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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Jun 11. 2023

한국에는 없는 '중국'스러운 대학문화

중국의 겨울왕국, 하얼빈 생존일기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나는 1년 동안 하얼빈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한 일은 중국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중국문화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었다. 내가 들어갔던 동아리의 주요 활동은 신입생들이 단체훈련활동에 잘 적응하기 위해 보조해 주는 담당이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매 년 9월마다 학기가 시작된다. 모든 신입생들의 교육과정에는 이 단체훈련활동이 있었는데 우리의 역할은 옆에서 교수님이 수업하시는데 의자정리, 볼펜 나눠주기를 하거나 도와주는 보조일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나는 이러한 활동이 대학 때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한국은 대체적으로 체육활동이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인데 대학교 들어와서도 단체훈련활동을 하다니...


군사훈련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의 신입생들

중국과 한국 대학의 문화 차이는 대체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번째, '군사 기초훈련' 과정이 중국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필수로 들어야 하는 교육과정  하나이다.

한 두 달 동안 꼭두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해서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기 위해 나간다. 그리고는 모두 집합하면 '군가'를 부른다. 군가 이외에도 한국의 군대 훈련처럼 제식훈련, 오와 열 등 기초훈련들을 한다. 이렇게 군사 기초훈련을 받는 주요한 이유는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군가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군가라기보다는 정말 '국가'를 위한 노래라고 보면 된다. (사회주의다 보니 마오쩌뚱, 시진핑을 찬양하는 노래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아침 8시까지 수업 들으러 교실로 갈 때마다 신입생들이 훈련받는 걸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문화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갑자기 대학교 안에 군복을 입은 무리들이 떼를 지어서 돌아다녀서 우리나라로 치면 ROTC인 줄 알았으나, 모두가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쉽게 적응했고 9월 초부터 한 달 정도만 이 훈련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안 한다고 한다.


두 번째, 신입생들의 시간표는 정해져 있으며 무려 자습반까지 해야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 고등학교 때의 자율학습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밤 9시 정도까지 자습을 무조건 해야 그제야 자습시간이 끝난다. 또한,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서 자신이 어느 시간에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 그저 학교가 내려준 지시대로 따라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편입하기 전 전문대를 다녔는데 흡사 전문대의 시간표랑 반이 나뉘어 있었던 게 비슷했다. 그래서 A, B, C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중국도 마찬가지로 신입생 때는 반을 나누어서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근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 수업부터 시작해서 밤에 끝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표가 정말 고등학교처럼 빽빽하다. 정말 고강도의 힘이 요구되는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 듯싶었다.


세 번째, 기숙사 안에 씻을 곳이 없고 기숙사 주변에 있는 '공동 샤워실'에서 씻어야 한다.

이거야말로 더 문화충격이었다. 보통의 기숙사라면 방 안에 화장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중국은 아니었다. 세수하거나 이 닦고 볼일 보는 화장실은 기숙사 안에 있지만 씻는 곳은 기숙사 밖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올 때 학생들이 목욕탕갈 때 샴푸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왜 학생들이 저 바구니를 들고 밖에까지 나가지? 혹시 기숙사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씻는 건가?’ 했지만 애초에 샤워실이라는 건 밖에 존재했었다. 그리고 더 안 좋은 것은 이 공동 샤워실이 24시간 운영이 아니라 아침 8시나 9시에 열어서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친구들, 특히 신입생들은 빽빽한 시간표 속에서 씻을 시간조차도 없다며 나한테 한탄을 늘어놓기도 했었다. 시간표를 봤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보조활동을 했었던 '단체훈련활동'수업도 모든 신입생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 중에 하나였다.

처음에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 중국어를 잘 못해서 이 활동이 뭔지도 몰랐다. 그저 동아리 회장이 활동실에 나올 날짜를 정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숙제가 그나마 없는 날로 정해서 활동실에 갔었다.

단체훈련을 하고 있는 신입생들이 열심히 수업 듣는 게 귀여워서 사진 찍는 모습


알고 보니 내가 활동했던 날은 한 명의 중국인 회원이 꼭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와 함께 교수님을 도우며 신입생들이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당시에는 나는 자유자재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게 불가했기 때문에 일지를 쓰지는 못했다. (여기서 일지란, 이 활동이 어떤 활동을 하고 교수님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이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는지 등등 교육과정을 적는 것이다.) 학과마다 수업방식은 달랐다. 위에 보는 바와 같이 사진 속에 있는 수업은 연기학과의 수업 중 하나였다. 조를 나눈 후, 어떤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 후 생각을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비록 평범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다. 꼭 연기하듯이 말이다.


또, 어떤 수업은 조를 나누어서 엄청 큰 하얀 용지에다가 그림을 그려 각 조마다 조장이 발표해야 하는 수업들도 있었다. 교수님 따라 천차만별 다 다르게 수업을 진행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흡사 내 고등학교 시절, 수련회 갔을 때의 느낌처럼 단체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내 10대 때가 생각났다. 물론 한국에도 이러한 활동이 대학교마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목이 필수과목이며 각 반끼리만 듣기 때문에 이 활동을 통해 서로관의 유대관계가 더 끈끈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을 때, 필요할 때 간단한 보조역할만 옆에서 했었고 수업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러나 옆에 새로운 중국인 친구와 함께 활동을 하다 보니까 한 명씩 알아가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활동을 통해 동아리 회원들과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참고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중국 수업에는 '마르크스주의'라는 과목을 무조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 중에 하나이다. 이건 신입생부터 시작해서 졸업할 때까지 단계별로 나눠서 듣는 걸로 알고 있다. '군대 훈련'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과목 중에 하나라고 한다. 중국이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과 과목을 안 들으면 졸업을 못한다고 한다.


나는 중국이 한국처럼 수업 신청을 똑같이 하고 필수과목 아닌 이상 원하는 과목 수업을 자유자재로 듣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의외로 다른 점이 있었다. 그래서 같은 동양권이라도 생각보다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중에 중국 유학을 가게 되거든 놀라지 않아도 된다. 초반에는 가끔씩 몇 가지 이해를 못 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차츰 익숙해지면서 그건 그 나라만의 문화이니까 그들의 문화를 많이 배워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행운이었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습득할 때 나는 중국에서 더욱더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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