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내가 묵은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 바로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었고 말레이시아의 대표음식 '나시르막'도 있었다. 먹을 것을 담고 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을 보는데 정말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서양인들이 많아서 이 호텔은 정말 외국인들한테 인기가 많은 호텔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조식은 나쁘지 않았다. 먹을만했고 몇 명의 한국인들이 남긴 블로그에는 조식이 매우 맛있었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눅눅한 와플, 퍽퍽한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맹맛인 소시지까지... 하나씩 먹을수록 실망이 컸다. 그나마 나시르막이 맛있었고 나에게는 블랙커피만이 아침을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
나름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환전을 향해 환전소로 향했다. 호찌민 같은 경우는 '하땀'이라는 곳에서 대부분 하게 되는데 계획을 세우지 않는 나에게는 어디 환전소가 환율을 좋게 쳐주는지를 몰랐다. 부리나케 호텔 안에서 블로그로 열심히 찾아본 결과, 부킷빈탕 근처에 있는 백화점 '파빌리온' 내에 있는 환전소로 향했다. 이때도 나는 지하철을 타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이 찾기 어려웠지만 잘 도착하고 앞에 사람이 있길래 기다렸다.
그러나, 내 차례가 되자 돈이 없다면서 밑에 다른 환전소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서 환전을 하라고 안내해 줬다.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지만 우대를 생각보다 많이 안 해준 것 같아서 아쉬웠다. 아쉬운 채 파빌리온을 나왔다.
파빌리온 근처에 KLCC공원이랑 수리아몰이 있었고 또 연결된 다리가 있어서 다리를 통해 KLCC공원으로 향했다.
싱가포르보다 덜 덥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그늘이 있었던 곳에 있었기 때문에 시원했었던 것이다. 더웠지만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잘 보였고 공원에서 나름 혼자 삼각대로 열심히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람은 거의 없었고 몇 명의 외국인들과 청소하는 현지인밖에 없었다.
너무 더워서 바로 옆에 수리아몰로 왔다. 역시 더운 날씨에는 백화점이나 몰 안으로 들어가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들어갔지만, 사실 배고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밥을 먹기도 조금 애매해서 커피를 먹으려고 카페를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카페는 보니까 말레이시아 전문 카페이며 국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이디야', '메가커피'같이 국내 카페라고 보면 된다. 샌프란시스코라고 해서 나는 '스타벅스'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말레이시아도 나름 커피가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고 여기 카페에 라떼가 맛있다고 하여 라떼를 시키려고 했는데 혹시 단맛이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그러면 그냥 아메리카노를 시키겠다고 했는데 데 점원이 '비터?' 이러는 것이었다. 계속 비터를 반복하더니 내가 못 알아들어서 'okay'하고 주문했다. 아마 내가 라떼를 먹으려고 해서 'sweet'라는 단어를 얘기하다가 아마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맛이 쓰다는 'bitter'라고 얘기한 듯싶었다. 물론 추측이지만 말이다.
커피를 마시고 카페에서 조용히 쉬다가 타워 앞으로 나왔다. 여기 사진 찍어주겠다고 호객행위를 많이 한다고 익히 알고 왔다. 밤에만 그런 줄 알았더니 무슨 오후인데도 앞에 호객행위를 엄청 한다. 나는 외국인 커플 한쌍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혼자 여행하다가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호객행위에 넘어갔다는 글을 꽤 많이 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 관광객들 많으니 한번 주변을 쭉 둘러보고 외국인 관광객한테 부탁하자!
택시를 타고 호텔에 와서 조금 쉬었더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차이나타운 근처에 맛있는 국수집이 있다고 해서 택시를 또 타고 차이나타운 근처로 왔다. 여기는 웨이팅이 기본이었는데 마감시간이 4시 정도로 알고 있는데 거의 3시쯤에 와서 웨이팅 필요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았다. 심지어 내 테이블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혼자 차지했다. 사람 많으면 혼자온 사람들은 홍콩처럼 합석해야 할 것 같았다.
hor fun이랑 beef and ball soup으로 시켰다.
그리고 바로 나오는 국수! 정말 남방음식의 느낌이 강했다. 맛은 중국에서 흔히 먹는 국수맛이였다. 고기로 우려낸 육수에다가 각종 완자랑 소고기가 들어가고 파맛도 나는 그런 육수맛이었다. 짜다는 평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짜다고 생각 안 들었다.
