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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Jun 01. 2023

침샘염이 찾아왔어요

동위원소의 부작용

갑상선암 환자 중에서 진행 중인 속도와 과정은 모두가 다르다. 수술집도하시는 교수님께서 다른 암들과는 다르게 대체적으로 나이로 1기, 2기를 정한다고 말하셨다. 비록 3cm가 넘었지만 만으로 아직 20대였기 때문에 갑상선암 1기라고 하셨다.


"죽을병 아니고요, 나중에 재발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 갑상선암이 다행히도 죽을병은 아니다. 물론, 미분화암이라고 해서 유두암보다 생존률이 낮은 희귀한 암인데 이런 극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유두암일 경우 수술 전과 똑같이 산다. 무려 5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까우니 말이다. 하지만, 그냥 갑상선암만 걸리면 차라리 다행인데 나 같은 경우는 오른쪽 임파선까지 암이 전이가 되었었다.


그렇게 2시간이 넘는 수술이 끝난 후, 수술 자체도 나에게 힘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동위원소를 겪어보니 수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전에 초진 때 갑상선암이라고 진단해 주셨던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게 아직도 기억이 났었다.


"나중에 동위원소가 문제인데... 요오드 먹고 치료하는 건데 그게 힘들어요."


나는 당시 교수님의 이 말을 들었다 할지라도 동위원소고 뭐고 그건 나중문제고 오로지 수술 생각만 날 수밖에 없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교수님의 연륜이 묻어나서인지 동위원소가 정말 힘들었다. 갑상선포럼 카페만 가도 많은 환우분들이 동위원소가 수술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작년 9월 동위원소 치료를 마친 후 8개월이 지나가는 시점, 나는 침샘염에 시달린 지 2달째 되어간다.


동위원소의 부작용으로 침샘염이 있다고 하던데 나한테는 안 올 줄 알았던 그 부작용이 찾아온 것이었다.


증상을 이야기해 보자면, 4월 초에 베트남 여행을 갔다 오고 당시 눕코노미에 당첨이 되어 좌석에 편안히 누워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그때 왼쪽 뺨을 기댄 채로 잠이 들었긴 했지만 갔다 오고 나서 하루이틀이 지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3일 뒤였다. 갑자기 왼쪽뺨이 멍든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 너무 한쪽으로만 누웠어서 그랬나 싶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러 나갔는데 갑자기 뺨이 아픈 게 아니라 왼쪽 귀밑이 너무 찌릿했다. 먹는데 치과 가면 마취시키는 것처럼 얼얼하면서도 동시에 밥을 먹을 때마다 전기가 통하듯 너무 찌릿하고 아팠다.


느낌이 예전에 갑상선포럼 카페에서 봤던 침샘염 증상과 너무나도 유사했다. 설마 침샘염인가? 싶어서 검색했더니 얼추 맞긴 맞았다. 그래서 침샘염이라고 생각하고 동네 이비인후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아파서 근처 동네 병원을 갔지만,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집 근처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갔다. 갔더니 일단 초음파와 피검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아밀라아제 수치는 1000까지 도달했으며 초음파 왼쪽에서 염증 같은 게 하나 보여서 약 처방을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이 침샘염이 왜 생겼는지 알고 싶었다. 사실 갑상선포럼 카페에 들어가 보면 다들 동위원소의 부작용이라고 7,8개월 아니 심지어 1년 뒤에도 나타나는 분들이 꽤 있어서 혹시 동위원소의 부작용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동위원소가 한참 진행되었고 증상이 그 뒤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침샘염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였다. 뭔가 미심쩍긴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서 그냥 최대한 약 먹으면서 수분이 빠져나갈 수 있는 커피도 끊고 물을 자주 마셔주었다. 그래도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면서 거의 나아지는가 싶었다.

속초여행 중에도 아픔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젠 오른쪽 턱에서 찌릿함이 느껴졌고 재진날에 다시 가보니 약을 한번 더 먹어보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안 나아지면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틀 뒤, 갑자기 밥 먹을 때 찌릿한 걸 넘어서서 귀밑이 엄청 부어올랐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밥을 안 먹으니 가라앉았다. 당일 바로 병원 가는 날이라 오른쪽이 심하게 부어오르기까지 했다고 하자 이비인후과 소견은 아닌 것 같다며 자가면역질환을 보는 류마티스내과 쪽으로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 나는 수술한 병원으로 진료를 보고 싶어서 과장님께 진료의뢰서를 써달라고 했다.


