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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Jun 08. 2023

나를 괴롭히는 건강염려증

아프니까 청춘이다? 개뿔, 엄청 힘들다!

예전에 어느 한 작가가 출간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내가 10대 때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만 않지만 10년 넘은 책인 건 기억한다. 당시, 이 구절은 향후 패러디까지 나왔을 정도로 매우 히트를 쳤었다. 나는 그때 당시 책은 읽지 않았지만 이 구절만 놓고 봤을 때, 작가의 의도는 결국 젊은 사람들은 아파도 이겨낼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영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bullsxxt이다.


말도 안 된다. 젊어서든 나이가 들어서든 몸이나 정신이 아프면 힘들다. 엄청 힘들다. 여기서 작가가 만약 아프다는 말은 어떠한 걸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라면 얼추 맞을지도. 애초에 실패해도 젊은 사람들의 출발선이 다르니까.


하지만, 몸이랑 정신이 아프면 정말 나이대를 다 떠나 힘들다. 오히려 젊을 때일수록 더 자괴감에 빠진다.


"나이 들고 아픈 것도 아니고 20대 때 아프다니..."

"내가 건강관리를 정말 못했구나..."


온갖 잡다한 생각이 든다. 그렇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는 갑상선암 1기라는 병을 얻었다. 차라리 갑상선암만 걸리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갑상선암에서 딸려오는 그 후에 오는 후유증이 말 그대로 장난 아니다. 후유증이란 몸이 아픈 것도 있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 힘들고 건강염려증까지 같이 가지게 된다.


나는 작년 6월에 수술을 하고 9월에 동위원소 치료를 하고 난 후 알 수 없는 가슴 답답함으로 웬만한 증상과 관련된 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다. 증상은 동위원소를 하고 바로 10월 초부터 갑자기 명치 안이 답답하고 돌이 들어간 것 같고 속 안에서 무언가가 쪼이는 느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시작된다.


작년 11월 인천공항 근처 공원 사진

공부할 때 많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엄청나게 아프지는 않았다. 그저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먼저 동네 근처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받지 말라며 일단 계속 증상이 지속되면 위내시경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알았다고 하고 일단 약처방을 받고 나왔다. 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수술한 병원까지 가게 된다. 그렇게 나의 병원투어가 시작되었다. 내분비내과로 가서 엑스레이, 피검사를 해봐도 정상이었다. 증상만 들었을 때는 심장과 관련 있는 것 같다며 전문의 선생님이 심장내과로 협진을 해줬다. 그렇게 나는 심장내과까지 가게 된다.


심장내과를 도착을 했는데 대체적으로 60,70대의 아저씨들과 할아버지들이 계셨다. 20대 여성인 나 혼자 앉아있었는데 되게 느낌이 이상했다.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료를 보러 방으로 들어갔고 교수님은 보자마자 수술받았던 날짜와 몇 가지 증상들에 대해 물어보고는 젊은 사람이 아플 일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운동을 하냐고 해서 유산소운동만 한다고 했더니 운동 강도를 세게 해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운동을 세게 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 다시 오라고 하셨다. 당시, 일주일 뒤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했었고 이미 태국행 비행기까지 끊은 상태였었다. 이 가슴 답답함 때문에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교수님께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셨으니 그 이후로 걱정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재밌게 놀생각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11월 초 동시에 가족들끼리 밥을 먹는데 호흡곤란의 증상이 생겼다. 호흡곤란 증상은 사실 회사 다니면서 3-4번 정도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회사를 퇴사했었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근데 밥 먹다가 갑자기 증상이 오기 시작하니 뭔가 꺼림칙해졌다.


그리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에서 출국을 하는 게 맞는가 싶었다. 그리고 출국하기 이틀 전, 갑자기 손톱을 보니 손톱 반절정도가 보라색과 푸른색을 띠기 시작했다. 불안했다. 분명 심장내과 교수님은 괜찮다고 하셨는데 왜 내 손톱을 보니 반절이 푸른색과 보라색인거지? 일단 이 상태로 갈 수는 없어서 수수료가 들더라도 예약했던 호텔과 항공권은 취소했다.


