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동북아시아 여행기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들렸다가 밥 먹으러 향했다. 예전부터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었던 춘빙! 교환학생 때 모두가 극찬했던 라오창춘빙을 먹으러 갔다. 춘빙은 왜 한국에 없냐면서 다들 백종원님이 안 만드는 건지 의문이 들게끔 만들었던 음식일 정도였다. 나는 라오창 춘빙을 카이더광장에서 먹었었지만 중앙대가에도 있기 때문에 중앙대가점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종이 메뉴판이 있다. 종이메뉴판으로 체크해서 메뉴 주문했던 게 기억났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6,7년 전 일이다. 식탁에 QR이 있고 스캔해서 들어가면 메뉴판이 있어서 핸드폰으로 주문을 하면 된다.
도착하자마자 먼저 우리한테 물티슈, 숟가락, 젓가락 세트를 구매할 거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필요 없어서 구매 안 하는데 대신 그럼 젓가락, 숟가락 없으면 어떡하냐고 물어보니까 기본으로 갖다 줄 거라고 해서 저렇게 갖다 주었다.
춘빙을 먹을 때는 얇은 밀가루 전병으로 만든 진빙(筋饼)과 두꺼운 밀가루 전병으로 만 춘빙(春饼)으로 취향껏 주문해서 주문한 온갖 종류의 야채를 넣어서 먹으면 된다. 개인적인 나의 취향은 춘빙보다 진빙이 맛있었고 동생 같은 경우는 춘빙 스타일이 더 좋다고 하였다.
내가 교환학생 때 시켰던 음식들이다. 계란, 숙주, 감자채, 위샹로우쓰(돼지고기와 야채를 단 소스와 함께 볶은 음식)를 시켜서 싸서 먹었는데 환상의 맛이었다. 몇 년 만에 먹는 춘빙이냐!
그리고 원래 패션후루츠 음료가 있었는데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다 팔렸다고 한다. 옆테이블이 마시길래 먹으려고 시켰는데 아침인데 벌써 팔리다니.. 그래서 가게 시그니처이자 신메뉴인 乌梅饮(오매 음료수)를 추천했고 일단 마실 거는 필요하니 한잔 주문했다. 乌梅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니 일종의 차 종류인데 '오매'라고 매실 실의 한 종류인 것 같았다. 나한테는 새콤달콤하다고 했으나 새콤하지 않고 달콤했다. 그래서 종업원이 나한테 오더니 한잔 더 시킬 거냐고 물어봤지만, 너무 배부른 관계로 한잔으로 마무리했다.
춘빙과 진빙을 같이 먹다가 엄마도 진빙 스타일이어서 진빙을 좀 더 시켰다. 엄마랑 동생은 고수를 안 좋아해서 하나 시켰는데 나만 먹었다.
백종원님이 잘 싸서 먹는 방법이 있었는데 나는 나만의 방법대로 했다. 모든 야채와 고기를 넣고 그냥 옷 접듯이 접어서 먹었다.
중앙대가를 나왔더니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중국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루이싱 커피도 마시고 싶어서 들렸다. 중앙대가에 있었고 2018년 때는 없었어서 더더욱 먹고 싶었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키려고 했는데 QR스캔해서 주문도 못했고 무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야했다. 근데 내 거 핸드폰은 외국에서 이용하는 거라고 어플리케이션 다운을 못 받았다.
그래서 점원한테 물어봤고 점원이 직접 자기 핸드폰으로 구매해서 내가 알리페이로 돈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구매를 했다.
커피 하나 사 먹기 참 힘들었다. 그래도 커피 자체가 고소하면서도 약간 한국에서 먹는 커피와는 다른 맛이었다.
