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려준 너에게

결혼이라니

by 작사가 신효인


2022년

내 생일을 축하해 주겠다고 해서 만났던 날, 카페거리를 걸으며 네가 내게 했던 말이 있어.


언젠가 나 결혼하기 전에, 우리 둘이서 해외여행 가자. 꼭 가고 싶어.


기억해?

그때는 그저 네가 너의 낭만을 나누어준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들은 건 너의 낭만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걸 여러 해를 거치며 알게 되었어. 너는 이후로 꾸준히 해외여행 가자는 이야기를 했지. 고정 수입이 적었던 나는 그는 사치라는 생각에 부담을 느꼈고, 서른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아직 변변찮은 내 처지에 그런 여유를 부리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매번 거절을 했지.

작년, 너는 결심이 선 얼굴로 말했어.


그러면 내가 딱 1년 더 기다릴게! 우리 1년 동안 여행 적금 넣자! 같이 돈 모아서 내년 여름에는 해외여행 가는 거야. 어때?


대답을 생각하기에 앞서서 그냥..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네가 고마웠어. 답답해서 싫을 만도 한데, 그만하고 싶을 만도 한데.. 너는 너무 느슨하지도, 너무 세지도, 너무 급하지도 않게 내 손을 잡아끌어주었던 거야.

너무나도 '그래!'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작년에 나 원장님 사정으로 근무 시간 단축, 월급 삭감 통보받았던 거 알지. 대책 세울 시간도 안 주고 갑자기 반토막 난 월급 때문에 정신없고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라, 사실 그 말이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았어. 적금에 넣는 돈만큼 생활비를 줄이거나 다른 알바를 구해서 보태야 했고, 그 부담 때문에 '1년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도 안 섰어.


그런데 이번마저 저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YES!'라고 답하고 싶은 걸 너무 오랫동안 참아서, 그 인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도 들었어. 진짜 큰 결심 하고서, 그러자고 답했던 게 생각이 나.

여행 적금도 나서서 알아봐 주고, 관리해 줘서 고마웠어! 매달 돈 보낼 때 보내는 사람 이름을 내가 'n 번째 달<3' 이렇게 해서 보냈잖아. 그 숫자가 커질수록 기분이 좋더라ㅎ_ㅎ 적금 만기일을 맞고서 우리 카페에서 같이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했을 때는 '와, 이게 진짜 되네? 됐네? 해냈네?' 싶어서 혼자 속으로 엄청 신기해했어ㅋ_ㅋ.

대만에서 나흘 동안 땀 흘리고, 찡그리고 틱틱대고, 훠궈 먹다가 혈육 사랑에 울고, 눈물 나게 웃고, 포토 부스에서 사진 찍는데 바선생 나와서 소리 지르고 난리 부르스 호들갑 떨었던 모든 순간들을 지금 꺼내보니까 하나하나 다 너무 소중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 순간들 전부에 너의 사랑과 배려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나의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아 줘서, 날 기다려줘서, 날 도와주고 이끌어줘서, 날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 다 느꼈고, 다 기억하고 있어. 같이 수놓은 이번 여름은 평생 내 가슴 안에 행복한 추억으로 살 거야 :)

다음 1년 뒤면 너는 결혼해 있네! 먼 이야기 같았는데.. 우리 적금 넣는 사이 날이 잡히다니!>_< 정말 결혼 전에 해외여행 다녀오게 되었다ㅎ_ㅎ. 결혼하고서 거처도 옮길 거고, 자녀 계획도 있어서 우리가 전처럼 지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벌써 너무 아쉬워. 나는 사실.. 네가 결혼 준비하느라 바쁠 거라며, 혼자 거리두기 하고 있어ㅋ_ㅋ. 내년에 생길 너의 빈자리를 스스로 미리 만들어 느끼고, 그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지!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 있지만, 나는.. 이 과정이 필요해. 감당하기 너무나도 힘든 변화일 것 같거든. 갑자기 큰 구멍이 펑! 나버리면 사람 죽잖아. 그러니까.. 헿

나의 그늘에 빛을 넣어주고, 나의 구김을 온기로 펴주는 내 친구야

고맙고
소중해
사랑해

아주 많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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