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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반통에 1600원이라고요? 아침시장에서 놀라다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동북아시아 여행기

by 시니

나는 하얼빈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아침시장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중국인 친구가 아침시장 있으니 한번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줬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하얼빈공항에서 택시 타고 숙소에 갈 때 택시기사분도 아침시장을 꼭 가보라고 추천하셨다.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6시에 숙소를 나와 중앙대가를 지나쳐서 10분 넘어서 걷다 보니 아침시장에 도착하였다. 갈 때부터 멀리서 아침시장에서 무언가를 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양손 가득 들고 사 오는 걸 보니 아침시장에서 사 오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엄마가 들어오자마자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셨다. 야시장보다는 엄마는 아침시장이 엄마의 스타일이라며 누구보다 신이 나셨다.

아침 6시밖에 안 되었는데 사람이 이렇게도 많았다. 아침시장에는 과일뿐만 아니라 만두, 러시아 초콜릿, 기념품 등등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여기서 사고 싶은 건 다 샀다.

마지막날까지 꿔바로우가 먹고 싶어 꿔바로우가 보이자마자 바로 직행했다. 갔더니 주인이 나를 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맞다고 했고 내가 하얼빈 돌아다니면서 하도 일본인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내가 한국인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생긴 것부터가 이미 일본인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어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더니 들었을 때도 일본어 같지 않다고 그랬다.

여하튼 내가 꿔바로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랑 동생은 더 가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이 나보고 혹시 우리 동생보고 형제냐고 물어봤다. 맞다고 했더니 세상에나...


“너 동생 엄청 잘생겼어!!”

“쟤가??”

그렇다. 동생이 잘생기다는 소리를 듣다니.. 물론 나는 동생과 현실남매이다 보니 우리 동생이 잘생겼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못생긴 얼굴이 아니다. 나름 평범한 얼굴이다. 그냥 나한테 이렇게 얘기한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꿔바로우를 받고 동생과 엄마를 찾으러 쭉 가고 있는데 아침시장은 끝이 없었다. 끝이 없어서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가면서 신기한 것도 발견했다. 초록색 같은 게 있길래 봤더니 옷에 넣어두고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일종의 방향제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근데 이걸 만지고 나서 손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다.

사람들이 줄 서있길래 봤더니 만두도 팔고 있었다. 맛있어 보이길래 하나 샀다.

엄마가 수박을 좋아해서 많은 수박이 즐비해있는 걸 보고 얼마인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무려 반통에 1600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무려 1600원이 진짜냐고 하면서 ‘진짜?'라는 말을 5번이나 했다. 정말 수박 반통이 1600원이었다. 그래서 얼른 샀다.

사가지고 왔더니 수박반통, 만두, 꿔바로우, 망고스틴도 샀다. 참고로 망고스틴은 중국 치고는 비쌌다. 그러나 맛있게 잘 먹었다. 문제는 수박이 너무 많아서 많이 남길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아쉬워하며 다음에 올 때는 무조건 아침시장부터 향하자고 말했다.


그전날 커뮤니케이션이 꼬였어서 이번에는 위챗 친구를 다행히 받아줘서 안마원 사장님과 위챗으로 대화했다. 문 여는 시간이 8시여서 아침시장에서 사가지고 와서 먹고 바로 8시까지 안마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나랑 사장님이랑 누구를 통해서 얘기한 게 아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꼬이지 않았다. 나랑 엄마는 발마사지하고 동생은 전신마사지를 했다. 발마사지 하면서 어제 늦었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6시 이후면 언제든지 가도 된다고 이해했다고 말했고 사장님은 그렇게 운영하지 않고 딱 6시, 6시 반 이렇게 시간에 맞춰서 예약을 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언제든지 오는 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이 꼬인 것 같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사장님이 "어쩐지... 외국인들이 시간 안 지키는 경우는 처음 봤어" 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마사지를 시원하게 받고 나왔다. 마사지하면서 한국경제, 중국경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전날 늦었어서 팁 포함해서 줬다. 원래 중국은 팁문화가 우리나라처럼 아예 없는데 그래도 미안해서 기다린 시간까지 포함해서 줬다. 사장님이 괜찮다고 했는데 그냥 줬다. 그랬더니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티에꾸어뚠 먹어봤냐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먹었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뒤로 가다 보면 티에구어뚠 맛집이 있으니 먹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 짐을 챙기고 나왔다. 체크아웃하는데 선물을 주면서 전반적으로 만족했냐고 물어봤다. 너무 만족했다고 얘기했다. 중국여행 중 가장 재미있었고 올해 여행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직 공항까지 가는데 시간이 남아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백종원 님이 방문한 내장볶음집도 너무 가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갈 수가 없었어서 마라탕의 본고장이니까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장랑마라탕은 중국 현지에서도 사랑받는 마라탕 식당 중 하나이다. 사실 교환학생 생활하면서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숙소랑 가까워서 갔다.

나는 처음 안 사실이지만 장랑마라탕집에는 마라샹궈가 없으며 오직 마라탕만 먹을 수 있다. 마라샹궈 먹겠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마라샹궈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셨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중국어를 왜 그렇게 잘하냐고 물어봤다. 하얼빈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고 얘기하자 또 "어쩐지 잘한 다했어"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인들은 조금만 중국어해도 정말 잘한다고 칭찬 많이 해줘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차파이 음료수를 보니까 사고 싶어서 하나 샀다.

