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C를 준비하는 코치님께

페이커의 한 수, 직관의 의미

by 도심산책자

오늘은 '직관'에 대해 다뤄 보려고 합니다.

직관은 '근거 없는 느낌'이 아니라 '축적된 감각'입니다.

얼마 전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는 AI와의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한 수로 직관을 거론하며, ‘인간이 경험으로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의 합’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경험이 쌓인 끝에 몸 안에 남은 감각,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판단력.


직관이 바둑이나 게임에서 '신의 한 수' 역할을 해서 게임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듯, 코칭 대화에서 코치가 '직관'을 잘 활용하는 것은 코칭 대화의 질을 압도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한편 직관이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을 때 코치는 점쟁이가 되고, 고객은 점 보러 온 사람이 되는 풍경이 벌어집니다. 코치는 넘겨짚고, 고객은 '그렇다'라고 호응해 줍니다. 그런데 코치 스스로가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균형적으로 쓸 수 있는 기준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관은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탐색을 여는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 직관은 '앞서가기'가 아니라 '따라가기'입니다. 직관이 위험해지는 순간은 코치가 고객보다 앞서 나갈 때입니다. 고객은 A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코치는 이미 B를 보고 있는 상태. 이때 직관을 던지면 고객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관을 사용할 때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습니다.

"이건 고객의 흐름 안에서 나온 걸까, 아니면 내가 앞서서 만든 걸까?"


2. 직관은 '확신'이 아니라 '가설'로 다뤄야 합니다. 직관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코치의 직관을 단정 짓지 않고, 고객은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보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나쁜 예 : "지금 회피하고 계신 것 같아요"

좋은 예 : "혹시 지금 그 부분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실까요? “


이 차이는 직관을 개입으로 쓰느냐, 아니면 탐색을 여는 질문으로 쓰느냐의 차이입니다.


3. 직관의 빈도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직관은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 이런 순간에 효과적입니다.


- 대화가 겉돌 때

- 같은 이야기가 반복될 때

- 감정이 올라왔지만 표현되지 않았을 때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 고객이 이미 깊이 탐색하고 있을 때

- 감정이 막 올라오고 있을 때

- 침묵이 의미 있게 흐르고 있을 때


이때 직관은 흐름을 끊을 수 있습니다.


4. 직관은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경청과 프레즌스 위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직관만 앞서가면 코칭은 해석이 되고, 경청 위에 직관이 올라가면 코칭은 탐색이 됩니다.


페이커의 직관이 수천, 수만 시간의 훈련 위에서 작동하듯, 코치의 직관도 고객의 말을 충분히 듣는 경청 위에서만 살아납니다. 직관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지만 훈련되지 않은 감각일 수 있습니다. 코칭 경험을 통해 훈련된 직관이 제 때 잘 발휘될 때, 코칭은 더 깊은 곳으로의 ’ 탐험’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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