뫄 뫄 너 이리 와 뫄
야무지고 똑똑한 너는 늘 한 수 위에서 내려다보며 여유 있게 판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었어. 타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도량을 펼치는 너로부터 나는 늘 짜릿한 쾌감을 느끼곤 했지.
네가 동기 중에 생일이 가장 빨라, 회식 자리에서 연장자 취급받았던 거 기억나? 그리고서 건배를 하는데, 소주잔에 맥주를 따른 너에게 동기 하나가 소주 안 마시고 뺀다고 '너만 잔이 노랗다?' 하고 장난 섞어 꼽을 줬지. 그때 너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넌 잔이 높다?'라고 바로 맞받아쳤어. 나 입 떡 벌어져서는 무한 감탄했잖아. 넌 어쩜 그러냐고 내가 호들갑 3절, 4절 떨었던 것도 기억나지?ㅋ_ㅋ 이거 말고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썰 진짜 많아.
너는 너의 그 멋진 기세를 너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썼어. 내게 너는 센스 있고, 똑똑하고, 순발력 있고,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이야. 여러 번 이야기해 줘서 잘 알고 있지?ㅎ_ㅎ
일할 때 왜 그렇게 실수를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는 너의 고민을 듣는데, 네가 너무 많이 작아져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마음이 아프더라.
네가 지금 직장으로 막 이직했을 때, 선임 선생님이 일을 너무 잘하신다고 그분처럼 되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 마음이 많이 컸나 봐. 어느 순간부터 네가 선임 선생님과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더라고.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매일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지적받다 보니,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과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기 비하를 갖게 된 것 같아.
근데 있잖아. 선임 선생님은 경력이 이미 수년 있으신 분이야. 너는 신입이고. 그녀에게 너를 바로 견주면, 네가 작아 보일 수밖에. 자신감을 잃은 날이면 스스로가 더 작아 보여. 왜곡을 가진 거울 속의 너를 진짜 너라고 여기면 안 돼. 실제 너는 그것보다 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더 크고 있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넌 더 잘할 수 있어.
생각해 보면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도, 자기 비하도 사실 잘하고 싶은 마음, 발전하려는 태도에서 온 거잖아. 한순간도 '에라이~ 될 대로 되라지. 몰라. 대충 해.' 하지 않았던 거잖아. 귀하고 예쁨! 그렇게 애쓴 너를, 그 시간을 믿으면 좋겠어.
너를 지켜보고 있는 선임 선생님에게 혼날 일 없도록 노력하는 데에 하루를 다 쓰지 마. 그런 노력 대신,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네 페이스대로 일하려는 노력을 해보는 거야. 알았지?
그리고 그날 잘한 거 있으면 나한테 와서 자랑해. 칭찬에 인색하신 선임 선생님 대신 내가 칭찬 왕창 해줄게. 코딱지만 한 것도 짚고 가신다고?
선임 쓰앵니임-!! 우리 애 적당히 잡으세요오-!! 내 새끼 다 쪼그라들었잖아요오-!! 우리 애가 싹수가 푸릇푸릇해서 좀만 더 하면 완벽하게 잘할 텐데!! 싶어서!! 잘 키워내고 싶으신 거 알겠는데!! 너무 그러지 마십쇼!! 아이고 애를 잡네 잡어어!! 너무 잡으니까 싹수가 시들잖아여. 더 클 수 있는데 말이지. 애가 다 쪼그라들었네 아주 그냥.
요즘 우울핑 되어서 선임 선생님 휴무인 날만 목 빠지게 기다린다는 소리 들으니까 속상해 죽겠네.
다음 주에 놀러 갈게. 맛있는 거 같이 먹자! 이야기도 많이 들어줄게.
지난 한 주도 고생했어♥
사랑해! 소중한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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