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에 아이와 산책에 나선다. 뒹굴뒹굴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고 심심한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아이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아이와 내가 카메라 한 대씩을 챙겨 동네를 걸으며 사진을 찍다가 반가운 이웃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동네 아이들과 뛰어논다.
눈 만난 강아지처럼 아이는 달려 나간다. 운동하는 시간을 정하고 큰마음을 먹고 집을 나가 달리는 나와 달리 아이는 그저 즐거워서 뛴다. 나에게 무거운 짐을 다 던져버리고 시작하는 달리기 경주도 우리만의 짧은 산책의 빠질 수 없는 코스가 되었다. 콘크리트 바닥의 금을 출발점 삼아 천변의 의자가 결승선이 되어준다. 《우리는 달린다》는 그렇게 무작정 달려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생각난 그림책이다.
그림책 속 두 아이가 달린다. 무작정 세계를 달리는 듯 보여도 그림책 장면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보인다. 그곳은 현실감각으로 바라보는 세계가 아닐 때도 있고 온몸의 감각으로 마주하는 짧은 여행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순간인 동시에 어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일 것이다. 아이들이 달린 것은 고작 작은 동네일지라도 경험한 세계는 우주와 같다.
아이는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가 아파도 주저앉지 않는다. 친구와 목적지도 없이 달리고 돌멩이 하나로도 깔깔거리며 즐겁게 논다. 이때만큼은 꼭 잡고 있는 내 손도 놔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간다. 드디어 자신의 즐거움과 기쁨을 찾은 것처럼. 지금의 시간을 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본다. 밖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냈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아쉬움이 남겠지. 내일은 아이와 또 어떤 세상을 달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