그리고 밤에 잠이 들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또 호흡곤란이 오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근데 심장이 뛰는데 내 옆에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들릴 정도로 너무 컸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한테 가서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고 갔다. 살아생전 응급실은 처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증상에 대해 얘기하고 나는 갑상선암 수술과 동위원소까지 받았다고 얘기하였다. 그리고 나한테 최근에 우울한 일이 있냐면서 없다고 하니까 일단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장차 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았다. 피검사는 정상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응급실 갔었던 병원 내 순환기내과로 가서 검사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기 시작했다. 심장초음파, 피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가 를 하였다. 그리고 결과 또 이상 없었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것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럼 손톱이 파란색으로 변하는 이유는 뭐냐고 물어보니 호흡기나 기관지 쪽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셨고 또한 공황장애가 의심될 수도 있으니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는 걸 추천한다고 하셨다.


24시간 심전도 완료 후 주말이라 반납하러 응급실로 가는 중

그렇게 다시 수술한 병원으로 가서 응급실 갔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폐 CT, 피검사를 했고 심장관련 해서는 심장내과 가서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검사결과 다행히 폐나 피검사에서 이상 없었고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천식센터로 협진을 해주셨다. 참고로 심장내과는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일단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중간에 또 동네 병원에 가서 혹시 몰라 위내시경까지 해보았다. 그러나 위내시경에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가 있지 않았고 나중에 1년 뒤에 검사를 다시 받으면 될 정도로 건강하였다. 그렇게 해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보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그제야 조금씩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는 12월 초에 일산에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가서 2주 정도 한약을 먹으면서 운동도 같이 병행하다 보니 손톱 색깔도 나아졌고 호흡도 나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협진해 준 천식센터에 그래도 진료를 혹시 몰라 가서 봤는데 천식센터 교수님께서도 똑같이 말하였다. 공황장애일 수도 있다면서 정신건강의학과로 협진을 해주었다. 하지만, 바로 가지는 않았다. 12월쯤에 나아지기 시작하였고 만약 11월 초처럼 호흡곤란 증상이 심하게 온다면 그때 바로 가려고 했다. 다행히 12월부터 2월까지 심각해지지 않았고 물론 가끔의 호흡곤란 증상이 있었지만 1분도 안되어서 바로 끝났다. 게다가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가고 싶었던 태국과 베트남도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래도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로 예약을 했으니 한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약해 두었던 정신건강의학과를 미루고 미루다 3월에 가게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이 공존했었다. 처음이다 보니 기존에 있는 병원과는 정말 달랐다. 진료실 들어가기 전, 초진 환자를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라고 해서 책상에 앉아서 작성하는데 클래식 음악이 나오면서 그 주변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림도 같이 공존해 있었다. 그리고 일단, 경호원이 앉아있었던 게 신기했다. 아무래도 돌발행동을 할 수 있는 환자가 있어서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달랐던 점은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기다리는 공간에서 의자 배치가 달랐다. 환자들끼리 마주 보고 앉는 게 아니고 의자가 진료실을 향하게끔 배치하였다. 그래서 환자들끼리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초진이다 보니 다른 과랑 똑같이 상담을 미리 진행할 전문의 선생님한테 먼저 초진을 받고 교수님한테 진료를 받았다. 근데 전문의 선생님한테서 입원환자가 위급한 일이 발생했는지 조금 늦는다고 하셔서 꽤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전문의 선생님은 헉헉 거리면서 들어오셨다.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그리고 들어가서 상담을 받는데 그냥 여느 기존 상담과 다를 바 없었다. 되게 증상에 대해서 몇 번 정도 있었고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더 깊게 파고드는 느낌이라 제대로 내 증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혹시 가족 중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던 분이 계신가요?"