그리고 드디어 2개 시켰던 마라탕이 나왔다. 3개는 너무 많을 것 같아서 2개만 시켰고 맛을 다르게 시켰다. 마라탕을 먹는데 생각보다 마라의 맛이 강하지 않았다. 동생은 마음에 들어 했지만 엄마와 나는 조금 더 간이 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맛있게 먹고 마지막으로 야경이 아닌 낮에 보기 위해 성소피아성당으로 다시 향했다.

밤에 보는 것과 낮에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마지막날에 날씨가 이렇게나 좋다니! 하지만 더워서 어떻게 보면 오늘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낮에 보는 성소피아 성당은 정말 달랐다. 비록 공사 중이었지만 여전히 러시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17년 8월 말, 내 룸메이트와 함께 와서 오후에 성당을 보고 안에 들어가서 성소피아의 역사를 보고 근처에 카페베네가 있었어서 카페베네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게 무려 7년 전의 일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밀크티까지 먹으면 너무 완벽하겠지만 3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그저 하얼빈 국제공항이 어땠었는지도 기억을 하지 못한 채 일단 못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밀크티집 있겠지 하고 말이다.

맡겨놓았던 짐을 챙겨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일반택시가 아닌 돈을 좀 더 내고 좋은 택시를 잡았는데 수행기사인 줄 알았다. 양복을 쫙 빼입고 오셔서 90도로 인사하고 짐까지 다 친절하게 트렁크에 넣어주셨다. 그리고 승차감이 좋은지 온도는 괜찮은지 등등 누가 봐도 교육을 받은 것처럼 엄청나게 친절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모범택시랑 같다고 보면 될 듯싶다.

날씨는 너무나도 좋았다. 마지막날에 날씨가 좋아서 좀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에 올걸 생각하니까 마음이 놓였다.

가는 동안에도 다른 택시기사분들과는 다르게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공항까지 가셨다. 거의 우리의 수행기사처럼 운전하셔서 너무나도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하얼빈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친절하신 택시기사분이 캐리어도 직접 내려주셨다. 원래 여행할 때 공항까지 와준 택시기사한테는 팁을 주는 편인데 이분은 너무 친절하셔서 많이는 못줬지만 소소한 팁을 같이 드렸다.

2018년 블라디보스토크에 갔을 때 새벽에 왔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너무 정신없어서 기억을 못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하얼빈공항이 작긴 작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갔을 때는 어차피 뭘 먹을 것도 아니었었고 바로 짐 부치고 쉴 틈 없이 갔었는데 우리는 거의 3시간 전에 왔더니 애초에 짐을 부칠수도 없었다.

그저 가능했던 건 옆에 데스크가 있고 티켓만 먼저 끊을 수 있었다. 내가 직원한테 물어보니까 한 시간 반정도 전에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나는 2018년에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 게 거의 아침에 출발하는 거였어서 뭘 먹지 않고 바로 출국했다.

근데 이제와서보니까 무려 먹을 건 맥도날드 하나밖에 없었다. 들어가서 메뉴를 보니까 햄버거를 안 판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파이가 있길래 2개 정도 시키고 닭다리 2개 정도 시켜서 나왔다.


나와서 먹는데 한 30분 뒤에 갑자기 문을 닫는 게 아닌가! 아까 계산해 줬던 직원분이 문을 닫고 나머지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퇴근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오늘 출국하는 비행기는 두 편밖에 없었다. 러시아, 한국비행기만 있었다. 이미 러시아 비행기 타는 사람들도 아마 출국한 것 같았다.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은 남방항공 타는 사람들뿐이었다.

내가 줄을 기다리면서 발견한 게 있었다. 여기 일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표정이 밝았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우리나라 시골 버스터미널같이 생긴 곳이다 보니 왔다 갔다 하는 항공편도 많이 없어서 그런지 다른 국제공항과는 참 달랐다.


참고로 하얼빈 국내공항이 국제공항보다 더 크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게 하얼빈에서 삼촌이 사는 우시로 가려고 할 때 국내공항에 도착했는데 국내공항이 커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중국은 국내로 여행하는 사람이 국제보다는 더 많아서 국내공항이 정말 큰 경우가 많다.

짐을 다 부치고 같이 한국으로 갈 남방항공 승무원들과 함께 검색대로 향했다.

안에 들어오니 가게하나만 딱 열고 나머지는 다 문을 닫았다. 면세점도 있는데 안에가 비어져있는 걸 보니 운영을 안 하고 있었다.

택스리펀드 창구도 닫혀있었다. 이렇게 닫아도 되는가 싶었다. 코로나 이후로 아마 문을 닫은 것 같은데 그 뒤로도 딱히 운영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오늘은 운영하는 항공편이 적어서 다른 날에 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게이트 앞에 섰더니 1분 뒤에 바로 문을 열고 버스를 탔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가는구나!

버스를 타면서 느낀 거지만 내가 다시 하얼빈에 또 언제 올까? 싶었다. 그러나 이때는 1년도 아닌 2년 뒤에는 최소 오겠지 생각했지만 나는 곧 12월에 다시 또 하얼빈행에 몸을 싣는다.

다행히 연착은 없었다. 저녁행 비행기 때처럼 볶음면과 맥주를 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삼각김밥과 요거트랑 물을 줬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맛있는 김밥도 아니었다. 역시 우리나라 삼각김밥이 최고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하늘이 너무 이뻐서 계속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었다. 올해 여행 중 가장 베스트 여행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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