난 SNS 기업들이 다양한 자정 노력을 펼쳤지만 여전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특히 자기정체성과 가치관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 SNS로 인한 부작용과 위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들은 SNS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시작점이었기 때문에 SNS와 일체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대중화 이전 오프라인 소통을 경험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SNS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한국미디어패널조사를 보면 세대별 SNS 이용률은 △밀레니얼세대(만 25~38세) 90.6% △Z세대(9~24세) 87.2% △X세대(39~54세) 65.3% △베이비붐세대(55~65세) 24.2%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Z세대가 55분으로 가장 길었는데요. 이들의 부모가 포함된 X세대(30분)와 비교하면 거의 2배에 달했죠. 해당 조사에선 유튜브와 모바일메신저를 SNS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SNS가 일상의 기반이 된 현실을 생각하면 호주와 같은 미성년자 전면 금지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VPN(가상 사설망) 등 수단을 활용한 우회 접속이 가능할 뿐 아니라 성인 신분을 도용하는 행위가 만연할 수 있어서죠. 전면 금지 조치가 미성년자를 다크웹과 같은 SNS보다 더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되죠.
유니세프는 입법 과정에서 "미성년자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대신 SNS 기업이 연령에 적합하고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요. 아동 권리 보화와 피해 규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유니세프조차 전면 금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겁니다. SNS 기업들의 반발도 상당합니다. 메타와 스냅챗은 이번 결정이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모든 호주인의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려는 우회적 방법처럼 보인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죠.
법이 만들어졌지만 시행까지는 산 넘어 산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호주의 결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184호] 구글에 날아든 트럼프 변수
[183호] 끝나지 않은 배달앱 수수료 갈등
[182호] 엔비디아 시총 1위 등극하다
[181호] 빅테크5 3Q 실적 총정리
[180호] 인앱결제, 한국만 여전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