맛있게 먹고 마지드사멕 이슬람사원으로 향했다. 들어가려고 했더니 앞에서 관리하시는 직원분이 안에 행사 있다고 들어오려면 토요일 오라고 하셨다. 여기 주변에 므르데카 광장이 있으니 거기로 가서 한번 구경해 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어차피 이쪽 근방이 다 관광지여서 바로 므르데카 광장으로 향하였다. 혼자 여행의 단점은 전신사진을 혼자서 찍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번 부탁해야 한다. 그래서 만나는 관광객들한테 'could you take a picture for me?'라고 얘기하고 찍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렇게 구경하다 보니 먹구름사이로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오기 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는 날씨예보를 보기는 봤지만 우산 없이는 못 다닐 정도로 비가 꽤 내렸었다. 광장으로 계속 길을 따라가 오다 보면 I Love KL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고는 한다. 이것도 물론 관광객한테 부탁했다.
비는 내리고 시내는 구경을 다 해서 숙소에 가서 쉬었다. 쉬다 보니 나오기가 너무 귀찮았다. 첫날에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세게 틀었더니 그 여파로 감기가 걸렸다. 그래서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이날까지는 참을만했다. 그래도 왔으니 야경은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야경이 이쁜 유명한 루프탑으로 향했다.
7시쯤에 도착했는데 예약도 안 하고 혼자 와서 그런지 어디 구석자리로 안내를 해줬다. 앉자마자 일단 간식거리를 주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록 너무 안 나와서 먼저 다른 직원한테 야경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시킨 음료가 안 나와서 2번을 물어봤는데도 기다리라고 했는데도 안 나왔다. 너무 답답해서 도대체 뭐 때문에 25분이 지나도록 한 잔이 안 나오는 건지 'Bar'로 향했다. 물어봤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바 안이 너무 바빴다고 금방 주겠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는데 뭐가 많다는 건지 모르겠다. 전에 태국식당에서도 음식이 안 나와서 얘기한 적 있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정말 바빠 보였고 음식이니 이해하지만 나는 모히또 한잔 시켰을 뿐인데 25분 기다려서 겨우 받았다.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루프탑바였지만 다시 오고 싶지 않았다. 중간에 높은 매니저급 같이 보이는 직원이 'everythig is okay?'라고 물어봐서 늦게 나온 게 좀 실망스럽다고 얘기했다. 왜 바쁜 게 이해가 안 갔냐면 위층도 있는지 몰랐는데 위층에 올라가 보니 위층에도 따로 bar가 있었다. 만약 내가 있었던 층에만 있었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위층에도 bar가 있는데 정말 바빠서 그런 건지, 아님 알고도 놓친 건지, 그냥 까먹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몇 장의 사진만 건진 채 나왔다.
그리고 블로그에 보니까 내가 하얼빈에서 먹었던 꿔바로우 비주얼과 흡사한 곳을 찾았다. 블로거분이 중국에서 먹었던 꿔바로우랑 맛이 똑같다고 해서 야경을 보고 택시 타고 바로 이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서 먹기보다는 편안하게 숙소에서 먹고 싶어서 포장을 했다. 동시에 100 Plus라는 음료수가 말레이시아 국민음료라고 해서 같이 사들고 숙소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택시를 잡으려고 하니 기다리는 것만 거의 20-30분을 기다려야 해서 포기하고 걸어서 지하철 타는 게 더 빠르겠다 싶어서 걸었다. 걷다 보니 마트를 발견해서 안에 들어가서 기념품 살게 있는지 구경했다. 그리고 과일이 저렴해서 하나를 사들고 계산을 하려고 했다. 근데 뭔가 가방에서 액체가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까 꿔바로우 소스가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뚜껑에 무슨 삼각형으로 구멍이 뚫려있었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나는 들고 다니기 귀찮으니 가방에 넣었던 것이었다. 이걸 미리 얘기해 주면 참 좋았을 텐데 그저 비닐에 나름 쌓여있으니까 몰랐었고 흐르고 나서 보니까 구멍이 있어서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뚜껑에 크게 삼각형으로 뚫려있는 건 문제가 안되었지만 미리 말을 해줬다면 비닐 하나를 더 싸달라고 하던가 그럴 수 있었을 텐데 얘기도 안 하고 그냥 줘버리니 알 수가 없었다. 아니면 포장을 단단하게 해서 주던가... 결국 마트에 있는 과일 담는 봉지 2개를 가지고 한번, 두 번 꽁꽁 싸매고 지하철 타고 숙소로 도착했다.
꿔바로우는 내가 하얼빈에서 먹었던 맛과 똑같았다. 아마 그 자리에서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았다. 식어서 맛은 덜했고 포장 때문에 좀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고 둘째 날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데이투어를 예매했어서 기대가 큰 상황이었고 비록 감기가 걸려서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약을 먹고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