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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 Jul 24. 2018

치앙마이 노마드의 아지트

치앙마이 코워킹 스페이스 Addicted to work


We’re not good, We’re super.


우리는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대단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 코워킹 스페이스는 작지만 매력적이다. 

코워킹 스페이스 Addiceted to work는 ‘일에 중독된’이라는 이름처럼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의 숨은 아지트인양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님만해민(치앙마이의 가로수길같은 곳)의 중심가에서 골목을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분위기가 사뭇 한적하고 평화롭다. 



간결하고 단순한 들어가기

© Addicted to work


Addicted to work를 이용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이름을 쓴다. 참으로 간결하다. 마치 동네 사랑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처럼, 어릴 적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장부에 기록한 것처럼, 간결하고 지극히 아날로그의 방식이다.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에는 1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와 8시간 요금제, 한 달 요금제 등이 있다. 각 요금제는 Hack, Work holist, Like a boss 등으로 이름 지어 놓았다. 8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는 Hack은, 4시간 이상 이용할 계획일 때 선택하면 좋은 요금제이다. 이 금액에는 커피와 미니바도 포함되어 있다.


신발은 벗고 들어오세요. (옷가게 앞에서 찍은 참고 사진) 

아참, 이 곳은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태국은 종종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고 하는 공간들이 있는데, 그래서 사원, 화장실, 옷가게 등을 맨발로 드나들곤 했다. 그게 처음에는 어색하고 괜히 새로웠다. 이 곳도 그랬다. 맨 발로 코워킹스페이스에 들어가는 게 괜히 어색했지만 한편으론 가볍고 정겨웠다.



친구의 아늑한 작업실같은 코워킹 스페이스

© Kim Anh Doan – Addicted to work

Addicted to work는 작지만 채광이 좋은 코워킹 스페이스다. 안에는 창가에 놓인 바테이블들과 식탁처럼 생긴 테이블들이 있고, 한 켠에는 주방과 미니바가 있다. 작은 공간이라서 이 모든 것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한 눈에 들어온다. 가구들도 소박해서 마치 친구의 아늑한 작업실, 거실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는 화단이 보이는데, 여기에도 아주 작은 테이블이 하나 있다. 그래서 종종 노트북을 챙겨 나가 이 야외테이블에서 잠깐동안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 화단엔 귀여운 고양이가 찾아와서 한가롭게 노닐기도 했다.



아이덴티티가 있는 공간의 문장들


Addicted to work의 시선이 가는 곳곳에는 짧은 문장들이 있었다. 이 문장들이 이 곳이 어떤 공간인지를 넌지시 알려주고 운영자 대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일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북돋아 주기도 하고, 위트 있게 공간을 안내하기도 한다.



화장실 열쇠를 걸어 두고 ‘행복으로 가는 열쇠’라 표현한 것이나, 스낵바에서 물, 스낵과 함께 ‘미소’도 챙기라고 한 것은 읽으면서 잠시 미소 짓게 했다.



맛있는 커피와 함께 일하기


이날 나는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창이 마음에 들어서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꺼내고 준비를 하는 사이에, 호스트는 부엌에 들어가 커피를 내려주었다. 주문한 아이스커피가 나오자 마자 한 모금 마셨는데, 웬걸, 커피가 참 맛있었다. 



일하면서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고 이따금 창 밖을 보았다. 앉은 자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앉았던 창가 자리는 늦은 오후가 되면 컴퓨터를 사용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자리였다. 햇빛이 뜨겁게 들어와서 그렇다. 그래서 햇살이 드리우기 시작하니 호스트가 창문을 얇은 천으로 가려주었다. 원한다면 안쪽 자리가 일하기에 더 좋을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창문에 천을 다는 것을 보며, 마치 시골의 일상같은 소소함이 느껴졌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장점은


노마드를 하면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면 좋은 점은, 하루동안 나의 거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업무를 하다가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잠깐 휴식 겸 산책을 갈 때 이동성이 높아진다. 카페에 갔다면 짐을 다 챙겨서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불편을 덜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하던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는, 틈을 내서 근처에 있는 호수에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드르르륵”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니, 호스트가 돌아왔냐며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내 가방이 놓인 내 자리에는 과일 한 접시가 놓여있었다. 먹으라고 나눠준 모양이었다. 사실 내게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카페를 비교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어떤 공간이 일하기에 더 좋고, 찾아가고 싶은 공간인지. 내게 보이는 작은 관심. 거기에서 미묘한 차이를 알 것 같았다. 




지속적인 만남과 서로에 대한 관심 


이후로도 이 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 때마다 같은 자리에 늘 앉아있는 사람을 보며 느슨한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고, 어느 날은 내게 말을 걸어온 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그리고 호스트 ‘핌’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반겨주었고, 어느 날은 한국에서 온 메일이 있다며 보여주어서 내가 함께 읽어봐 주기도 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매개공간이 되어준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지속적인 만남으로 차근차근 유대감을 쌓아갈 수 있다. 또 직접 교류하지 않더라도 자주 보이는 사람들과 느슨한 연대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 그리고 Addicted to work는 원할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소박함이 있는 곳이다.


Info
[주소] 27/3 PP&P Mansion, Tambon Su Thep, Amphoe Mueang Chiang Mai, Chang Wat Chiang Mai 50200 태국 
[시간] 10:00 – 22:00
[가격] 1시간에 20바트 / 8시간에 120바트 (커피, 미니바 포함) 등 

Addicted to work의 웹사이트 페이스북



Addicted to work의 운영자 Pim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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