"(두 손을 흔들면서) 오, 아니요, 아니요. 없어요~ "

"하하, 그 정도까지 아니에요. 정신건강의학과가 못 올 곳은 아니고요, 치매나 다른 다양한 증상으로도 오시고는 합니다."


내가 원래 리액션이 커서 그런지 없다는 표현을 손사래 치며 했더니 선생님께서 못 올 것처럼 느껴지셨는지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되게 말하면서도 편하다고 해야 할까나? 공황장애 증상은 회사 다닐 때 있었다고 하니 확실히 그때는 공황장애 증상이 맞다고 하셨다. 근데 이번에 나타난 증상은 약간 애매해서 일단 잘 정리해서 교수님한테 전달할 테니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교수님의 앞의 상담이 매우 길어졌고 30분 기다려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리된 문진표를 토대로 다시 상담에 들어갔다.


"지금도 혹시 몇 번 정도 이 증상이 있나요? 그리고 몇 분 정도 지속되죠?"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정말 짧아도 몇 초 정도예요."


그러자, 교수님은 고민하시기 시작했다. 이미 11월 초 정도의 증상이었으면 약을 줬을 텐데 이미 거의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니 약을 주시기가 망설여지기 시작하셨다.


"정신과 약 드셔보셨나요?"

"아니요.. 안 먹어봤어요."


지금 증상과 관련된 약을 주기에는 애매한 것 같아서 만약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는 신경안정제를 20알 정도 처방할 때니 2-3개 지갑에 넣고 만약에 증상이 나타나면 먹는 걸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진료는 없고 필요하면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불과 2달만의 병원 투어 여정 끝에 몸 자체는 건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공황장애가 맞았던 것이다. 결국 스스로 극복하게 되었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다시 진료를 안 봐도 될 정도로 이젠 호흡곤란 증상도 사라졌다. 물론 필요하면 가겠지만, 나 스스로 다스릴 줄 알아서 이제는 괜찮다. 또한, 20알 중에 한 알도 안 먹게 되었다.


그저 나한테는 공황장애가 없을 줄 알았고 작년에 그런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아예 공황장애라고 생각을 못했었다. 늦게 알았던 게 후회되었다. 회사 다닐 때, 이 공황장애 증상을 알아서 빨리 정신건강의학과에 갔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늦게 간 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극복해서 다행이었다.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정해 버리니까 확실히 편하다. '아, 내가 지금 공황장애 증상이 올 것 같구나'라고 느껴지면 '이제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나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혼자 끙끙 앓고 병이 커져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후유증과 더 큰 병이 찾아올 수도 있다. 나는 갑상선암 진단받기 전까지는 건강염려증이란 게 없었다. 나한테 암이라는 건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으니까. 그러나, 결국 암을 얻고 느낀 점은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과 아프면 병원 가서 바로 진단받는 게 제일 베스트 정답이다. 그리고 건강검진도 1년마다 꾸준히 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게 있다면 바로 이 건강염려증이다. 조금만 아파도, 어떠한 증상 하나만 있어도 '어? 이거 무슨 암 아닐까?' 아님 '이렇게 계속 지속되다가 다른 병 생기는 거 아니야?' ’헐,내몸에 문제있는거 아니야?‘등등 정말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암 진단을 받고 하나의 증상만 있어도 그게 병일까 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증상이 있다면 절대 끙끙 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갑상선암 환자 말고도 다른 암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몸만 아픈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아프다. 다만, 힘들어도 아마 대체로 물어보면 오히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건강을 챙기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다들 긍정적으로 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물론 여전히 침샘염때문에 고생중이긴 하다.)


비록 아직까지 건강염려증이 나를 괴롭히긴 하지만, 공황장애도 극복했는데 건강염려증까지야! 하나씩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건강관리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현재까지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암 진단받기 전의 삶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살아서 현재의 삶에 더 만족하며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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