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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젬마 May 03. 2024

[2] 만약 너의 부모님이 나를 싫어한다면

그건 아마 너의 잘못일 거야

* 사진 출처 : 영드 ‘미란다’


M과의 연애가 진지해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부모님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내가 M의 엄마를 처음 만난 건 사귄 지 4개월 만이었다.


사실 계획된 건 아니었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계기는 M의 고향에 놀러 갔었을 때였다.

여기 온 김에 본가에 들러 얼굴이라도 뵙자는 M의 권유였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M의 엄마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예정에 없던 만남이라 조금 당황하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입이 찢어지도록 밝게 웃었다.


M의 엄마가 내주신 따뜻한 차와 주전부리.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너무 긴장한 탓에 찻물이 나의 내장 구석구석 어디를 통과하는지 그 경로를 세세하게 다 느낄 수 있었다. 꾸르륵 꾸꾸 소리와 함께.


M의 엄마는 친절하셨다. M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건 처음이라 좀 놀라셨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소개한 첫 여자친구가 나라니 괜스레 기분이 좀 좋아졌다.


M의 엄마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답게 대화를 잘 이끌어주셨다. 나는 덕분에 어색한 침묵의 순간 없이 위기(?)를 넘겼다. 여차저차 첫 만남은 잘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를 다행스럽게 여기며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가려는 순간, 내가 M의 집에 빈손으로 왔다는 걸 깨달았다.


- : 날 경우 없는 애로 보셨으면 어쩌지. 기본도 안 된 애라고 생각하시면 어떡해!!

- M: 아냐 걱정 마~ 우리 엄마 그런 거 신경 안 쓰셔.

- : 나 뭐 다른 거 실수한 건 없겠지?

- M: 실수라니! 우리 엄마가 실수한 건 없지?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M의 말은 믿을게 못 된다고 판단했다.

나는 서울로 떠나기 전 얼른 KTX 역에 있는 떡집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예쁘게 포장된 떡을 몇 팩 사서 M의 손에 쥐어주었다.


- : 내가 빈 손으로 가게 된 이유 꼭 설명드리면서 잘 전달해야 해!


M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일 이후 우리는 서로에게 약속을 하나 했다.



만약 너의 부모님이 나를 안 좋아하신다면 그건 너의 잘못이고,
나의 부모님이 너를 안 좋게 보신다면
그건 내 잘못일 거야.

그건 각자가 중간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니깐.



서로의 부모님은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 그 정도는 알아서 커버해야 한다고.


다행히 9년이 지난 지금도 M의 부모님은 나를 예뻐해 주시고, 우리 부모님도 M을 좋아해 주신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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