중앙대가를 걷다가 1,2일 차 때 못 먹었던 마디얼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기본맛으로 주문했고 오랜만에 먹어보는 마디얼 아이스크림이어서 맛있었다. 마디얼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하얼빈은 워낙 겨울에 춥다 보니 모든 아이스크림을 길거리에다가 그냥 내놓고 판다. 그 맛에 하얼빈에 가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6월에 먹는 마디얼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방홍기념탑 앞에 왔다. 6년 만에 오니 감회가 또 새로웠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와중에 갑자기 중국 아저씨 두 분이 오셔서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열심히 찍고 아저씨 두 분이 고맙다고 건넸다. 그리고 나는 '별말씀을요!' 했는데 둘이서 "남쪽사람인가 봐"라는 이야기 하는 걸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얘기했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더니 한국인이니까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이었다.
원래 하얼빈에서 살면서 이런 경험해 본 적 없었는데 여행 때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찍고 나서 나한테 '호탕한 중국 아저씨들과 사진을 찍었던 경험도 해보는 거지~하하하!"라고 얘기하고 나도 웃고 그 자리를 떠났다. 동생한테도 어떤 한 중국인이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에 중국인인 줄 알았다가 알고 보니 나랑 중국인 아저씨 두 분이랑 얘기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한국인인걸 알고 조용히 핸드폰을 받으면서 감사하다고 하고 갔다고 한다. 일본인이라고 안 알아보는 게 어디냐...
오랜만에 송화강을 보니 7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나와 픽업서비스 버스에서 친해진 동생과 함께 저 배를 타고 태양도를 갔던 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태양도 갈 때 케이블카를 이용해서도 갈 수 있었다. 참고로 당시에는 기억이 안 나서 케이블카가 없었나 싶었는데 내가 교환학생 했을 당시에도 있었었다. 다만, 내가 발견을 못했거나 기억을 못 했을 뿐... 게다가 당시는 학생이었고 케이블카는 비싸게 느껴졌고 배가 많이 돌아다니고 저렴하니까 탔을 것이다.
엄마가 케이블카로 한번 태양도를 가보자고 했고 원래 태양도를 갈까 말까 고민했다가 그래도 왔으니 케이블카 표를 샀다. 어딜 가든 케이블카 매표소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왕복 100위안으로 케이블카치고는 저렴했다.
2025년에 하얼빈에서 동계올림픽 열리니 길거리 어딜 가도 다 자랑을 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케이블카 타고 가니까 금방 도착하였다. 우리만 탈 줄 알았는데 자리는 꽉 채워서 가서 가게 되었다. 마주 보고 가다 보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그래도 10분 안으로 태양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하고 나서 보니까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7년 전과는 다른 이 분위기에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녔던 게 생각나고 여기서 또 어떤 나이 든 중국인분이 우리 보고 북한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도착하자마자 입구 쪽서부터 시작해서 먹거리 파는 곳들이 즐비해있었다. 우리는 이미 춘빙을 먹었기 때문에 배불러서 음식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탈까 고민을 했는데 갑자기 안에 전동차가 사람을 태우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봤더니 태양도 안을 다 돌아다닐 수 있는 전동차가 생긴 것이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전동차는 없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어서 엄마가 보고 타자고 해서 무작정 티켓 매표소를 찾기 시작했다.
걸어서 매표소를 찾긴 했으나 표를 파는 할머니의 말을 정말 못 알아들었다. 내가 훠궈집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의 말투처럼 동북사투리가 매우 심해서 이해가 가질 않았다. 표 사는 건 문제가 안되었으나 그 뒤에 열차 타고나서 내려야 한다고 설명을 해주는데 이해가 가지 않자 그럼 차를 타고 거기 내릴 때 직원들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당최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일단 표를 사고 탔다.
