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申興)Q&A]
이 글은 독립탐정언론 <신흥자경소>에 2024년 11월 22일(오후 5시 1분) 올라온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신흥자경소] 누군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질문자(男) : 이룬 게 없이 벌써 나이가 30대 중반입니다. 현재 직장도 없고 재산도 없고 결혼도 못했습니다. 이제껏 나름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뭔가 내세울 만한 건 없습니다. 제 과거와 현재가 부끄럽다 보니 미래를 살아갈 자신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 : 내세울만하다는 건, 이를테면 세계 대회 입상, 국내 전국체전 1등과 같은 커리어를 말하는 것인가. 뭐 물론, 세속적 경쟁사회에선 그런 커리어를 쌓은 자들의 말이 더 가치 있게 들리긴 한다.
하지만, 그런 게 없는 일반 사람들조차 ‘내세울 만하다’는 기준에 지나치게 위축돼 있어 문제다. 대부분의 인간은 대단한 성과라는 게 없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 방식이 직장인이든, 자영업이든, 누구나 자본주의 시대에 맞춰 돈을 벌 뿐이다.
그런데 SNS 등으로 서로 비교하기 더 쉬운 시대가 되면서, 한국인들은 특히 서로 간에 <넌 이룬 게 없어>식 가스라이팅을 일삼고 있다. 누군가 다른 이를 후려칠 때 “넌 뭔가 이룬 게 없어”라고 말하면 아주 제대로 된 직격탄이 된다. 왜냐면, 대부분은 ‘뭔가 이뤘다’는 기준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일반 서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SNS로 ‘빛나는 스타’들이 입방아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러한 ‘뭔가 이뤘다’는 기준은 초현실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현실에서 <넌 이룬 게 없어>식의 말들을 하는 부류를 종종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잘 보자. 실상 그들은 실제로 정말 뭔가 많이 모자라고 뒤처진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뭔가 신경 쓰이거나, 남 다른 존재감을 지닌 주변인’을 은근히 후려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뭔가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자’이거나, ‘남다른 존재감을 지녀 경계심이 드는 존재’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그들을 끌어내려 자존감을 얻고 싶은 심리인 셈이다.
결국 다른 사람 발목을 잡거나, 가치를 후려쳐서 위축시키거나, 조련시키며 이용해 먹고 싶을 때 <넌 이룬 게 없어>와 같은 공격을 한다는 얘기다.
도대체 일반 서민이 당최 뭘 얼마나 대단하게 이뤄야 한다는 말인가. 누구나 평범한 초중고대 과정을 거친 뒤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거나, 평범한 자영업자가 된다. 월급이 얼마든, 매출이 어떻든 간에 누구나 특별히 대단한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간혹 어떤 이들은 일용직 건설 노동자나 배달 라이더 및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 단순 근로노동을 하며 살기도 한다. 그 수가 상당한 만큼 그것조차도 다 평범한 삶이다. 대기업이나 전문직 등에 속한 누군가는 자신이 뭔가 일반 서민과는 크게 다른 대단하고 고귀한 일을 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상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재벌 3세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그들 역시 크게 다르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넌 이룬 게 없어>라는 말은 일반 사람들에겐 허망한 공격일 뿐이다. 어차피 서민 누구나 그 대단한 ‘이룸의 기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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