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걸음 Jun 25. 2022

아이브 매거진 Vol.01 개인의 시대

지난 주말 아이브 매거진 북 콘서트에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개인적인 것은 이기적인 것인가? 개인주의 자라는 말은 무언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지만 이기주의자라는 말로 대신할 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개인적이고 무엇이 이기적인 것일까. 혼자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은 개인적이고, 혼자만 즐기는 사람은 이기적인 것일까? 나는 짧은 순간 오늘 나의 하루를 돌아보았다.


서울 여행의 둘째 날 아이는 서울에 있는 대형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어 했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아쿠아리움 입장권을 예약해두었고 내 의사를 물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바라보는 가족여행이라 함은 아이가 원하는 곳에서 아이의 즐거운 웃음을 바쁘게 사진에 담는 것이겠지만 나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고민 끝에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서울에서 보고 싶었던 사진전으로 향했고 아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으로 떠났다. 가족여행을 와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느꼈다. 혼자 전시를 보고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쇼핑을 하며 발바닥이 아프도록 걸었지만 비로소 나만의 여행을 찾은 것 같았다. 테이블에 앉아 각자 원하는 메뉴를 고르듯 서로가 원하는 여행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우리는 따로따로 행복을 찾았다. 아이는 아쿠아리움에서 좋아하는 동물 인형을 사가지고 왔고 나는 에코백이 무겁도록 책을 담았다.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내 시간을 양보하고 희생하기보다 나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았다. 누군가는 나를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의 행복만큼이나 내 즐거움과 행복도 중요하니까. 우리는 어느 지하철 역사에서 다시 만나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 없는 시간이 어땠는지 혹시 아이가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아이에게 물었고 아이는 말했다. “엄마는 아쿠아리움 못 가서 아쉽겠다. 아빠랑 나는 갔다 왔다!” 남편 손에는 아이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들려있었다. 사진에는 나의 빈자리가 여실히 드러나지만 나는 집안에 걸린 그 사진을 지나칠 때마다 생각한다. 이기적인 게 뭐 어때서? 개인적인 게 뭐 어때서? 남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네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 

매거진의 이전글 은희경 <장미의 이름은 장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