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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Jun 12. 2023

책방무사 타로 워크숍: 불안이 나를 지킨다

서울에서 열린 책방무사 타로 워크숍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새해가 되면 타로무사로 한 해를 열어가는 것이 하나의 리추얼이 되었다. 그전에는 종교가 있기도 했고 무언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보다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이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타로를 비롯해 사주, 점 같은 것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곤 했다. 그러나 마흔을 기점으로 인생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그 누구의 이야기라도 누군가 하는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게 되었다. 박준 시인의 시처럼 누군가 내게 건넨 말들이 유언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타로무사의 글을 가끔 꺼내어 읽는다. 누군가 내게 하는 조언들을 곱씹어 생각하듯이,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나를 뒤돌아보는 마음으로 읽는다. 가끔 우리 집 어린이가 왜 어린이 타로는 없냐고 투덜거리며 내 타로카드를 만지작거려서 책 속에 고이고이 숨겨두었다. (요즘은 어린이가 MBTI에 빠졌다) 그래서 타로에 대해, 타로를 해석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생겼고, 여차저차 서울에 갈 핑계가 필요했다.


타로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한민경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최근에 본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인간은 그 어떤 역사 속에서도 고통 없이 살아간 적이 없는데 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위로와 힐링이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제의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면서 아마도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연결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인간 대 인간으로 전달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고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전문 상담인이기도 하고고, 사주나 신점, 타로와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종교가 될 수도 있겠다. 불안과 두려움을 들어주고 괜찮다고 이야기해 줄 사람을 찾아 우리는 헤맨다. 


한민경 선생님도 비슷한 맥락으로 참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믿는 것도 힘이고, 믿을수록 커지는 것이고 또 만져보면 믿어진다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생님이 건네는 이야기는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당신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내 인생의 어느 부분도 당신과 같은 부분을 통과했다고. 타로는 단지 당신을 만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나에게 해주신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어떤 분의 질문에 '불안감이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불안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안전이다. 우리가 우리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주말에 가족과 짧은 여행을 떠나려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샀다. 내가 주문을 하면서도 왜 이런 걸 사고 앉아있지 헛웃음이 나왔지만 이 작은 기계가 없어서 세상을 떠나버린 가족을 생각했다. 불안이 나를 지킨다. 나도 지키고 우리 가족도 지킨다. 이제 가스밸브를 확인하고 창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현관문에 걸쇠까지 채워놓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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