일단, 내가 수술한 병원으로 예약할 때도 초반에 정말 힘들었었다. 동위원소를 진행한 핵의학과로 예약했더니 이비인후과로 바로 가거나 아니면 내분비내과에서 이비인후과로 협진하는 방식으로 가는 방법을 추천해 줬다. 그래서 당시 핵의학과 예약을 취소하고 내분비내과를 예약했지만,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받고 또 협진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때 이비인후과 예약한 날짜와 거의 비슷해서 그냥 바로 이비인후과로 가기로 결정했다.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일단 내가 수술한 병원의 이비인후과에서 한번 더 진료를 받고 류마티스내과를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판단되었다. 그리고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내분비내과보다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교수님과 초진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의 선생님과 현재 증상들이 언제 나타났고 얼마만큼 지속되었는지 일종의 상담 같은 걸 하고 진료에 들어간다. 그리고 진료를 바로 볼 줄 알았는데 기다리는 것도 기존시간보다 30분 더 늦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전에 진료받았던 초음파 사진과 피검사 자료들을 교수님께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물어보셨다.


"갑상선암 수술 우리 병원에서 받은 거예요?"

"네.."


그러더니 귀밑 쪽을 잠깐 만지시면서 조금 부어올랐다고 말씀하셨다.

"일단 원인은 알고 있죠?"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요.."

"에이, 무슨! 바이러스 때문에 침샘염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동위원소 150 큐리 했었나? 동위원소 강도를 150이나 세게 해서 그런 거예요"


그렇다. 내 직감과 갑상선포럼 카페 환우분들의 말이 맞았다. 동위원소 강도를 높게 치료하게 되면서 부작용이 따라 나오는데 대체적으로 치료 후에 바로 오지 않고 나처럼 몇 개월 뒤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셨다. 


작년 9월에 나름 침샘염을 방지하겠다고 이가 부식될 것처럼 신 것도 많이 먹고 롤러로 마사지도 잘해줘서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한테 침샘염까지 같이 오게 되었다. 


그러고 교수님의 당부말씀이 이어졌다.


일단 신 것을 오히려 먹지 말라고 하셨다. 오히려 침샘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수분이 빠져나가는 커피도 마시지 말라고 권고하셨다. 또한, 자극적인 것도 먹지 않는 걸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시 초음파를 찍어서 결과를 보기로 하였다. 원래 약은 처방을 안 해주시려고 했다가 내가 약 처방은 없는지 다시 묻자, 그냥 2주 치 약을 처방해 주셨다. 어차피 약 먹어도 소용없기 때문에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침샘에 자극을 덜 주는 것일 뿐.


이비인후과 갔다 오면서 찍은 병원 근처 산책길 사진

초음파를 예약을 하려고 간호사 선생님과 예약을 잡는데 선생님 말씀이 원래 초음파 하나 찍는데 몇 달을 기다려야 했지만, 다음 달에 있을 재발유무 요오드검사 때도 초음파를 찍기 때문에 그때 같이 찍는 걸로 협진을 봤다.


그래서 다행히 침샘염 쪽 초음파도 같이 다음 달에 찍게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협진의 중요성도 같이 깨달은 순간이었다.


작년에는 가슴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자주 다녔다면 요 근래에는 침샘염 때문에 병원을 자주 왔다 갔다 하였다. 작년에 수술한 이후부터 계속 병원에 많이 들락날락 거리지만, 그만큼 내 건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체크할 수 있게 되어서 나는 여전히 갑상선암이 나한테 찾아온 것에 대해서 자책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에 비해 내 건강에 대해서 더 신경 쓸 수 있고 오랫동안 나를 돌보라는 신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상선암 생기고 나서 더 강해진 점도 있다.


많은 분들께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전이가 되었다면 수술 한 번으로 절대 끝나지 않는다. 동위원소 치료는 기본이고 재발유무검사를 위해 다시 요오드검사를 실시하며 매번 병원에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샘염같이 동위원소 치료의 부작용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치료과정이 힘들다. 이런 많은 치료 과정 속에서 물론 한 번씩 내 건강에 대해서 체크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특히 전절제를 했다면 갑상선약은 죽을 때까지 평생 먹어야 한다. 거기에다가 로봇수술이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목 부분에 흉터까지 생기기 때문에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하긴 하다. 또한, 재발되지 않게 계속 건강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착한 암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갑상선암 환우들한테는 그 말 자체가 오히려 더 아프게 느껴진다. 혹시 주변에 갑상선암 환우를 보게 된다면 '너는 강하니까 수술 잘 마치고 앞으로 건강해질 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오히려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동위원소의 부작용으로 침샘염이 생기고 나서 최대한 자극적인 것도 안 먹고 커피도 자제하는 중이긴 하나 여전히 고통스럽긴 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먹을 때마다 찌릿한 증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붓는 증상은 사라지긴 했다. 아직까지도 침샘염을 달고 살지만, 더욱더 건강에 신경 쓰며 침샘염이 그저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먹는데 맘 편하게 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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