쭉 타고 가는데 갑자기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줄을 서서 다음 관광차를 타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표 밑단에 3개로 분리를 시켜서 한번 탈 때마다 종이 하나를 찢을 수 있도록 표를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한 정류장에 두 번 정도 내렸다가 다시 타야 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표를 팔고 있었던 아주머니께서 이 얘기를 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정류장에서는 안 내리고 그냥 우리의 표를 가지고 나머지 종이 밑단을 찢고 표를 다시 돌려줬다. 그렇게 가다가 갑자기 세분 어쩌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기사님이 우리한테 '뒤에 세분~'이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들은 건 어느 정류장이 있는데 그 정류장에서 내릴 거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근데 내가 그 정류장의 이름을 못 알아듣자, 다시 돌아가는 거냐고 물어봤고 내가 돌아가는 거라고 얘기하자 중국인들끼리 동북사투리로 뭔가를 이야기했다. 이때 아직도 나는 나의 중국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물론,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매번 열심히 중국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내리자마자 다리 쪽을 쭉 건너봤는데 워낙 다리가 크고 넓이도 넓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돌아다니는데 사람사이에 껴서 돌아다닐 필요 없이 유유자적하게 걸을만했다.
다 보고 나오는 길에 올 때처럼 똑같이 갈 때도 중국인 3명과 함께 타고 돌아갔다. 그런데 앞에 중국인 한 명이 우리 동생의 발을 모르고 차버렸고 갑자기 '스미마셍'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또 일본인인 줄 알고 내가 직접 나서서 "我们是韩国人(우리는 한국인이에요)"라고 말하자 한국인이었냐고 몰랐다고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면 중국어를 그렇게 잘하는지 물어봤고 나는 하얼빈에서 공부도 했었고 중국계 기업에서도 일했다고 하자 "어쩐지"라고 이야기하며 계속 즐거운 대화가 오가곤 했다.
유독 이날 어린이들이 많이 보였는데 알고 보니까 '어린이날'이라고 얘기해 줘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주말이어서 사람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어린이날이어서 사람이 많았던 것도 있었다.
그렇게 중국인 20대 여성 친구들 3명과 인사를 하고 다시 방홍기념탑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근데 가는 도중에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멈춰서 홀린 듯이 봤다.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었는데 거의 경극을 부르다시피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영화 패왕별희 한 편의 명장면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그렇게 홀린 듯이 보는 와중에 갑자기 어느 한 50대 중년 여성분이 지나가면서 말을 걸었다.
"노래가 좋아?"
"네, 좋아요."
그런데 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면서 한국 어디서 왔는지, 한국에서는 여기 하얼빈까지 오는 게 몇 시간 걸리는지, 그리고 중국어는 어디서 배웠는지 등등 너무나도 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한국에도 '기독교'가 존재하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기독교를 믿냐고 물어봤다. 믿지 않는다고 하였고 나는 '무교'라고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기독교를 왜 믿지 않느냐면서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쭉 해주는데 '신'얘기를 유독 강조하였다. 또 기독교 말고 어떤 종교가 있는지도 물어봤고 한국인들은 어느 종교를 가장 많이 믿는지도 물어봤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니 기가 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나한테 위챗이 있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위챗있어요? 친구 해요!"
"아니요, 없어요! 한국판 위챗, 카카오톡밖에 없어요!"
이건 기독교도 아니고 어디 사이비종교가 접근하는 방식으로 다가와서 정말 '도를 아십니까'를 제대로 만났다. 중국에서 교환학생 10개월 정도 하면서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데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도를 아십니까'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고 이분은 자리를 떠났다. 중국인이 먼저 와서 말 거는 거는 드물며 말을 걸었다고 해도 그냥 길을 물어보거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 이렇게 어디서 왔으며 갑자기 '신'얘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았었는데 예감이 맞았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이미 엄마는 알고 계셨다. 뭔가 길게 이야기하는 것부터 의심스러웠고 도를 아십니까를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를 가서 특히 거주할 때, 그 나라 현지인을 만나기 힘들다면 텔레콤 회사에 전화하거나 저렇게 종교 단체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늘어난다고 하던데 정말 맞는 말이다. 이득을 취할 건 취하고 말건 마는 그런 것도 여행하면서 묘미를 느꼈다.
고작 하얼빈에 온 지 3일째밖에 안되었지만 내가 7년 전에 하얼빈에 교환학생 했을 때보다 더 스펙타클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