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차]#계엄 #유튜브 #통신망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충격적인 한 주였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비상계엄 사태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국회의 발빠른 대응으로 계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계엄 해제의 원동력이 됐던 ICT 요인들을 정리했습니다. 통신망이 유지된 가운데 현장 상황이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계엄을 막아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맞선 국민들의 무기는 바로 스마트폰이었죠.
한밤중 비상계엄 사태, 실시간 공유된 국회 상황
유지된 통신망, 계엄 트래픽 폭주
언론으로 기능한 유튜브… 대중매체 위력 재확인
SNS, 갈등의 무기로 악용되나
12월3일 밤 내일 떠날 여행 짐을 싸는 와중에 카카오톡을 통해 영상 뉴스 링크를 전달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를 들어가니 모든 국내 언론사가 속보로 전한 사실이더군요. 계엄이란 단어의 무게를 몰랐기에 윤 대통령이 황당한 정치적 레토릭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국회에 군대를 투입하는 영상을 접하기 전까지는요. 국회가 계엄 해제 안건을 처리하기까지 3시간 동안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공포에 휩싸였죠.
군경이 국회를 완전히 봉쇄하기 전에 국회의원들이 빠르게 국회로 모였기 때문에 계엄을 막을 수 있었는데요. 유튜브,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현장 상황이 빠르게 공유된 덕분입니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긴박한 상황이 전해지기도 했죠. 밤 늦게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이 국회 정문에서 시선을 끄는 사이 의원과 보좌진들이 담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육군 최정예 특전사 등 군인이 국회에 투입된 시간은 계엄 선포 1시간 이후였는데요. 1시간 만에 의원 190명이 국회에 모인 건 스마트폰을 통한 빠른 상황 전파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국회 상공에 헬기가 뜨고, 군 작전차량이 진입한 영상과 사진에서 비상사태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죠. 국회에 침입한 군인들은 수많은 스마트폰과 방송 카메라 앞에서 (불법) 임무 수행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 국민에게 낱낱이 알려졌었기 때문이죠. 지디넷코리아는 국민이 직접 언론에 참여하는 'P2P 저널리즘'이 발현됐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P2P 저널리즘' 활약 돋보였다]
정보통신망이 그대로 유지됐기에 국민들이 계엄 상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계엄군이 서울시내 주요 기지국을 점거해 통신망을 차단하는 조치에 나섰다면 충격적인 현장 소식이 공유되는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을 겁니다. 인터넷 접속이 끊긴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불안감을 유발하겠죠. 이번처럼 국회의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통신망이 살아 있어도 포털과 소셜미디어, 모바일메신저 등 정보 유통 수단이 차단될 수도 있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5조는 전시·사변·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업무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하거나 정지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계엄 발동을 위한 국무회의 자리에는 없었고, 해제 안건을 다룬 국무회의에는 참석했습니다.
계엄령 발동 시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계엄사령관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상에 통신이 포함되지 않아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통제가 가능한 언론을 확대 해석할 경우 적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하죠. 계엄군이 치밀한 통제 전략을 세웠다면 뉴스가 전달되는 통로인 통신망에 대한 권한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번 경우엔 이동통신사들은 계엄사령부로부터 별도 지침을 받지 않았고, 트래픽 폭증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조치만 취했습니다. 국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한 방송 뉴스를 차단하지도 않았죠.
계엄 중 네이버 뉴스와 카페 서비스에서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했는데요. 갑자기 접속량이 폭증한 데 따른 단순 오류였습니다. 네이버와 구글, 다음 등에서 계엄 관련 검색량이 급증하고, 모바일메신저 텔레그램 가입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계엄이 지속될 경우 카카오톡 중단이나 검열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져온 결과죠. 언제부턴가 텔레그램 가입자 증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리잡았네요.
계엄이 실패로 끝나자 가담자들의 진실 고백 혹은 변명 릴레이가 시작됐는데요. 계엄군 핵심 인사들이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에 출연해 계엄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김병주·박선원 의원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수 수도방위사령관과 가진 인터뷰는 거의 모든 언론이 인용 보도할 정도로 상당한 파급력을 일으켰습니다. 언론에 계엄 관련 설명을 하지 않던 군 지휘관들의 최초 입장 표명이었기 때문이죠.
이들의 야당 의원 유튜브 출연은 대중매체와 언론으로 기능하는 유튜브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언론사를 대동하거나 제보하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직접 뉴스 생산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현실도 보여줬죠. 아이지에이웍스의 지난달 모바일 MAU(월간활성이용자수) 통계에서 유튜브는 4635만명으로 12개월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카카오톡(4539만명)과 네이버(4341만명)보다 사용자가 많은 국민 서비스죠. 압도적인 정보전달 수단으로써 유튜브의 위력을 이번 사태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엄군 핵심 인사들의 야당 의원 유튜브 출연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행위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계엄 사태의 책임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자기 항변성 행동이라는 지적이죠. 수많은 취재 요청에도 언론사가 아닌 야당 의원을 택한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해석입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야당 의원이 이들과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계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를 두고 정치적 혼돈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안은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고, 여야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서죠. 계엄 해제를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던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메신저는 분열의 도구로 악용될 조짐입니다.
결국 칼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될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조리도구가 될지는 칼을 손에 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무던한 일상이 하루 빨리 회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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