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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Dec 16. 2024

미중 갈등에 낀 엔비디아

[12월 3주차]#엔비디아 #틱톡 #트럼프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잘나가던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반독점 조사에 휘말렸습니다. 갑작스러운 중국 정부의 문제 제기에 미국의 반도체 제재 강화에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매출 비중이 작아졌지만, 중국은 엔비디아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미·중 갈등 여파에 휩싸인 틱톡은 다음 달 미국에서 퇴출될 위기에 직면했는데요. 엔비디아 역시 중국에서 같은 처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틱톡과 엔비디아가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처한 상황은 미·중 디커플링이 고착화한 현실을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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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반독점 조사 휘말린 엔비디아

반도체 제재 강화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

틱톡 전철 밟을까… 한 달 뒤 미국에서 퇴출

계속되는 미·중 디커플링… 틱톡, 엔비디아 다음은?



중국에서 반독점 조사 휘말린 엔비디아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 9일 엔비디아의 2020년 이스라엘 멜라녹스 인수 승인 당시 전제 조건을 위반했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조건부 승인 내용이 담긴 SAMR 공고 제16호(2020년)에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 가속기와 멜라녹스의 고속 네트워크 상호 연결 장비 및 관련 소프트웨어, 부품을 중국 시장에 계속 공급하고, 불합리한 거래 조건을 붙여선 안 된다는 규정이 담겼습니다.


SAMR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GPU 가속기 공급 제한이 이뤄지는 상황을 문제삼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엔비디아가 해당 규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멜라녹스를 매각하라는 명령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전년도 매출의 10% 이하 과징금 부과, 해당 과징금의 2배 이상에서 5배 이하에 해당하는 징벌적 과징금 부과도 가능합니다.


2019년 엔비디아가 인수한 멜라녹스는 이스라엘 기업으로 데이터센터용 연결 칩과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멜라녹스의 주력 상품인 인피니밴드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는데요. 엔비디아는 인텔과 경쟁을 펼친 끝에 69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멜라녹스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요. 현 시점에선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경쟁에서 완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로 꼽힙니다. SAMR가 멜라녹스 매각을 명령해도 엔비디아가 따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죠.


※참고자료: 태평양, 엔비디아에 대한 중국 반독점 당국 조사 착수 발표.


/자료=태평양.


반도체 제재 강화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


엔비디아를 저격한 반독점 조사는 반도체 제재를 강화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미국 상무부는 2일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방안에는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제곱밀리미터(㎟)당 2GB 이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이 이 기준을 초과합니다. 미국이 HBM의 중국 수출길을 전면 차단한 거죠. HBM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이기에 중국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미국의 통제로 최신 AI 가속기를 중국에 팔지 못했는데요. 자구책으로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제품인 H20을 판매했습니다. H20은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H100과 비교하면 20%에 불과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처럼 엔비디아에 미·중 갈등 여파가 미치면서 중국 매출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했습니다. 본격적인 수출 규제 전인 2021년 25%에 달했던 중국 매출 비중은 올해 1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중국은 엔비디아가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비중은 줄었지만 매출 규모는 커지고 있죠. 반도체 컨설팅 기업 세미애널리시스는 올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이 120억달러(17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지난해(103억달러)보다 17% 증가한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와 중국의 반독점 조사 전 추산이라는 점은 감안해야겠죠. 언젠가 미·중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면 중국의 AI 가속기 수요는 폭발할 수 있기에 현지 영업 기반을 잘 다져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중국에서 사법 리스크만은 피해야 하는데요. 반독점 조사가 중국 판매 전면 차단과 같은 강력한 조치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 중국에선 H20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국 기업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리기엔 중국 정부의 부담감이 상당한 게 사실이죠.



틱톡 전철 밟을까… 한 달 뒤 미국에서 퇴출


이번 반독점 조사로 엔비디아는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소환됐습니다. 이쯤에서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직면한 이 기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숏폼 플랫폼 틱톡입니다. 틱톡은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내년 1월19일까지 미국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더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4월 제정된 틱톡 금지법에 따라 9개월 내 매각이 강제되기 때문이죠. 바이트댄스는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틱톡 금지법 위헌 소송과 법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요. 최근 연방항소법원은 바이트댄스의 요청을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실적으로 바이트댄스가 한 달 만에 미국 사업을 분리·매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1월19일로 정해진 매각 기한은 대통령 권한으로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요. 만약 법원이 바이트댄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면 1월20일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매각 기한 만료 전에 연장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틱톡을 아예 금지하는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틱톡의 법적 대응이 무산되면서 단 하루 차이로 기한이 도래하게 됐죠. 틱톡 금지법을 강하게 밀어붙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한을 미뤄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2기 트럼프 정부가 틱톡에 우호적인 입장일지도 의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틱톡 금지법을 추진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취임 이후에도 틱톡 금지에 부정적인 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틱톡 금지법 폐기 또는 개정을 위해선 의회 동의가 필수적인데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틱톡 금지를 주장하는 의원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폐기 또는 개정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이미 하원의 미·중 전략경쟁특위는 구글과 애플이 내년 1월19일 앱마켓에서 틱톡을 퇴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이미지=AskUp 생성.


계속되는 미·중 디커플링… 틱톡, 엔비디아 다음은?


미국 공급망에서 완전히 퇴출된 화웨이처럼 틱톡과 엔비디아 역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여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고공성장을 이어왔는데, 직면한 리스크 탓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두 회사 사례에서 미·중 디커플링이 더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은 현실을 인식할 수 있죠. 미국과 중국이 핵심 교역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틱톡과 엔비디아에 내려질 처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미국의 HBM 수출 통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중 디커플링을 시작한 장본인이기에 무역 시장에서 양국의 치열한 교전은 이어질 겁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전포고했죠. 여기에 마약 유입 문제를 언급하며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도 놨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취임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죠. 1874년 이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다른 나라 지도자가 참석한 사례가 없기에 상당한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행보입니다. 다시 대적하는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 낀 틱톡과 엔비디아의 뒤를 이을 기업은 어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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