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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Sep 03. 2023

내가 남의 사랑 나누는 소리를 들어야 해?

골웨이걸의 성장스토리

비록 3개월만 있다고 하더라도, 이 집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지금 있는 이방에 아이리쉬 여자애가 살고 있었는데 대학 방학기간 동안 본가로 간다고 하여 3개월 동안 비었던 방이었다. 그 방으로 내가 들어왔고 3개월이라고 하더라도 그때 닥쳐서 생각하기로 했다.


아늑한 이 공간, 나는 이 집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들어온 그날 밤에 나는 새벽에 잠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 사는 애가 노래를 틀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문은 열려있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화장실을 들리고 방으로 오는데 내 앞방 남자애랑 마주쳤고 우리는 'hi'라고 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알고 보니 내 앞방에 사는 남자애는 브라질 출신이었고 그다음 날 다시 만나서 정식으로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또 한 명씩 부엌에서 마주쳤고 먼저 마주친 사람은 아이리쉬 남자애였다. 먼저 'hi, I am Patrick. it is nice to meet you!'라고 말을 하며 내게 악수를 건넸다. 정장을 빼입고 있었으며 곧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며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떠났다. 알고 보니 양복에 관심이 많고 정장집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던 친구였다.


그리고 1층에 사는 스페인 선생님과 2층에 사는 인도 의사, 아이리쉬 의사도 차례대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방 앞에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내 앞에는 브라질 남자애만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보니까 커플이 들어와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커플도 사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집주인은 나한테 이곳에 커플 사는 건 애초에 금지라고 했기 때문이다. 근데 커플이 살고 있어서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알고 보니 다음집을 구할 때까지 잠깐 머물러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다들 암묵적으로 집주인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리운 나의 아일랜드 골웨이 고향의 집

그래도 같이 사는 친구이니 인사를 했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직 초반에는 바로 친해지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부엌에서 마주치면 브라질 커플이랑도 이야기하고 아이리쉬나 스페인친구와 식탁에 둘러싸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재미있었다. 비록 골웨이라는 도시가 활발한 도시가 아니라 지루하긴 했지만 나의 홈메이트 친구들과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어느 날 나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밤에 잠을 청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내 앞방의 커플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벽이라 그렇게 크게 방해는 안되어서 참았다. 그러나, 언제 한 번은 새벽도 아닌 밤 10시~11시에 모두가 깨어있는 밤에 사랑을 나누다니...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만 깨어있는 게 아니었다. 2층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깨어있었다. 슬슬 고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과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게 맞나 싶었다. 사랑을 나누는다는 건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제발 사랑을 나누더라도 새벽에 나누든가, 밤 10시가 웬 말인가.....


그래도 이 친구들이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다음방을 구하기 위해 잠깐 있는 거여서 참고 지냈다. 그다음 날 만나는데 내가 다 쑥스러웠지만 오히려 이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만 당황스러운 건지 모두들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특히 아이리쉬 친구는 브라질 커플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게 바로 문화차이인 것일까, 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 문화보다 오히려 브라질의 문화를 차츰 알아갈 수 있었다.


한 가지 얘기하자면 골웨이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에는 많은 브라질인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아일랜드에 오면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리쉬보다 브라질리언이 많아 브라질문화를 더 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나도 하나였다. 


이렇게 많은 문화차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도 그들의 문화라는 걸 인정하고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브라질 친구들은 성향이 워낙 밝고 오픈마인드여서 금방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 k-pop이 브라질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여 대부분 한국인들을 좋아했고 매우 호의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 지내다 보니까 그 이후로 사랑 나누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론 내가 자는 사이에 소리가 났을 수도 있지만 그 뒤로는 내가 깨어있는 동안만큼은 들리지 않았었다. 이해하기 힘든 문화였지만 아일랜드에서 다른 국가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중국문화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되었는데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문화뿐만 아니라 유럽문화,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도 많이 오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문화를 같이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부엌에서 아이리쉬 친구와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아일랜드는 날씨가 하루에 사계절이 있어서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대해 아이리쉬 친구들도 자기네 나라의 날씨는 항상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들도 이해 못 하는데 하물며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먹을 거를 먹으며 부엌에서 그날 아일랜드 날씨 이야기로만 몇 분 동안을 떠들 수 있었다. 


홈메이트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서로 국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좋았지만 여전히 나는 이 나라와 많은 국가의 사람들을 이해하기까지 갈길이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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