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은 세상에서 혼자였다. 사진은 이미 그녀 삶의 중심에 있었다. 사진은 그녀의 눈, 그녀의 호흡, 그녀의 손길, 그녀의 존재 방식이었다.’ p.99
‘그렇다, 비비안 마이어는 고독한 여인이었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p.167
비비안 마이어는 알려진 사실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신비로운 사진가이다. 보모와 가정부로 일하며 평생을 떠돌며 살았지만 그녀는 30여만 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다. 작가의 생전에는 단 한 장도 공개되지 않았고 우연히 벼룩시장에 나온 필름 상자를 구매한 부동산 중개업자 존 말루트가 헐값에 15만 장의 사진을 구매하면서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전시회 티켓을 구입해두고 작가에 대해 읽어보고 싶어 <역광의 여인, 비비안 마이어>를 읽었다. 픽션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읽었는데 책의 첫머리에 소설임을 밝히고 있다.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의 내용을 통해서 보았던 사실적인 부분은 많이 일치한다. 아마 밝혀지지 않은 비비안 마이어 이야기는 작가는 상상하며 적어갔을 것이다.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가정에서 성장하며 평생은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갔지만 그녀는 사진기를 놓지 않았다. 자신이 바라보는 순간을 기록했고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마도 그녀가 남긴 사진들을 직접 두 눈으로 바라보면 좀 더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스무 살 무렵부터 디지털 카메라로, 필름 카메라로 그리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지만 가끔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동안 사진을 찍지 않다가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사진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아빠의 영정사진으로 쓸 만한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것이 무척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가족들은 그 사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사진이 너무 아빠답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아직도 아빠의 죽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사진을 다시 찍게 됐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라보는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기에, 눈을 마주치는 것이기에.
* 뮤진트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